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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삼성 출신 최태웅, 현대를 살리다

등록 2016-02-25 20:34:33   최종수정 2016-12-28 16: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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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권혁진 기자 = 현대캐피탈을 2015~2016시즌 V-리그 정상으로 이끈 최태웅(40) 감독은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 보수적인 배구계에서 현대(현대캐피탈)와 삼성(삼성화재)의 문화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한양대 시절부터 명세터로 이름을 날린 최 감독은 1999년 실업팀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V-리그 출범 후인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세터상을 독식했고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세터 출신으로는 최초로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을 것 같던 최 감독은 2010년 선수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삼성화재로 넘어온 박철우의 보상 선수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꿈꾸던 최 감독에게 삼성화재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팀이 결승전마다 얼굴을 붉히던 현대캐피탈이라는 점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현대캐피탈로 온 최 감독은 삼성화재의 우승 DNA를 심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삼성화재에서 밥 먹듯 우승을 차지했던 최 감독은 더 이상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한 채 2014~2015시즌 후 코트와 작별을 고했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던 그는 곧바로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배구인들은 현역 시절 꾀돌이로 통했던 최 감독을 떠올리면서도 코치 경험이 전무한 그의 성공 여부에는 부정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가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피드 배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당장 눈길은 끌 수 있겠지만 성적까지 잡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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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현대캐피탈 내부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시즌 전 '올해는 성적과 관계없이 우리의 스타일만 만들어놓자. 그러면 성공'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귀띔했다.

 현역 시절 코트의 사령관으로 누구보다 넓은 시야를 자랑했던 최 감독은 빠른 속도로 팀의 체질을 개선했다. 시즌 초반 어수선한 느낌이 들던 스피드 배구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잡아갔다.

 초보 사령탑 답지 않는 노련한 '밀고 당기기'는 최 감독과 선수들의 동반 성장에 불을 붙였다. 선수들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경기 당일 돌연 연습을 취소하다가도 흐름을 타야 할 때면 늘 선봉에 섰다.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는 4라운드 들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1월이 되면 내가 원하는 배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취임 초기 최 감독의 말과 그대로 일치했다.

 2015년을 3연패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1월2일 우리카드전 3-0 승리를 시작으로 파죽의 15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우승이 걸려있던 25일 2위 OK저축은행과의 맞대결에서 3-0(25-20 25-16 25-22) 완승을 거두면서 방점을 찍었다.

 최 감독은 부임 첫 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또한 지난 2006~2007시즌 여자부 흥국생명을 이끌던 故 황현주 감독(당시 41세)의 최연소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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