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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사업진단]'허울뿐인 반쪽 면세점'…"경쟁력 강화 우선돼야"

등록 2016-05-29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7: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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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찾는 관광객 ‘명품이 필요해’ 오락가락 정부정책 보단 중장기적 비전이 필수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 불리며 지난해 열풍을 몰고 온 신규면세점들이 속속 오픈한 가운데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면세점 허용보다는 경쟁력 있는 면세점과 함께 정부의 중장기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특허 획득 4개월 만에 오픈한 HDC신라면세점을 시작으로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 신세계와 두산면세점 등이 차례로 오픈하며 관광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는 다르게 사업권을 획득한 유통기업들은 '명품 없는 면세점', '공사 중인 면세점' 등 반쪽짜리 면세점이라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면세시장에서 인력난이 심해지고, 저조한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특히 신규면세점 업체들은 "탈락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이 투자한 돈은 4000억원, 고용된 인력은 2200명이지만 신규 면세점들의 신규 투자비는 1조700억원, 고용인력은 1만4200명에 이른다며 정부의 입장 변화에 시장 불투명성만 커졌다"고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 매장 비중이 높아지면서 면세점 본래의 기능 축소돼 몇몇 면세점의 경우 '허울뿐인 면세점'이 되어버린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기간 연장이나 재연장 등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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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세산업의 특성상 규제가 필요하다면 부정 반출 등 관리 여부만 철저하게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산 화장품이나 중기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신규 면세점을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며 "관광객들의 수입명품 구매 과정에서 중소·중견 상품을 편승시켜야 하는데 수입 명품 브랜드 입점이 잘 되지 않는다면 당장 면세점 발전을 바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대신 일본이나 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관광업계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국내 면세 업계의 위기국면을 대변하는 부분이다.

 일본정부관광국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일본을 찾은 관광객 수는 1800만명으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한 460만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1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이중 중국인 관광객은 634만1068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국내 면세점시장은 경쟁력 강화보다는 특허 추가를 놓고 혼돈에 빠져 있을 때 중국을 비롯한 일본, 태국 등 주변 국가들이 면세점 경쟁력을 키웠다.

 중국은 올 2월 광저우, 청두 등 19곳의 도시에 입국장 면세점을 추가로 개설했으며, 자국민이 중국 내 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한도도 당초 1인당 5000위안(한화 88만원)에서 8000위안(한화 140만원)까지 늘렸다.

 일본도 중국인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이 시내면세점으로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자 일본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도쿄 긴자에는 미쓰코시이세탄이 운영하는 8층 규모 시내면세점이 들어섰다. 이는 글로벌 면세기업 DFS가 2002년 오키나와에 시내면세점을 처음 선보인 이후 14년 만이다. 추후 오다이바, 오사카에도 시내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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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과 태국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면세점 대형화를 비롯해 비자 발급 완화, 면세 범위를 확대하는 등 관광객 잡기에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5년 시한부 특허제도'라는 족쇄를 채워버린 후 면세점들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마저도 빼앗았다는 지적이 높다.

 이처럼 국내서는 제대로 된 면세점이 사라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중소중견 상품만 가득한 한국보다는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특허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한국의 좋은 관광 상품이었다.

 이 두 곳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텔에서 묵고, 카지노를 하거나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복합리조트의 한 축이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하반기 123층 롯데월드타워 개장에 맞춰 초고층 6성급 호텔을 오픈하고, 석촌호수에 123m 분수를 조성하는 등 세계 유일의 '관광 복합단지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도 올해 말까지 매장 면적을 2.5배 규모(1만2384㎡)로 확대하고, 관람차·분수쇼 등 새로운 랜드마크를 들일 계획이었지만 자칫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들의 경쟁력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에서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등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면세점의 오픈도 중요한 상황이지만 경쟁력 있는 면세점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기획협력국장은 "사업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적 방침을 알려줘야 한다"며 "면세점 추가 허용 여력에 대한 공고 후 향후 방침을 설명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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