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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참변 '나비효과'…상처난 박원순 리더십 복구될까?

등록 2016-06-06 10:57:40   최종수정 2016-12-28 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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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방문해 추모공간에서 헌화를  마친 후 묵념을 하고 있다. 2016.05.31. (사진=최윤석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다음 달이면 집권2기 반환점을 도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서울메트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직원 사망사고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갈수록 파장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서울메트로는 물론 상급기관인 서울시의 책임론을 집중 제기한다. 서울시 수장인 박 시장이 연일 최종 타깃으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큰 탓에 정치권의 비난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박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한 개인의 죽음이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이번 사고가 예방이 가능했던,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4년 전 발생한 동류의 사고 때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확실히 해 놓았다면 현재 비난의 강도를 덜 했을지도 모른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못한' 책임이 오롯이 박 시장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메트로가 경영효율화를 위해 스크린도어 정비·점검업무를 맡긴 외주업체 비정규직 청년의 열악한 처우가 속속 드러났다. 그러면서 경제위기 탓에 한동안 뒷전으로 밀렸던 우리사회 비정규직 문제가 재조명됐다.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제물 삼은 이른바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의 호가호식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만 19세 청년의 배낭에서 나온 컵라면과 구체적인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헬조선'에서 삶의 도약을 위해 몸부림친 삶의 흔적들이 속속 증언되면서 동정여론이 조성됐다.  

 이는 사고 초기 직원 개인과실로 몰고 가던 서울메트로측의 태도와 맞물리면서 국민정서의 뇌관을 건드렸다.   

 파장이 커지면서 그동안 공고했던 박 시장의 리더십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시 안팎의 중론이다.

 박 시장이 사고초기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듭 '내 탓이요'를 외치며 낮은 행보를 이어갔음에도 서울메트로측은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해 대조를 이뤘다. 

 서울메트로측은 뒤늦게 임원급 등 전원사표란 수습책을 내놨지만 박 시장과의 행보와는 이미 한참 어긋난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불과 한달 전 무산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간 통합작업이 오버랩되면서 박 시장의 리더십이 상처입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 시민사회 진영 출신 박 시장의 리더십이 관료조직에 어떤 식으로 스며들지는 박 시장의 취임 초기때부터 줄곧 관심사였다.

 재선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명박, 오세훈 전임 두 시장의 체제에서 뿌리내린, '성과'를 최우선적인 가치로 여기는 기업형 시정 운영문화는 시 관료체제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효율화가 빚어낸 괴물 메피아도 이 과정서 나왔다.

 박 시장은 재선을 통해 이 같은 문화를 일정부분 바꾸는데 성공했지만 구의역 사고를 통해 이는 제한적이라는 게 확인됐다.

 박 시장은 일단 시 교통정책 총괄책임자를 전격 교체함으로써 수습의 첫 단추를 채웠다. 고질화된 메피아 문제 해결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대대적인 고위직 인사를 통해 시정 전반에 대한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의 친정격인 시민사회에서는 상처 난 리더십과는 별개로 장기적으로는 박 시장이 우리사회에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던 '경영효율화'와 싸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타난다.

 때마침 경제위기설과 맞물리면서 기업의 구조조정 얘기가 스스럼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줄곧 비정규직 문제의 점진적 해결을 노동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지만 여론은 호불호가 극명이 갈렸다. 동력이 모자랐다.

 비정규직 청년의 참변은 향후 비정규직 해결을 위한 단초가 되는 동시에 차제에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도 모를 경영효율화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사평론가 최준영씨는 "박 시장으로서는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른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박 시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동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할 것인가, 피상적인 행보로는 노동개혁을 이룰 수는 없다"며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에 그동안 추진해왔던 것을 노동정책을 좀 더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개혁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이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다만 단 하나라도 뚝심 있게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손상된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고, 정치적 위기에 놓인 박 시장이 돌파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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