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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변요한 "연기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

등록 2017-06-11 09:42:51   최종수정 2017-06-20 0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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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배우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무려 일곱 번이다.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의 '민철'은 사랑하는 아내가 죽는 장면을 거듭 봐야 하는 고통에 빠진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민철의 시간은 반복된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두 시간, 민철이 과거를 되돌릴 수 있게 허락된 시간은 그게 전부다. 이제 민철은 필사적으로 뛰어든다. 아내를 구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해야 한다.

 '하루'는 이를테면 '타임 루프'(time loop) 스릴러물이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힌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 가까운 예로 2014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같은 작품이 있다. 장르적인 특성이 두드러지는 소재이지만, 이런 설정이 주는 감정은 꽤나 인간적이다. 우리는 무언가 크게 후회할 때 이렇게 말한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후회하는 사람' 민철을 연기한 배우 변요한(31)은 '하루'를,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타임 루프'라는 건 장치일 뿐이죠. 영화에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삶들이 있습니다. 이걸 극복하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냐면, 결국 용기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시간이 반복되는 사람은 민철만 있는 게 아니다. 민철의 아내가 죽은 바로 그 사고로 자신의 딸을 잃은 '준영'이 있다. 배우 김명민이 연기한 준영 또한 딸이 죽는 모습을 일곱 번 반복해서 봤고, 민철과 마찬가지로 절망에 빠진다. 다만 그는 민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성적이다. 준영은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딸을 구하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민철은 그렇지 않다. 더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아내를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안 그는 최후의 방법으로 아주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김명민과 변요한 두 배우 모두 뜨거운 연기를 보여주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타오르는 듯한 연기를 하는 건 역시 변요한이다. 그는 말 그대로 열연(熱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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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배우
"민철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였죠. 아내를 향한 민철의 마음은 그가 흘리는 땀과 피에 비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성격을 가진 인물이니까요. 계산하지 않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연기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는 있어야 하겠지만, 주어진 상황에 저를 던져 놓고 민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봤던 겁니다."

 '타임 루프' 영화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 앞서 많은 감독이 '시간의 반복'을 소재 삼아 작품을 만들어왔고, 연출에 관한 것이든 연기에 관한 것이든 그만큼 많은 참고 자료가 있다. 그러나 변요한은 그런 영화들을 전혀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용서와 화해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 '하루'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고 말했다.

 "'소스코드'(2011) 같은 영화를 볼 수도 있었죠. 하지만 그 영화들과 '하루'는 설정은 유사하되 담고 있는 감정은 달랐어요. '하루'에는 현실적이지 않은 장치들이 있지만, 그 안에 인물들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장르영화를 보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자료들을 볼 필요가 있었던 거죠."

 사람에 대한 관심은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할 때에도 그랬고('들개' '소셜포비아' 등), 드라마 '미생'(2014) 성공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육룡이 나르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언제나 인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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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배우
변요한은 "더 깊이 있는 이야기,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전 이제 30대 초반입니다. 아직 모르는 게 많고, 공부해야 할 게 훨씬 많아요. 연기하면서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또 제가 누구인지도 알아가요. 연기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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