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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화재로 드러난 법적 미비점…"백업체계 없어도 제재 못해"

등록 2018-11-26 16:51:58   최종수정 2018-12-04 11: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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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사업자, 시설 A~D등급 신고하고 관리 책임

현행법상 '백업 시스템' 의무 설치 조항 없어

구체적인 과태료 등 법적 규정 없어

유영민 장관 "D등급 전수조사…백업 시스템 등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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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손상된 케이블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서울 강북 일대에 대규모 통신장애를 일으킨 KT아현지사의 화재로 통신시설 관리에 대한 법적 미비점이 드러났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방송통신사업자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라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각 시설의 A~D등급을 과기정통부에 신고하고, 관리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 상 사업자에게 백업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명시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업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업자에게 과태료나 패널티를 부과할 수 없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아현지사의 경우 KT는 D등급으로 분류해 과기정통부에 신고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KT는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 A~C등급에 해당하는 시설에 백업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KT가 D등급인 아현지사에 백업 시스템 설치 의무가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행법 상 사업자에게 기본계획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돼있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규정만 있다"며 "예를 들어 C등급의 시설에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하더라도 과태료나 패널티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상 미비한 점은 정부부처와 통신사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등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만약 KT아현지사에 백업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면, 통신장애로 인한 피해가 이처럼 극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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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KT 아현지사 화재 복구 작업이 한창인 26일 오후 서울 공덕오거리 도로 한켠에 KT 이동기지국 차량이 업무지원을 하고 있다. KT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 서북부 일대 지역의 통신 장애 복구율이 무선 84%, 인터넷 회선 98% 완료됐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KT는 전국에 아현국사 같은 국사가 56개 있다. 이 가운데 백업 시스템을 갖춘 국사는 29곳뿐이다. 절반에 가까운 27곳의 국사는 백업 시스템이 없어 이번 사고처럼 대규모 통신장애를 일으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번 화재는 D등급에 해당하는 아현국사의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했다. 소방 설비나 화재 등 감지 시스템 등이 사각에 놓여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구는 통신 케이블을 집중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4m 이상 깊이의 지하에 설치된 구조물로, 맨홀로 지상과 연결된다. 여기에는 전화선 16만8000 회선, 광케이블 220조가 설치됐다. 조는 케이블을 세는 단위다.

KT와 달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국사에는 지하 통신구가 없다. 과거 대량의 전화선을 매설해야 했던 KT와 달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통신구보다 규모가 작은 관로 형태나 멘홀에서 케이블을 연결한 방식을 이용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 국사에는 사람이 들어갈 만한 규모가 큰 통신구는 없다. 그보다 작은 관로 형태"라며 "우리 국사는 총 26곳이 있다. 등급은 A등급 5곳, B등급 11곳이며 나머지 국사는 사업자가 임의로 분류해 관리하는 곳이라 따로 등급을 구분짓지 않고 C~D등급에 준해 자율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도 "우리는 KT와 같은 통신구가 없다"며 "다만 국사 등급은 정부가 국가 주요 통신시설로 분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A~D등급이 몇 곳인지, 어디에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피해 범위가 광범위한 A~C등급 80곳을 전수 점검해 왔다. 나머지 D등급 835곳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점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과기정통부는 D급 통신시설도 종합 점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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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혜화지사 국제통신운용센터에서 열린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통신 3사 최고경영자 긴급 대책회의에서 유영민(왼쪽 두 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하현회(왼쪽부터)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유 장관,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2018.11.26.  [email protected]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최근 아현지사는 커졌지만 여전히 D등급이어서 소방 설비나 화재 등 감지 시스템 등이 사각에 놓여져 있었다. 정부가 관리하지 못했고, KT 역시 신경을 안썼다"며 "D등급을 전수조사하겠다. 백업 시스템을 갖추도록 한다든지 등 통신 3사와 조속한 시일 내에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 및 관련 통신사업자와 함께 중요 통신시설 전체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화재방지 시설 확충 등 체계적인 재발 방지 조치를 12월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이날 오후 유 장관과 이동통신 3사 대표는 KT혜화전화국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

유 장관은 "이번 (화재가 일어난) 아현통신국은 D등급이지만, 서울 지역의 4분의 1, 5분의 1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스프링클러나 여러가지 소방장비들이 준비돼 있어야 하고 또 백업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통신 3사가 가진 전국 통신구에 대한 안전점검과 시나리오별로 실태파악을 전면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소방법상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500m 미만 통신구의 경우에도 통신사와 협의해 CCTV, 스프링클러 등 화재 방지시설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현 소방법에는 지하구의 길이가 500m 이상이고 수도·전기·가스 등이 집중된 '공동 지하구'인 경우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소화기 등 소방지시설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이에 KT도 전국 네트워크 시설 특별점검 및 상시점검을 강화하고, 비의무지역에도 스프링클러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법상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해서도 CCTV, 스프링클러 등을 계획 수립 즉시 최단시간 내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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