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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개발 딜레마'…'강남처럼' vs '전통보존'

등록 2019-01-24 00:01:00   최종수정 2019-01-28 09: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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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세운상가 정비사업 재검토…상인 손들어줘

2016년 옥바라지 골목 개발때도 주민-조합 충돌

구도심 강북, '낙후지역' 벗어나려면 '개발' 필요

전문가 "아파트 짓기보다 산업단지 조성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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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청계천·을지로 장인들과 상인들의 살아있는 역사를 보존하라' 집회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시청 정문 앞에 경비를 서 있다. 2019.01.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에 이어 강남북 균형개발계획에도 제동이 걸릴까.

서울시는 지난 23일 세운상가 정비사업을 도심전통산업과 노포(老鋪) 보존을 위해 재검토하고 올해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사업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한지 일주일만이다.

이로써 수년간 을지로와 청계천 일대에서 진행되던 재개발사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강북지역에서 진행될 사업들에도 제동이 걸릴지 관심을 모은다.

 구도심인 강북은 그동안 전통을 보존해야할 지역이 많을뿐아니라 지역에서 오랜기간 생계를 유지해온 상인들이 많아 재개발을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은 지난 2006년부터 추진된 세운재정비촉진사업에 따라 10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다. 공구거리를 포함한 몇 개 구역은 이미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갔다. 철거가 시작되자 주민간 이견으로 충돌과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서울시의 공식 발표로 재개발사업이 전면 검토될 것으로 보이자 이번에는 토지주들이 반발했다. 이날 오후 '세운 3구역 영세토지주' 100여명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세운3구역 재개발사업이 상당기간 지지부진해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은 재개발 이후 지상 20층 안팎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강남북 격차 해소를 위해 강북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비강남 경전철 4개 사업을 추진하고 3개 서울시 산하기관을 강북으로 이전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지만 낙후지역으로 낙인 찍혔던 강북을 살리겠다는 포괄적인 의지도 담았다.

이 때문에 강남북 균형 발전 구상은 서울시의 발전 중심을 강남에서 다시 강북으로 옮긴다는 상징적 효과가 기대됐다. 강북지역 주민들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신축아파트가 들어서고 인프라가 개발되면 집값도 오를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강북구에 사는 주민 A씨는 "입지에 비해 낙후된 시설 때문에 강북지역은 그동안 저평가 됐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 개발계획이 무산되면 '슬럼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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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찬성하는 토지주들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상인들을 규탄하는 피켓을 창가에 붙이고 집회를 바라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시는 지난해 종로구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때도 비슷한 이유로 갈등을 겪었다. 2016년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을 살려야 한다며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해당 지역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조합이 충돌했지만 결국 재개발 단지안에 기념관을 짓는 것으로 협의를 마무리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이번에는 재개발지역 상인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낙후된 지역개발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시장의 강남북 균형개발계획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강남이나 경기 남부에 앞으로의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IT기업이나 신성장을 주도하는 혁신인력들이 모여 있어 자연스럽게 강남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강북을 발전시키려면 무작정 재개발해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을 지을게 아니라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지역에서 개발과 보존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겠지만 구도심의 역사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런던, 파리, 도쿄 등 유명한 도시들은 구도심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인근에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촉진지구를 만들었다"며 "꼭 문화재적 가치는 없더라도 50~60년된 노포는 충분히 보존해야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마구 개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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