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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우리말에서 ‘ㆆ’ 음가의 소실은 불가능하다③

등록 2019-06-25 06:02:00   최종수정 2019-07-01 1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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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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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ㆆ은 후설모음에, ㅇ은 전·중설모음에 쓰는 목구멍소리. 대개 ㆆ은 구강 통로가 좁고(그래도 폐쇄가 아닌 개방 상태) 안쪽이라 ㅇ보다 소리가 더 짧고 빠름.
우리는 민족의 스승 세종대왕이 나라의 평안과 부강을 위해 가르치고자 했던 훈민정음 28자에 대해 아직도 상당 부분 이해하지 못하거나 곡해하고 있다. 반면, 영어 교육으로 인해 그리스·로마문명의 결집체인 IPA는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IPA는 세계 모든 언어의 말소리를 정밀하게 표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음성기호이다. 그렇더라도 그 1887년도 초안을 보면 후설모음 ‘ʌ(ㆆㅓ)’자는 없었다. 당시엔 중설모음 ‘ə(어)’만 있었다. 그러던 것이 보완되어 1900년에 출판된 책자에 비로소 후설모음 ‘ʌ’가 나타난다.

그러나 그보다 무려 454년 앞서 간행된 훈민정음 해례본(1446)에는 이미 혀의 수축 정도로써 전설, 중설, 후설 중성을 구별 및 후설모음에 쓰는 빠른 목구멍소리 ‘ㆆ’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훈민정음의 시행령이라 할 수 있는 ‘동국정운’(1447)에는 국제음성기호 [ʌ]와 동일한 ‘ㆆㅓ(於)’자, [o]와 같은 ‘ㆆㅗ(烏)’자가 선명히 보인다.

조상들로부터 [ʌ]에 해당하는 말소리가 오랜 기간 전해져 내려왔을 텐데, 1900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그 글자를 만들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전엔 전문 음성학자들조차도 중설모음 ‘어’와 후설모음 ‘어’를 구별하고 포착해내기가 어려웠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슨 수로 [ʌ]를 포착했을까?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인 뢴트겐이 X-ray를 발명했다. 그로 인해 음성학의 분야에 새로운 진전이 있게 된다. 독일 의사 마이어가 최초로 의학용 X-ray 장치를 음성연구에 사용했고, 영국의 음성학자 다니엘 존스 등이 마이어에게서 배운 뒤, 가느다란 금속사슬 등을 입에 넣고 혀의 모양을 엑스레이 촬영했다고 한다. 그런 새로운 과학적 실험을 통해 후설모음 [ʌ] 등의 존재가 포착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ʌ]자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일반인들은 아직도 후설모음 [ʌ]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자가 없으면 그에 따른 인식도 없는 법이므로. 그런데 우리는 세종이 그보다 454년 전에 [ʌ]에 해당하는 글자 ‘ㆆㅓ’를 만들었음에도, 불초하여 음가가 소실됐다고 하며 쓰지 않음으로써 세계 최첨단 인식을 우리 뇌에서 사라지게 했다. 훈민정음의 기준점인 후설중성 ‘•(아래아)’ 또한 일제 때 삭제돼 그에 대한 인식이 사라졌다.

한편, 국제음성학회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설, 중설, 후설모음은 쉽지 않은 개념이다. 그래서 쉽게 알 수 있도록 위키피디아 사전에선 ‘후설모음’은 [u]처럼 입의 뒤쪽에서 나는 어떤 모음 소리, ‘전설모음’은 [æ]처럼 입의 앞쪽에서 나는 어떤 모음 소리라고 간단히 설명한다. Learn Languages On Your Own의 작가인 마크는 “앞에 전설모음, 뒤에 후설모음이 있는 단어를 발음할 때 혀가 앞에서 뒤로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 유의하십시오.”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해례본의 ‘舌縮(설축: 혀의 수축)’과 같은 방식의 설명이다.

세종과 집현전 8학자들은 최대한 쉽게 전설, 중설, 후설의 차이점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사진>에서처럼, 초성 ‘ㅇ’을 쓰는 전설모음 ‘이[i]’, ‘에[ɛ]’의 경우 혀가 앞쪽으로 펴지며 혀끝이 아랫니 뒤에 닿는다. 그러나 초성 ‘ㆆ’을 쓰는 후설모음 [u]와 [o]의 경우 혀가 뒤쪽으로 수축 도톰해지며 구강을 좁게 만들면서 혀끝이 아랫니에서 떨어지게 된다. 전설과 후설 소리에 대해 확실히 감을 잡으면 그 중간인 중설모음, ‘으[ɨ]’와 ‘아[ɐ]’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세종께서는 백성들이 구분하여 쓰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한자어가 아닌 토박이말에서만 ‘ㆆ’을 ‘ㅇ’과 통용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러한 편의적 조치에 따라 ‘오다’, ‘오늘’과 같은 비한자어 ‘오’를 표기할 때 ‘ㅇ’을 써오고 있지만, 이젠 각성할 때이다. 국제음성기호가 증명하듯 한자어나 비한자어를 막론하고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오’와 ‘우’ 소리는 혀의 수축도가 심한 후설모음임을. 그러니 후설모음 목구멍소리 ‘ㆆ’의 음가가 우리말에서 소실되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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