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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전쟁③]5G 판 흔든 LG유플러스, SKT·KT와 치고박고

등록 2019-09-26 14:37:53   최종수정 2019-10-07 09: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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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 후 공격적 마케팅에 KT와 2위 경쟁 가열

'5G 속도 1등' 광고에 공정위 고발 카드까지 등장

재원 고갈 후 방통위에 SKT,KT 불공정 행위 신고

보조금 경쟁 접어들고 서비스.콘텐츠 경쟁 막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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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임직원과 대리점 대표들 앞에서 U+5G로 고객의 일상을 바꾸고 통신의 일등, 통신의 역사를 바꾸겠다는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이동통신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올해 공격적인 행보로 꼴찌 탈출에 나섰다. 세계 첫 5세대(5G) 상용화 이후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콘텐츠, 서비스 등을 통해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셈법이다. 급기야 '5G 속도 1등', 불법보조금 살포 신고 논란 등을 감행하며 5G 가입자 확보에 나서자 2등인 KT는 물론 선두를 달리는 SK텔레콤과도 전면전을 펼쳤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3일 5G 상용화를 앞두고 가장 먼저 5G 요금제를 선보이며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U+5G 일등 출정식'에서 "5G는 유플러스가 통신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5G는 고객의 일상을 바꾸고 나아가 통신 시장의 1등을 바꿔 놓을 것"이라며 초반 기세잡기에 나섰다.

이후 KT가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고, 뒤따라 SK텔레콤도 인가받았던 요금제를 수정하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결국 LG유플러스도 하루 만에 무제한 요금제를 추가하며 5G 전쟁의 서문을 열었다.

◇LGU+ "5G 1등" 비교마케팅에 SKT, KT '발끈'..공정위 고발까지 검토

이통사들은 3G에서 LTE(4G)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초기 가입자 확보가 중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LG유플러스 역시 4G에서 5G로 전환 시점을 꼴찌 탈출 기회로 여기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통해 '쩐의 전쟁'을 나서는 것과 동시에 '5G 속도 1등'을 내세워 SK텔레콤, KT과 비교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LG유플러스는 6월 초 대리점에 '비교불가 한판 붙자!: 5G 속도측정 서울 1등' 포스터를 내걸었다. 상용망에서 속도 측정 앱인 '벤치비'로 체감 속도를 측정한 결과, 서울지역 50곳 중 40곳에서 1등을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일부 매체에 광고를 통해 서울 주요지역 186곳에서 속도를 측정한 결과 181곳에서 LG유플러스가 가장 빨랐다는 내용도 게재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하남 스타필드에서 'U+체험존'을 운용하며 블라인트 테스트 방식으로 통신 3사 VR 비교 체험을 통해 VR 속도가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홍보했다.

당장 2위 사업자인 KT가 발끈했다. KT는 LG유플러스의 광고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5G 1등 광고가 계속되자 5G 속도 및 커버리지 관련 백브리핑을 열고 "수긍할 수 없다"며 LG유플러스의 주장을 반박하고,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SK텔레콤 역시 KT가 백브리핑 후 두 시간 만에 ''5G 5GX 시설수·품질 바로알기 스터디'를 통해 LG유플러스의 주장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5G 품질 측정시 사용자의 위치, 측정 방법, 단말 종류, 주변 혼잡도 등 다양한 조건의 영향을 받는 만큼 객관적인 품질 비교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는 "왜곡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이통 3사 5G 속도 품질 공개 검증'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통 3사 임원들을 불러 과도한 마케팅 자제를 권고하면서 사실상 속도 경쟁은 한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웃었다. 지난 5월 KT와 LG유플러스의 5G 가입자 점유율 격차가 5% 포인트로 좁혀진 데 이어 LG유플러스는 6월 5G 가입자 점유율이 29%로 KT(31.4%)와 점유율 격차를 2.4%포인트까지 좁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기존에는 5:3:2 구도였지만 5G 시장에서는 4:3:3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가 쏟아졌다.

◇사상 초유, 경쟁사 불법보조금 살포 방통위 신고 

시장 재편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등장했다. 이통 3사가 5G폰 출시 초기부터 스마트폰 사상 최대 규모인 70만원을 웃도는 공시지원금을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가입자 모집에 나선 결과다. 휴대폰 집단상가를 중심으로 눈치 작전을 방불케 하는 불법 보조금이 난립했다. 공시지원금에 대리점 리베이트를 더하면 0원이 되는 '공짜폰'은 물론 이른바 차비까지 더해주는 '택시폰'까지 공공연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7월 5G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는 카드를 꺼내들며 종전을 선언했다. 2015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경쟁사를 신고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LG유플러스는 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건전한 유통망을 확립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과 KT는 '적반하장'이라며 반발했다. 불법보조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LG유플러스가 '갤럭시 노트 10'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비 투입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당국의 힘을 빌려 보조금 전쟁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올해 2분기 LG유플러스의 연결 영업이익은 14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5G 투자와 마케팅 비용 때문으로 SK텔레콤이 전년 동기 대비 7%, KT가 27% 감소한 것보다 큰 폭이다.

보조금 전쟁이 끝나며 시장 판도는 기존 5:3:2로 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월 SK텔레콤 점유율은 45%로 선두 자리를 확고히 했고, KT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각각 31%, 24%로 7%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동통신 세대 변화는 3위 사업자에게는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기회"라며 "그 동안 부족했던 콘텐츠,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보강해 왔고, 고객들에게 체험존,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속도와 AR, VR 등 서비스를 비교하고 알리는 과정에서 의욕이 넘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G 선도해야 이니셔티브를 쥐게 된다는 측면에서 많은 준비를 했는데 품질과 서비스 경쟁이 아닌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왔으면 5G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측면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5G 가입자는 넉 달 만에 190만을 돌파한 데 이어 3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9월 초 이통 3사가 구축한 기지국도 7만9000개에 달하는 등 커버리지 확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경쟁이 사그라든 데다 5G 단말기 확대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며 진검승부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통신업은 가입자 기반으로 네트워크 세대가 진화할 때 판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공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 역시 병행돼야 한다. 이제는 보조금 경쟁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고 본격적으로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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