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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8400㎞를 달려온 슈베르트…온라인 통해 위로 전한 조성진·괴르네

등록 2020-03-29 10:08:22   최종수정 2020-04-06 10: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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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텔텍스 스튜디오서 연주, 온라인 스트리밍
피레스·부흐빈더와 DG 온라인 릴레이 콘서트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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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진, 마티아스 괴르네. (사진 = 독일의 오발미디어 스트리밍 캡처) 2020.03.2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8400㎞를 순식간에 쉬지 않고 달려온 슈베르트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28일 오후 2시, 한국시간으로는 같은 날 밤 10시 독일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약 1시간 동안 들려준 슈베르트 가곡은 강한 인력(引力)을 발휘했다. 몸은 떨어져 있을 지라도, 음악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텔텍스 스튜디오까지 물리적 거리감은 줄이지 못하더라도,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자 스마트폰 구글 지도에서 그곳 위치를 찾아 지켜보면서 연주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온라인 공연이었다. '스테이지 앳 홈'이라는 타이틀로 독일의 오발미디어가 주최했는데 소정의 입장료(7.90유로·약 1만500원)를 내야했음에도 900명 이상 연주를 지켜봤다. 

조성진과 괴르네는 재작년 유럽, 작년 한국에서 슈베르트 가곡 무대를 선보였다. 방랑자를 시작으로 한 이날 프로그램은 오프라인에서 선보인 공연의 축약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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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진. (사진 = 독일의 오발미디어 스트리밍 캡처) 2020.03.28. realpaper7@newsis.com
지난해 9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들었던 조성진의 연주와 괴르네의 목소리가 기억의 연안으로 다시 밀려왔다.

온라인으로 듣는 이들의 목소리는 밋밋하지 않을까. 기우였다. 시간의 예술이자 공간의 예술인 음악은 연주자와 한 공간에서 듣는 것이 물론 최적의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방구석 1열에서 들은 이날 연주는 세계를 할퀴고 있는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이의 마음을 반영한 듯, 신기루처럼 바로 앞으로 마중 나왔다.

10곡 가까이 들려준 이날 온라인 공연에서 모든 곡들이 정점이었지만, 특히 자아완성을 다룬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한 곡인 '하프 악사의 노래'는 숭고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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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진.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DG) 유튜브 캡처) 2020.03.28. realpaper7@newsis.com
애절하지만 처연하지 않은 바리톤의 장점이 극대화된 괴르네의 목소리를 담백함으로 받아내는 조성진의 타건 소리는 위로의 정경을 보여줬다.

이날은 '세계 피아노의 날'이기도 했다. 유니버설뮤직 그룹의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이 이를 기념해 한국시간으로 오후 11시부터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스트리밍한 온라인 릴레이 콘서트에도 조성진이 참여했다.

이번에 조성진이 연주한 곡은 브람스 인터메조. 한국시간으로 29일 새벽 12시30분부터 조성진의 연주가 시작됐는데 감미로우면서도 우아한 음색은 지친 하루를 달래는 데 제격이었다. 조성진의 연주는 한 때 2만명 이상이 시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가가 얼어붙은 가운데 도이치 그라모폰이 ‘스테이앳홈’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마련한 이날 무료 특별 연주회에는 조성진을 포함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1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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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리아 조앙 피레스.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DG) 유튜브 제공) 2020.03.28. realpaper7@newsis.com
각자의 집 등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연주 연상을 통해 20~30분씩 연주를 선보였다. 포르투갈 출신 거장 마리아 조앙 피레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천재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등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들 연주는 당연히 좋았다.

명민한 연주를 보여준 아이슬란드 출신 비킹구르 올라프손, 깊고 섬세한 타건을 들려준 미국 출신의 신동 키트 암스트롱 등 평소 자주 듣지 못했던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접한 것도 호사였다. 도이치그라모폰은 채팅창을 통해 곡과 연주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평소 클래식을 어려워한 이들도 쉽게 다가가도록 했다. 

이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비창'으로 온라인 연주회의 문을 연 피레스는 연주 전 영상을 통해 "베토벤은 희망의 아이콘과 같다. 현재의 어려움을 우리가 잘 이겨낼 것임을 반영해 골랐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강화되면서 다수의 불특정 사람들이 모이는 공연장은 피해야 할 곳으로 지목됐다. 이로 인해 공연도 상당수 취소됐다. 그런 상황에서 음악을 통해 공통적인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이번 온라인 연주는 우리가 여전히 음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스마트폰 스피커와 노트북 스피커에서 온기가 불어왔다. 이런 삭막한 상황에서도 어디선가 희망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어서 추위가 물러나길 바라는 전 세계의 소리 없는 합창이 들려온다. 악보 위의 음표가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떠돌아다닌 것처럼, 거리와 공연장에 행복이 만발하리라.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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