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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軍 동원 거부한 미군 수뇌부…반대로 한 '그때 그 사람들'

등록 2020-06-21 09:30:00   최종수정 2020-06-29 09: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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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시위에 미군 수뇌부, 병력 투입 반대해
'예스맨' 에스퍼 국방장관, 경질 각오 공개 발언
밀리 합참의장 "군 정치 개입 인식 불렀다" 사과
옛 기무사, 2016년 촛불집회 때 계엄령 검토해
병력 동원, 보도검열단 파견, 국회의원 체포 등
문건 작성 조현천 등 당시 군 수뇌부 반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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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5월1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백악관 브리핑에서 마크 에스퍼 국무장관(오른쪽)의 발언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듣고 있다. 2020.06.04.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미국 국방장관과 합동참모의장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 대응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항명을 해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이드 사건에 분노하는 시민 집회를 군 병력을 동원해 제압하려 하자 군 수뇌부가 반기를 든 것이다.

미국 군 수뇌부의 이 같은 행동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발령을 내부 논의하고도 이를 반성하지 않는 우리나라 일부 군 상층부의 행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원래 '예스맨'으로 통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와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강경 발언을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시위 진압을 위해 군을 동원하라는 지시는 정면으로 거부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3일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을 각오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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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
에스퍼 장관만이 아니었다. 국방 분야 수석자문 역할을 맡는 미 합동참모의장까지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앞 '성경 이벤트' 행사에 동참한 것이 잘못된 행동이었다며 지난 11일 공개 사과했다. 그는 국방대학교 졸업식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나는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 순간 그러한 환경에서 내가 동행한 것은 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밀리 합참의장이 언급한 성경 이벤트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연 행사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이 백악관 앞 시위대를 최루탄 등으로 강제 해산해 터준 길을 통해 세인트존스 교회를 방문했다. 이후 단순히 사진 1장을 촬영하기 위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행사에 동행했던 밀리 합참의장이 뒤늦긴 했지만 열흘 만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트럼프 편이 아닌 시민 편에 선 뒤부터 미국 내 시위 양상이 점차 바뀌었다. 경찰들이 인종차별 반대를 의미하는 '무릎 꿇기'를 하기 시작했으며 폭력 시위는 물리적 충돌이 없는 평화 집회로 변화했다. 2016~2017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펼쳐진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미국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처럼 미군 수뇌부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 때 시민 편에 선 반면 우리 군 수뇌부 인사들은 불과 수년 전에 시민이 아닌 권력자의 편에 서는 정반대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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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과 관계자들이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6.10.24. photo@newsis.com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는 계엄령 선포를 검토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군대의 힘을 빌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무력으로 해산시키고 주요 국가기관을 총칼로 장악하려던 계획이 탄로났는데도 아직 그 실체가 다 밝혀지지 않았다.

2018년 8월 처음 공개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계엄령 문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불복하는 시위대 등을 상대로 한 대비책이 담겼다. 문건에는 청와대와 광화문에 군 부대를 동원하는 내용을 포함해 언론사 보도검열단 파견, 국회의원 현행범 체포 등이 담겨 있었다. 사실상 박근혜 친위 쿠데타라는 해석이 나왔다.

계엄령이란 국가 비상시 국가 안녕과 공공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헌법 일부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고 군사권을 발동해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행정권과 사법권이 군에 이관되고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된다. 가장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기본권은 집회 결사의 자유다. 당시 계엄령이 선포됐다면 촛불집회가 직격탄을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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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수행원의 손을 꼭잡은 채 법정을 나가고 있다. 2020.04.27. hgryu77@newsis.com
계엄령 문건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누군가 반대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계엄령을 검토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장관 등이 수사 과정에서 "문건 작성에 개입한 적 없다"고 항변할 뿐이다. 계엄령 검토에 개입하지 않는 것과 반대하고 저지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학업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이 도주함으로써 계엄령 문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 전 사령관 때문에 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일제히 중지된 상태다.

조 전 사령관의 행보에서 촛불집회를 거쳐 수립된 현 정부 하에서는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문제는 조 전 사령관이 도피하는 사이 기무사에 있는 부하들이 대신 조사를 받고 법정에 불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하들이 곤욕을 치르고 심지어 본인이 몸담았던 기무사가 아예 해체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음에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군인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조 전 사령관이 이처럼 버티는 것은 계엄령 문건 작성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을 농단했던 대통령과 그 비호세력을 위한 친위 쿠데타를 계획하고도 반성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군 내부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군 일각에서는 조 전 사령관이 대북 강경파라 대북 온건파가 주축인 현 청와대의 표적이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민과 영토를 지키는 일이 아닌 정권과 군부를 지키기 위해 총칼을 들고도 '빨갱이를 몰아내려 했다'고 강변하는 행태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 비호세력의 사건으로 끝난 게 아니다.

지금 우리 군에는 이웃과 강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다짐한 군인들이 대다수지만, 촛불집회에 나선 국민들을 '아무 것도 모른 채 빨갱이들에 의해 선동당한 사람들'로 보는 '젊은 전두환'도 군에 실재한다. 그들이라면 향후 또다른 집회로 전국이 들썩일 때 얼마든지 새로운 버전의 계엄령 문건을 작성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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