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성매매 특별법 6년, 무엇이 달라졌나'-집창촌 쇠락 속 유사업조 급증 '풍선효과'

등록 2010-10-12 11:16:45   최종수정 2017-01-11 12: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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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지난 7일 오후 10시께 서울 성북구의 한 집창촌. 밤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밝히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호객꾼마저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간판을 내린 채 암암리에 취객들을 유혹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있었다.

 2004년 9월23일 성매매특별법이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후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는 설 땅을 잃고 있은 것처럼 보인다. 경찰의 성매매 전쟁 탓이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표면적으로 집창촌을 무력화하고 일부 업주들이 영업을 포기하는 등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속을 피해 성매매는 더욱 음성화 되는 등 이동을 거듭하며 곳곳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를 유발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음지에서 활개

 경찰의 ‘성매매와의 전쟁’ 선포로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는 초토화됐다. 그러나 경찰의 눈을 피한 음지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스포츠마사지와 휴게텔 등의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인 불법 성매매업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술자리와 성매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도 여전히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안마시술소와 오피스텔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등 그 행태는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변신했다. 주택가와 도심 번화가에 일반 오피스텔로 위장한 성매매업소들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어둠이 깔리는 밤이면 거리 곳곳에는 안마, 휴게텔, 마사지 등이 적힌 불법 광고물들로 가득하다. 경찰은 이들 성매매업소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휴게텔이나 스포츠마사지 등은 신고가 필요 없는 자유 업종으로 분류돼 있고 법적인 규정도 명확하지 않아 단속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사성행위 업소 등 유형도 다양화

 경찰은 “집창촌을 이용하는 성매수자는 줄어들었지만 유사성행위 업소 등을 이용하는 성매수자는 늘어났다”고 밝혔다. ‘음지’에서의 성매매는 여전히 성업 중임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유사성행위 업소의 대표주자는 ‘대딸방’이다. 대딸방은 직접적인 성행위가 없으면 처벌이 힘든 성매매특별법의 허점을 파고든 신종 성매매업소다.

 대딸방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스포츠마사지나 남성휴게실 등의 간판을 이용하는 등 음성적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유래된 ‘인형방’도 있다. 인형방은 실제 사람 크기의 여성 모형 인형과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소다. 법적으로도 처벌할 뚜렷할 근거도 없다. 실제 여성들과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유사성행위 업소로 시작해 현재는 실제 성행위가 가능한 업소로 발전한 ‘쇼방’도 있다. 쇼방은 본래 동남아 여성들이 무대에서 알몸으로 춤을 추는 ‘쇼바’에서 최근 실제 성행위가 가능한 ‘떡바’로 진화된 업소라고 볼 수 있다.

 쇼방 내 마련된 침대룸과 쇼파룸 등에서 춤을 추는 여성들과 직접적인 성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어 단속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지하철과 사무실, 병원 등 다양한 세트를 지어놓고 여성 종업원들의 각종 서비스를 받는 ‘페티시클럽’과 유리벽 너머로 각종 음란행위를 하는 ‘유리방’, 일명 ‘나가요걸’과 각종 음란행위를 하는 노래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인터넷·해외원정 성매매도 성행

 성매매는 이젠 온라인과 해외로까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성매매 여성들은 해외로 나가 원정 성매매까지 벌이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성매매는 대표적인 성매매 매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용이 편리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을 통해 만나 일정 기간 동안 애인역할을 해준 뒤 성매매까지 이어지고 있는 애인대행사이트를 비롯해 일명 ‘조건만남’이라고 불리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만남이 채팅사이트를 통해 비일비재하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확산되면서 익명성이 보장되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 특징으로 인해 이를 이용한 성매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원정 성매매도 활성화됐다. 일부 성매매 여성들은 국내 단속을 피해 미국과 호주, 일본 등 해외로 진출했다. 해외에 업소를 찾아 원정 성매수를 떠나는 남성들도 증가했다.

 ◇“효과적인 집중단속 체계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실질적이면서도 집중적인 단속이 보장돼야 성매매가 근절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는 A지역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 B지역으로 성매매가 이동하는 등 이른바 ‘풍선효과’가 이어져 왔다. 성매매 업주들도 한 번 단속되면 간판이나 장소를 바꿔가며 영업을 계속해 왔다.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관계자는 “집창촌이 사라진다고 해서 성매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매매의 유형이 변화하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들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 알선자들과 업주들이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실질적이면서도 구조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생계가 목적인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의 집중적인 단속이 계속되더라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성매매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매매 업주와 경찰 간의 보이지 않는 유착 관계 또한 풍선효과 못지않게 성매매를 뿌리 뽑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경찰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업주들은 단속을 피해가며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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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97호(10월1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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