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성매매 특별법 6년, 무엇이 달라졌나'-"사랑없이 키스만 팔아요" 늘어나는 키스방

등록 2010-10-12 16:07:16   최종수정 2017-01-11 12: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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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성매매특별법이 우리사회에 뿌리내린 지 벌써 6년. 성매매특별법은 집창촌의 급속한 퇴락을 이끌어냈지만 동시에 이른바 ‘풍선효과’를 통해 성매매를 더욱 음지로 스며들게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딸방, 유리방, 이미지방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던 성매매는 최근 수년 사이 법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한층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여 전부터 도심 곳곳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키스방’이 바로 성매매 진화의 최신 버전인 셈이다.

 사랑 없는 키스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소들은 서울 도심에만 어림잡아 100여 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백 곳이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고 있는 ‘기업형 키스방’까지 출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화→애무→키스→자플(남성 혼자만의 자위행위)로 이어지는 키스방 속 남녀 간의 관계에는 경찰도 좀처럼 단죄의 잣대를 들이밀지 못하고 있다.

 키스방들은 저마다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개설해 온라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개 이 홈페이지는 스포츠신문들의 홈페이지 성인코너와 연결돼 있다.

 홈페이지에는 이 업계에서 ‘매니저’라 지칭되는 여성들의 직업과 신체사이즈, 그리고 얼굴을 제외한 반라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하단에는 해당 여성들과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남성들의 후일담이 줄 잇는다. 

 전화예약을 한 뒤 홈페이지 약도안내를 찾아 지난 7일 새벽 찾아간 서울의 한 키스방. 4층짜리 낡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이곳은 전국적으로 10여 곳의 체인점을 두게 된 기업형 키스방이었다.

 전화번호 뒷번호로 신분을 확인한 뒤 작은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 ‘실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20대 중반의 남자 종업원은 양치질과 면도를 함께 할 수 있는 세면실로 안내했다.

 “이빨을 잘 닦으셔야 합니다.”

 건조한 목소리였다.
 
 세면실을 나서 어색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운터 앞에 마련된 소파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고객’이 차례를 기다리는 듯 무료하게 만화책 갈피를 넘기고 있었다. 얼핏 보면 좁은 복도가 특색인 고시원 같은 분위기였다.

 실장은 카운터 바로 앞쪽 방을 내줬다.

 1평 남짓한 크기의 방에는 3m 정도의 작은 소파가 놓여있었다. 소파 옆에는 물티슈와 두루마리 화장지가 놓여있었다.

 울긋불긋한 도배지는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가을장마의 여진을 지우려는 듯 마구 뿌린 방향제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본요금은 35분에 4만 원, 여기에 25분을 추가해 1시간을 채우려면 3만 원을 더 얹어야 한다고 실장은 전했다. 1시간이면 총 7만 원을 내는 셈이다.

 “키스하실 때 옷 위로 가슴, 엉덩이 터치는 가능해요. 자플로 마무리하면 되는데 옷을 벗기려거나 섹스를 하려고 하면 바로 퇴장당합니다, 환불 없이요.”

 실장이 ‘매뉴얼’을 설명하자 2분여 뒤 자신을 유나라고 불러달라는 여성이 들어왔다. 

 극단적으로 짧은 미니스커트, 그리고 가슴골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는 서둘러 문을 잠궜다.

 올해 4월부터 이곳에서 일해 왔다는 그녀는 올해로 22살. 궁금증을 못 이겨 처음 키스방을 찾았다는 기자에게 차분히 자신의 현재를 설명했다. 

 그녀는 “매니저들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일해요. 나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6시간 동안 일한다”고 말했다.

 손님이 지불하는 돈의 절반은 그녀 몫이라 했다. 손님이 시간대별로 줄 잇는 경우, 하룻밤에 최대 2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은 주어진 업소 매뉴얼대로 키스만 한다고 했지만 동료이자 경쟁자인 다른 매니저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펼쳐 걱정이란다.

 업소 매니저 중 한 명이 손님들을 더 끌어들일 요량으로 자플 이상의 수위(성관계)로 서비스를 할 경우에는 결국 경쟁적으로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단다. 

 그녀는 “키스밖에 안 한다고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남녀들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키스를 재촉함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자신의 삶을 조금씩 풀어놓았다.

 야간조인 그녀는 야근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입술을 찾는 이들이 신기하면서도 애처롭단다.

 하지만 그녀는 키스가 이미 특화된 상품이라며 자신은 ‘프로’임을 강조했다. 야식을 시켜먹으면서 늦은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키스방에서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방에서 상경한 마니아도 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호텔리어를 꿈꿨다는 그는 현재 매일 밤 10대 고등학생부터 60대 노인과 입술을 부빈다.

 그녀는 상경하자마자 친척 누나의 집에 얹혀살고 있단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 50만 원의 방세를 내야 되는데 눈치가 보여 일자리를 찾던 중 키스방 아르바이트 광고에 눈길이 쏠렸단다. 

 하룻밤이면 대략 25만 원이 수중에 들어온다는 그녀는 월세의 절반을 짧은 시간 내에 벌 수 있는 이 일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유일한 고민은 경남 창원에 있는 6살 연상의 남자친구. 공장에 다니는 남자친구는 어렸을 적에는 문제아였지만 최근에는 정신을 차리고 직장을 잡았단다.

 “오빠가 중학교 때 짱이었거든요. 애들 우르르 몰고 다니고, 뭐 그런 게 멋있을 때가 있잖아요. 말썽 많이 피고, 문신도 하고, 우리 엄마가 엄청 싫어했어요. 자기도 그걸 아는지 헤어지자고도 하더니 요새는 직장도 잡고 잘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자세히 살펴보니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듯 앳된 모습이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짧은 미니스커트의 끝단이 위로 말려 올라가자 민망한 듯 손으로 끝단을 끌어내렸다. 22살이라는 나이는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딩동, 벨소리가 울렸다. 유나는 “30분 더 하죠. 아저씨”라며 교태를 부렸지만 하나도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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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97호(10월1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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