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합의판정', 도입하길 잘 했네~

등록 2014-08-18 13:59:30   최종수정 2016-12-28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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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5회말 무사 LG 오지환의 1루 세이프 판정에 SK 이만수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 했지만, 이기중 2루심이 30초룰 시간제한을 넘겼다고 말하고 있다.  2014.08.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용석 기자 = “오심에 대한 야구팬들의 우려는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심판들도 판정을 번복할 수 있으니까 훨씬 낫지. 합의판정제가 도입된 후에 심판 이름이 포털사이트 메인 검색어에 오르는 일은 없어졌잖아.” 국내 프로야구 후반기부터 실시된 심판 합의판정 제도에 대한 한 사령탑의 촌평이다. ‘한국형 비디오판독제’인 ‘합의판정’이 지난달 22일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최하는 모든 경기에 도입됐고 12일 현재(이하 기록 기준) 22일째를 맞았다. 다듬어야 할 부분이 남아있지만 심판과 감독 모두 오심에 대한 우려와 부담은 확실히 덜었다는 것이 야구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MLB보다 낮은 판정 번복률

 합의판정 대상은 기존부터 실시했던 홈런·파울에 대한 판정에다가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몸에 맞는 공 등 4가지가 더해졌다. 감독이 요청할 경우 해당 심판과 심판팀장·대기심판·경기운영위원 등 4명이 참여한 가운데 합의판정을 실시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TV 중계화면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에 비디오 판독 자체 총괄·운영 센터를 둔 메이저리그(MLB)와 다른 점이다. ‘한국형 비디오판독제’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2일까지 모두 26차례의 합의판정이 실시됐고 이중 약 42%에 해당하는 11차례가 최초의 판정이 번복됐다. 기존에도 실시했던 홈런·파울 판정을 제외하면 21차례가 실시돼 이중 10번(약 48%)이 정정됐다. 프로야구 심판의 판정 번복확률은 세계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메이저리그보다 오히려 낮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에서는 926건의 비디오판독 요청 중 약 48%에 해당하는 442건이 번복됐다. 한국은 42%다. 프로야구 심판 수준이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던 셈이다.

 합의판정 성공률은 감독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우리 나이로 74세인 한화 이글스의 김응용 감독은 4차례 신청 중 3번이나 판정번복을 이끄는 ‘눈썰미’를 과시했다. 성공률이 75%에 달한다. 이는 2차례 이상 합의판정을 신청한 사령탑 중 최고다. 반면 두산 베어스의 송일수 감독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7차례나 합의판정을 요청했으나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야구계 “합의판정, 괜찮은데?”

 합의판정 제도를 바라보는 야구인들의 시각은 ‘호의적’이다. ‘판정번복’이 가능해지면서 심판과 감독 등 현장이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평가다. LG 트윈스 양상문(53) 감독은 “예전에는 심판이 실수를 하더라도 번복이 안됐으나 지금은 정정할 수 있어 확실히 부담이 줄었을 것”이라며 “부담이 줄면서 (심판 판정이)더 정확해지는 느낌이다”고 평가했다. 넥센 염경엽(46) 감독은 “합의판정이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판정이 정정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심판도 부담을 덜고 팬들의 비판도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반겼다.

 현장뿐만 아니라 야구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합의판정 도입으로 인해 오심을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심판들도 이전보다 더 판정에 신경 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합의판정 도입 후 심판에 대한 불신이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라며 “결정적인 오심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자는 도입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의 흐름이 끊기고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관중들도 경기 중 합의판정 결과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카메라설치 가이드 등 마련해야

 합의판정 도입에 있어 가장 의견이 분분했던 부분은 ‘30초룰’이다. 감독은 심판 판정이 내려진 후 30초(경기종료 혹은 이닝의 3번째 아웃카운트는 10초 이내)내에 합의판정을 요구해야 한다. 감독의 최초 합의판정 요청이 번복될 경우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일부 감독은 “오심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시간제한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30초룰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프로야구 단장들이 차기 프로야구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30초룰을 안건으로 올려 폐지를 논의를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12일 잠실 LG전에서 SK 이만수 감독이 요청한 합의판정이 ‘30초 초과’를 이유로 거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30초룰’이 경기지연 현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점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LG 양상문 감독은 “시간제한이 없으면 모든 팀이 중계방송 영상을 확인하고 나서 요청하기에 진행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또한 “합의판정이 도입된 지 몇 주 되지 않았는데 다시 수정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폈다.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합의판정이라는 게 결국은 중계화면을 보고 하는 것인데 TV를 확인하고 요청하면 정답지를 보는 것과 같지 않는가”라며 “경기 지연방지 및 시간단축을 위해서도 30초룰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구 해설위원들의 의견도 현장과 비슷하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합의판정은 초고속 카메라로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오심을 잡자는 게 아니라 눈에 확 띄는 결정적인 오심을 정정하자는 게 도입 목적”이라며 “결정적이고 명백한 오심이라면 30초 안에 충분히 합의판정 요청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30초룰이 없어지면 마냥 시간을 끌 수도 있고 (판정번복이 아닌)경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전략으로도 사용될 여지가 많다”고 30초룰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마지막 경기 종료나 이닝 종료 아웃카운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10초는 너무 짧은 것 같다. 5초 정도 늘려 15초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계화면을 활용하는 판정이기에 방송 카메라 설치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판정을 위해 설치한 카메라가 아닌 중계를 위한 카메라기에 왜곡이 발생, 중계화면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며 “KBO에서 지침을 마련, 홈플레이트에 추가 카메라 설치나 카메라 각도 등에 대해 방송사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KBO 관계자는 “중계방송사에 카메라 설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청한 부분은 없다”며 “올 시즌이 끝나고 보완해야 할 점을 총정리한 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요청할 계획”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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