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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④]할랄푸드·기도 등 ‘무슬림 문화’가 방한 걸림돌돼서야

등록 2014-12-08 17:09:27   최종수정 2016-12-28 13: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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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이프타르(Iftar)' 만찬에 앞서 한국내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마그립(하루의 금식을 마치기 전 올리는 저녁 예배)을 올리고 있다. 2014.07.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최근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뒤를 이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무슬림은 그들의 종교 만큼이나 낯설다. 이로 인해 무슬림이 막상 방한했을 때 겪게 되는 불편 사항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관광지에서 한 번 느낀 실망감이 그곳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으로 오랫동안 남게 되는 것으로 볼 때 무슬림이 어느날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온다고 해도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것이 국내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한결 같은 고백이다.

◇할랄 푸드란 무엇인가  무슬림들이 경전 ‘꾸란(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불결한 동물’로 인식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졌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것처럼 종교적인 이유로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고 특별한 음식만을 섭취한다. 바로 ‘할랄 푸드(Hala Food)’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으로 할랄 제품은 ‘무슬림들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음식(할랄 푸드), 화장품, 의약품 등이 포함된다.

 할랄 제품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할랄 푸드에는 과일류, 야채류, 곡류 등 모든 식물, 어패류 등 해산물이 포함된다.

 다만 육류는 반드시 이슬람식 도축법인 ‘자비하(Zabihah)’에 의해 도축된 것이어야 한다. 자비하는 도축할 동물의 머리를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카바 신전을 향해 눕힌 뒤, 기도문을 외우고 “비스밀라(신의 이름으로)”라고 외치면서 동물이 고통을 받지 않도록 단칼에 목을 잘라 몸 속의 피를 전부 빼내는 도축법이다.

 도축 대상도 양, 염소, 닭, 오리, 소, 낙타, 사슴 등으로 제한된다. 도축 전 자연사했거나 다친 동물, 잔인하게 도살된 동물은 안 된다. 무슬림들은 돼지, 개, 고양이, 민물고기, 파충류, 곤충류, 피가 섞인 음식, 술 등 알콜성 음료 등을 먹을 수 없다. 금지된 식재료는 ‘하람(haram) 푸드’로 일컬어진다. 하람 푸드는 조미료의 일부로도 사용될 수 없다.

 재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도마, 그릇 등도 철저히 할랄 푸드용을 써야 한다. 할랄 푸드는 세계 인구의 4분의1이 먹는 만큼 세계 식품시장의 16%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 거대시장을 노리고 네슬레, 맥도날드 등 다국적 식품 기업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할랄 푸드, 한국의 준비는?  인간 생활의 3가지 기본 요소인 의(衣)·식(食)·주(住) 중 가장 중심이 식인 것은 무슬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때문에 할랄 푸드는 무슬림이 여행 목적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012년 글로벌 무슬림 라이프스타일 마켓 스터디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은 여행 목적지 선정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할랄 음식(67%)을 꼽았고, 가격(53%), 종교적 체험(37%), 휴식(46%), 호텔&리조트(37%)는 그 보다 낮게 평가됐다.

 또 지난해 12월 한국관광공사(사장 변추석)의 동남아 무슬림 관광시장 마케팅 조사에서 무슬림 관광객은 ‘한국 여행 중 가장 우려하는 요소’로 ‘음식’을 꼽았다. 응답자의 50.6%가 한국 여행에서 음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고, 35.7%가 음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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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이프타르(Iftar)' 만찬에 앞서 한국내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마그립(하루의 금식을 마치기 전 올리는 저녁 예배)을 올리고 있다. 2014.07.09.  [email protected]
 방한 무슬림 관광객 수가 아직 적다 보니 국내 특급호텔들도 할랄 푸드에 대한 대비가 아직 안된 상태다.

 뉴시스가 11월30일 국내 특급호텔들을 대상으로 할랄 푸드 취급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할랄 푸드를 정규 메뉴로 준비해놓은 곳은 역삼동 리츠칼튼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영등포동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등 대부분의 호텔은 “무슬림 고객이 요청할 경우 할랄 푸드 준비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할랄 푸드에 대한 준비가 이 정도인데 특급호텔들에 메카의 카바신전을 향해 하루 5회씩 참배를 하는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기도실, 세족실 등 종교 시설이 마련됐을 리 없다. 호텔들은 대부분 무슬림 고객이 원할 경우 룸에서 기도를 할 수 있도록 기도용 매트, 메카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나침반을 제공해주는 정도다. 꾸란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은 롯데호텔 제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 관광업계, 무슬림을 어떻게 끌어안을까  관광공사는 이 같은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무슬림 관광객 국내 유치의 문제점으로 ▲국내 유통되는 할랄 푸드 및 한국이슬람교중앙회 할랄위원회가 공식 인증한 할랄 식당 부재(자체인증 할랄 식당은 있음)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등 특수어 가이드 부족 ▲호텔 내 할랄 조식 미제공, 기도 관련 장비 미비, 관광지 내 기도실 부족 및 (메카)안내 표시 미비 등을 꼽았다.

 관광공사는 ‘무슬림 프렌들리’ 환경이 마련돼야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수용태세 개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방한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2012년 ‘관광 가이드북’을 영어와 인도네시아어 등 2개 언어로, ‘식당 가이드북’을 영어와 터키어 등 2개 언어로 각각 발간했다.

 관광가이드북은 국내 10대 추천 관광 코스를 중심으로 관광지, 할랄 식당, 성원(이슬람교 사원) 등을 소개한다. 식당 가이드북은 전국의 할랄 식당 및 메뉴, 주요 이슬람 성원 및 기도실 등을 알린다. 신간은 전국의 할랄 식당을 무슬림 프렌들리 등급별로 소개하고, 한식 메뉴에 관한 무슬림 프렌들리 정보도 제공한다. 모두 이달 중 그 동안 달라진 내용을 반영한 신간이 나올 예정이다. 

 또 국내 관광업계를 위한 가이드북도 펴냈다. 2009년 처음 선보였으며, 무슬림 문화의 이해, 주요 관광지 및 식당 정보, 관광공사의 무슬림 단체관광 지원사업 안내 등을 담았다. 역시 이달 중 신간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울러 관광공사는 관광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고객 유치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 관광업계 내·외부 인사 등이 참여하는 무슬림 관광 협의회를 수시로 개최해 수용 태세 현황 정보 교환, 유치 확대를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한다.

 또 관광공사 내부적으로 유치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오피니언 리더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설명회 등을 개최해 이슬람교 및 할랄 푸드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를 높임으로써 종교 및 문화적 이질감 축소에 앞장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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