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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헌법지킨 국회…선진화법 힘과 정치력의 '조화'

등록 2014-12-02 23:01:37   최종수정 2016-12-28 13: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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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329회 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홍문표 국회 예결위원장이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의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14.1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추인영 기자 = 국회가 2일 2015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12년 만에 헌법을 지키게 됐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이 무색하게도 지난 11년 동안 다음해 예산안은 연말까지 여야 간 줄다리기 끝에 해를 넘겨 처리하기 일쑤였다.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실행된 예산안 자동부의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

 자동부의제도는 위원회가 예산안과 세입부수법률안의 심사를 매년 11월30일까지 마치지 못할 경우 다음날(12월1일)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다만,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되고 국회 스스로 예산심의의결권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각 지역구 예산을 챙겨야 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자동부의제도 자체가 '벼랑 끝'으로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화 의장이 지정한 세입부수법안 14건은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쳤어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탓에 이 절차는 통째로 생략됐다. 결국 충분한 토론 기회를 보장한다는 선진화법 취지의 빛이 바랜 것이다.

 상임위 차원의 반발도 이어졌다.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법안소위 야당 위원들이 담뱃값 인상에 대한 여야 합의에 반발해 소위 심사에 불참했고, 이상민 법사위원장 역시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를 거치는 절차는 국회 법안심의 절차의 원칙"이라고 반발했다.

 무엇보다 예산안 처리에서만큼은 다수여당의 의도가 상황을 결정한다. 여야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자동부의된 정부안을 중심으로 여당 단독 표결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회 보이콧'이 유일한 무기인 야당으로선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다. 야당이 보이콧을 하면 정부와 여당의 의도대로 처리되는 것을 손놓고 지켜보게 되는 셈이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의 누리과정 예산안 합의 번복에 대한 야당의 항의가 '하루짜리' 보이콧에 그쳤던 이유다.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파행도 야당은 이 같은 조항을 악용한 새누리당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2일 "시간표를 세워놓고 오직 시간 가기만을 기다리는 나쁜 관행과 협상태도"라고 새누리당을 비난했고, 백재현 정채위의장 역시 "자동부의제도를 악용한 정부여당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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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329회 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강석훈의원 외 46인 발의)이 재석 256인 중 찬성 168인, 반대 79인, 기권 9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14.12.02.  [email protected]
 여당에서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단독 수정안의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국회법상 정부가 제출하지 않거나 국회의장이 지정한 법안과 관련이 없을 경우 여야 합의 없이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예산안을 법정기한내 처리토록 하는데 가장 결정적 요인은 선진화법이지만 여기에는 여야간 정치력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쟁 속에 법정시한을 밥먹듯 넘기고 쪽지예산 등을 남발하며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아온 구태를 더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여야 지도부의 결단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수차례 회동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등 쟁점사안들을 집중 조율하며 자칫 파국으로 흐를뻔 했던 예산정국을 정상적으로 이끌어가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특히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2+2' 회동을 통해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예산부수법안 처리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이날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를 수차례 연기하는 우여곡절 끝에 최대쟁점이던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일몰 연장과 담뱃값 인상, 월세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및 공제대상 확대, 대기업 R&D 비용 세액공제의 당기분 공제율 인하 등에 대한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예산안 처리는 국회가 나름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위해 노력한 성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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