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잔류 173억…'과열' 프로야구 FA 해법있나

등록 2014-12-08 14:16:02   최종수정 2016-12-28 13: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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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1회말 롯데 선발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2014.07.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문성대 기자 = 국내 모 프로야구 구단의 한 감독은 선발 투수가 절실했다. 선발 자원이 약해 보강을 꾀하면서 FA(자유계약선수) 투수들을 살펴봤다. 당시 원소속 구단과 협상하는 시기라서 접촉을 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장원준(29)의 몸값이 100억원에 육박한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시장에 나와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결국 장원준은 지난달 29일 롯데가 제시한 88억원을 거부하고 시장에 나온 후 4년 총액 84억원에 두산 베어스와 계약했다. 역대 FA 투수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프로야구의 한 관계자는 “장원준이 좋은 투수인 것은 맞지만 에이스감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금액을 받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FA 시장의 과열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FA 시장에 나오면 몸값이 100억원에 달할 것이라던 최정(27)은 원 소속구단인 SK 와이번스에 잔류하면서 86억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됐다. 이제 100억원을 받는 선수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FA 대박 터뜨린 선수는 누구?

 올해 FA 시장에 나온 선수는 총 19명이다. 최대어로 꼽히던 SK 와이번스 3루수 최정은 역대 최고 대우를 받았다. SK는 지난달 26일 최정과 4년간 총액 8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42억원에 연봉 44억원으로 86억원 모두 보장 금액이다. 최정은 2015년과 2016년에는 연봉 10억원을, 2017년과 2018년에는 12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최정의 86억원은 지난해 강민호가 롯데 자이언츠에 잔류하면서 맺은 4년 75억원(계약금 35억원·연봉 10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대우였다. SK는 간판 외야수 김강민(32)과 조동화(33)를 잡는데 각각 56억원, 22억원을 과감하게 썼다. 그리고 곧바로 삼성 라이온즈가 FA 투수 윤성환(33)과 안지만(31)을 잔류시켰다. 두 선수들을 눌러 앉히는데 든 비용이 무려 145억원이었다. 삼성은 원 소속구단 협상 마감 시한(11월26일 자정)을 30분가량 남겨놓고 윤성환과 계약기간 4년간 총 80억원에, 안지만과 계약기간 4년간 총 6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윤성환은 계약금 48억원에 연봉 8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안지만은 계약금 35억원, 연봉 7억5000만원을 받는다. 선발진의 주축인 윤성환과 불펜 에이스 안지만 모두 이번 겨울 FA 시장의 최대어급으로 손꼽히는 투수였다. 삼성은 조동찬(31)과도 28억원에 계약했다.

 장원준을 무조건 잡겠다던 롯데는 원 소속구단 협상 기간 동안 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FA 시장에 나온 장원준은 두산행을 택했다. 단 3일 만에 윤성환의 투수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장원준은 계약금 40억원에 연봉 10억원, 인센티브 4억원을 받는다. 그는 원 소속팀 롯데의 88억원짜리 계약을 거절한 뒤 이보다 4억원 낮은 조건에 둥지를 옮긴 셈이다.

 박용택(35)은 LG 트윈스에 잔류하면서 50억원을 받게 됐다. 박용택의 상징성과 과열된 시장을 고려하면 다소 적은 금액이라고 볼 수 있지만, 40세까지 LG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송은범(30)과 권혁(31)은 한화 이글스행을 선택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협상을 깨고 시장에 나온 송은범은 한화에 34억원을 받고 둥지를 틀었다. 옛 스승인 김성근 감독 밑에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삼성의 대표적인 불펜 투수였던 권혁은 32억원을 받는다.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며 삼성의 상징이었던 배영수(33)도 FA 타 구단 협상 마감일인 3일 저녁 한화와 계약했다. 3년간 총 21억5000만원(계약금 5억원·연봉 5억5000만원)을 받는다. 2000년 삼성에 입단해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던 배영수는 15년 만에 파란색이 아닌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대대적으로 투수 보강을 마친 한화는 외야수 김경언(32)을 8억5000만원에 붙잡았다. 배영수와 김경언은 이번 FA 계약 선수 중 ‘유이’하게 3년 계약 선수들이다.

 제10구단 kt 위즈의 부름을 받은 3명의 선수도 있다. 박경수(30)와 김사율(34), 박기혁(33)이 kt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LG 트윈스와 우선 협상에 실패한 박경수는 18억2000만원을 받는다. 롯데에서 나온 김사율은 계약기간 3+1년에 총액 14억5000만원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역시 롯데 출신의 박기혁은 계약기간 3+1년에 총액 11억4000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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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8회초 1사 2루 상황, SK 최정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2014.07.24.  [email protected]
 ◇과열된 FA 시장 이대로 좋은가

 프로야구의 한 저연봉 선수는 시즌 중에 정말 ‘100억원 선수’가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도 열심히 노력하는데 연봉은 몇천만원이 고작이다”고 말했다. 부러움과 동시에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격차가 커도 너무 크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출혈이 상당하다.

 삼성은 FA 3명을 잔류시키는데 무려 173억원을 썼다. SK도 3명을 잡는데 164억원을 지출했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선수를 놓칠 수도 없다. 우리 팀 전력이 약해지는 동시에 타 팀의 전력을 상승하게 놔둘 수가 없다.

 게다가 NC와 kt가 등장하면서 선수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검증된 선수들은 적은데 이들을 필요로 하는 구단들은 더 많아진 것이다. 눈치싸움과 신경전도 대단하다. 일각에서는 탬퍼링(사전접촉)이 비일비재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협상 기간 동안 원 소속구단의 불만 중 한 가지가 탬퍼링이다. 있으나마나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협상 기간 동안 몸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단장회의를 통해 개선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예 탬퍼링 폐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A 기간(고졸 9년, 대졸 8년)을 줄여서 좀 더 많은 선수들이 시장에 나오면 과열된 몸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구단의 지나친 지출은 자칫 선수 육성이나, 인프라 구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프로야구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미계약 선수들은 누구?

 타 구단과의 협상 마감 시한인 3일이 지났는데 아직 둥지를 찾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SK의 나주환(30)과 이재영(35), 넥센 히어로즈의 이성열(30), KIA의 차일목(33) 등 총 4명이다. 이들은 새해 1월15일까지 원 소속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타 구단의 눈에 들지 못한 이들은 원 소속구단과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타 구단에서 이들을 데려가면 보상선수를 내주거나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 정도의 출혈을 감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타 구단의 지갑은 이미 닫혔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미계약 선수들이 자신이 원했던 수준의 계약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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