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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기록한 죽음,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등록 2014-12-14 10:43:59   최종수정 2016-12-28 13: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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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살 만큼 살았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저절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죽음이 공포의 대상인 것처럼, 늙은 사람들에게도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다.”(28쪽)

 소설가 이상운이 죽어가는 인간의 시간을 기록했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해 급격히 허물어진 아버지와 함께한 아들의 기록이다.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은 당사자인 아버지에게도 첫 경험이지만, 그 곁에서 도움을 주는 저자에게도 철저히 첫 경험이었다. 그는 이 특별한 3년 반의 여정을 통해 노화, 질병, 죽음의 고통으로 무너져가는 인간의 애처로운 모습과 그 속에서 발하는 아버지와의 애잔한 교감을 적었다.

 저자는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 들어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죽어가는 인간을 ‘관리하고 길들여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차가운 의료환경 속에서 아버지는 극도로 불안해한다.

 “‘나 집에 좀 보내주시오!’ 그 말에 나는 많이 놀란다. 아, 그런 바람을 품고 있어서 매사에 시큰둥했구나! ‘나는 곧 죽을 거니까 굳이 치료받을 필요가 없어요.’”(43쪽)

 아버지와 함께한 여정을 통해 죽어가는 자의 곁을 지키는 일의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을 온몸으로 겪는다. 사회적, 제도적 열악함도 함께다. 그가 ‘입원 후 일주일간 면회 금지’라는 요양병원 관계자의 말을 듣고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발길을 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자신이 집에서 직접 아버지를 돌보기로 한다. 

 “죽음을 앞둔 병든 노인에게서 그의 오래된 감정적 유대를 단번에 절단해버리는 방식은 참으로 만족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잔인한 짓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서,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러한 방식이 가지고 있는 잔인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127쪽)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구급차, 자주 갈아줘야 하는 대소변 기저귀, 늘어지고 물러지는 피부, 점점 사라지는 현실감각…. 저자는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무너져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인간이 존엄을 지키면서 죽을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나는 고령의 환자에게 그런 방식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의미한 바보짓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제 삶을 마무리하려고 하는 사람을 강제로 살려서 인공적인 생명의 감옥에 중죄수로 가둬두는 잔인한 짓이 될 수도 있다.”(46쪽)

 담담한 문장 속에 담긴 ‘죽음’이 슬프다. 그럼에도 저자는 죽음이 결코 순간의 일이 아님을 일깨우며 죽음을 바라볼 것을 권한다. 256쪽, 1만30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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