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인터뷰'…북-미 사이버 대전 이어지나

등록 2014-12-29 15:11:41   최종수정 2016-12-28 13: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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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빌(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소니 픽처스가 테러 위협으로 개봉 중단을 결정했던 영화 '더 인터뷰'를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기로 전격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탄절에 인터뷰를 상영하는 극장들은 소규모 체인으로 알려졌다. 개봉관의 수는 당초 계획인 2500여 극장의 10분의 1 수준인 200~300개 극장이다.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한 영화관에서 한 직원이 '더 인터뷰' 포스터를 내걸고 있다. 2014.12.24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GOP’ 해킹 단체의 “9·11을 기억하라”라는 협박에 미국 대형 극장 체인들이 영화 상영을 포기하면서 소니 픽처스는 결국 12월18일 성명을 통해 크리스마스로 예정됐던 극장 개봉을 취소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소니의 이런 결정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미국이 굴복했다는 여론을 형성하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고 소니는 결국 입장을 번복, 300여 개의 독립영화관들을 통해 ‘더 인터뷰’를 상영하는 것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 영화를 공개했다.

 ▲미국 ‘사이버 반달리즘’ 비난

 미 연방수사국(FBI)은 12월19일 소니 픽처스 해킹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미국 수사 당국이 특정 국가를 지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의 반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날 송년 기자회견을 비롯해 여러 장소에서 ‘더 인터뷰’의 개봉을 취소한 결정에 대해 실수였다고 비난하면서 강경한 응징 계획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해킹 시도는 사이버 반달리즘(익명성을 악용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거짓 정보를 올리는 등 사이버상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라면서 “어느 독재자(김정은)가 미국을 검열하려는데 우리는 그런 사회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특히 백악관은 북한을 다시 테러 지원국 명단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만약 북한이 6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경우, 금융 제재를 포함한 다양한 추가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2년 임기 동안 북한을 버리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평가받는다.

 북한 역시 이례적으로 강력히 맞서고 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이 근거없이 북한을 해킹 배후로 지목했다며 “오바마가 선포한 ‘비례성 대응’을 초월해 백악관과 펜타곤,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니 픽처스 해킹 공격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비례적 대응’을 천명한 가운데 북한의 인터넷망이 12월23일, 24일 연속 다운(불통 상태)됐고, 언제든 또 접속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쪽이 사이버 공격을 가한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 국무부는 “대응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눈에 보이고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미국 대통령이 사이버 범죄를 놓고 외국 정부를 공개 지목해 보복을 선언한 최초 사례로 남게 됐고, 만약 북한의 인터넷 다운 사태가 미국의 공격에 따른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처음 주권 국가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 거리 두고 관망하는 ‘제 3자’ 중국

 북한 인터넷 다운 사태와 관련해 미국 공격 가능성, 북한 자체 차단 가능성과 함께 북한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중국이 차단했을 가능성 등 3가지 관측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와 거리를 두면서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2월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인터넷 접속 장애에 중국이 참여했을 수 있다는 일부 외신 보도는 사실적인 근거도 없는 완전한 추측성 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소니 픽처스 해킹에 북한 해킹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를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12월21일 전화통화를 가진 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그 배후 세력으로 ‘미국의 혐의’가 중대하다면서 중국을 눈속임으로 사용하지 말라”면서 “미국은 국가 간 사이버 전을 촉발해서도, 참여해서도 안 되며 이는 인터넷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끝없는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향후 미국과 중국 수사 당국이 북한의 해킹부대와 그 해킹 행보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지만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기는 적어도 단시일 내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다. 사이버 테러는 치명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범죄’로 정확한 물증이나 진술 등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이밖에 자국 인터넷 불통을 미국 소행으로 단정한 북한 해커부대가 제3국 인터넷망을 통해 미국에 추가 보복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사이버 전력을 급속히 확대했으며 공격 능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012년 8월 김정은의 지시로 ‘전략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한 것과 사이버전 인력도 김정은 시대에만 3000명에서 약 6000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가 만든 한 코미디 영화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북한의 고립과 북·미 갈등을 심화하고, 중단된 북핵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재가 되는 양상이다.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싸고 긴장이 지속되는 한반도에 글로벌 사이버 전 촉발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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