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복? 중국 개입? 북한 인터넷 마비 추측 난무

등록 2015-01-05 14:13:22   최종수정 2016-12-28 14: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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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AP/뉴시스】2012년 9월20일 촬영한 사진으로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걸려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인터넷이 며칠째 불통인 가운데 북한 인터넷 마비와 관련해 미국 보복설 등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2014.12.31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북한의 인터넷이 며칠째 불통이 되면서 경제적으로 고립된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기회마저 상실했다.

 미국의 인터넷망 연결정보 제공업체 ‘딘 리서치(Dyn Research)’는 북한의 인터넷망이 24시간 동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지난 12월22일 오후 마비됐다고 밝혔다. 북한 인터넷은 이후 일시적으로 복구됐지만 지난 23일 새벽 다시 끊긴 후 북한의 인터넷과 휴대전화 3G망이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이 업체는 설명했다.

 딘 리서치는 북한 당국이 먹통이 된 인터넷을 복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의 인터넷 불통은 민감한 시점에 발생했다. 북한의 인터넷이 마비된 것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The Interview)’의 제작사인 소니영화사 해킹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발표한 이후라고 CNN이 보도했다.

 ▲ 북한 “인터넷 먹통은 미국의 소행”

 북한 당국은 영화 ‘더 인터뷰’의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은 공격을 당할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더 인터뷰’가 인터넷으로 배포되고 미 전역 300여 개 소형 독립영화관들이 이 영화를 개봉한 뒤 물리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또 소니영화사 해킹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미국이 이를 조작했다고 비난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지난 12월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인터넷 먹통 사태는 미국의 소행이라며 이에 대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이번 사이버전이 마치 우리의 소행인 듯 터무니없는 모략극을 벌이고 있다”며 “아무리 당한 피해가 처참하고 수치스럽다고 해도 함부로 남을 걸고 드는 못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어난 북한 인터넷 불통 사태에 대한 미국 개입 의혹에 대해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을 15번이나 방문한 CNN 방송기자 출신의 마이크 치노이 남캘리포니아대학(USC) 미·중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의 인터넷 먹통이 미국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치노이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인터넷망을 마비시켰는지 아닌지의 이슈가 아니다”라며 “이슈는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자체 인터넷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다운시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인터넷 불통이 미국의 소행이라고 판단하고 대응에 나설 준비에 나선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미국 개입설’에 부정적

 그렇다면 “북한 인터넷망 마비는 누구의 소행일까?”라는 물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평화의 수호자(Guardians of Peace·#GOP)’라는 단체가 소니영화사의 해킹을 자처한 반면 북한 인터넷 먹통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해킹 단체나 국가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 인터넷 마비가 소니 영화사 해킹과 아무 관련이 없고 북한 내부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이 모두 중국에 서버를 둔 것을 볼 때 북한 인터넷 마비에 중국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북한의 인터넷망이 완전히 멈춰선 사건에 중국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보도한 일부 외신들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일부 보도는 아무런 사실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보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화 대변인은 “이들 외신 보도는 신뢰할 수도 없고 무책임하다”며 “이런 보도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가능성은 북한이 특정 의도를 갖고 고의적으로 인터넷을 마비시킨 것이다. 

 사이버 안보 전문가로 미 연방수사국(FBI) 사이버분과 부국장을 역임한 숀 헨리는 “북한 당국이 ‘더 인터뷰’가 인터넷을 통해 북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다운시켰을 수도 있다”며 “그런 측면도 있지만,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방어적인 측면에서 그런 선택을 했을 소지가 매우 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딘 리서치 소속 연구원인 덕 메도리는 북한의 인터넷이 다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도리는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염두에 두고 고의로 웹사이트들을 다운시켰다고 하더라도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다.

 ▲ 미 국무부, 긍정도 부정도 안 해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인터넷 불통 원인을 추측할 수도 확인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하프 대변인은 미국의 보복 공격 가능성에 대해 “북한에 물어봐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미국이 이 같은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킹은 그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특정 국가가 아니라도 개인이 세계 어느 곳에서 감행할 수 있다며 이번 공격에 미국이 개입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니 영화사의 경우 제작사 측이 북한의 잇따른 경고에 일시적으로 상영 계획을 취소한 것이 많은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다. 디도스 방어 전문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대표인 매튜 프린스는 북한 인터넷 다운과 관련해 “사이버 공격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면 한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벌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린스 대표는 “만약에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면 미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그보다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개인 해커의 소행일 확률이 더 높다”고 미국 개입설을 일축했다.

 한편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는 북한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검열이 심한 국가라며 국가를 지배하는 엘리트들만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일반 주민들은 철저한 검열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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