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현대인을 괴롭히는 '대상포진'

등록 2015-01-05 14:13:09   최종수정 2016-12-28 14: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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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대상포진은 8가지 인간헤르페스 바이러스 중 3번째 바이러스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이다. 수두예방접종 혹은 수두를 앓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후근신경절(dorsal root ganglion)로 이동해 잠복하다가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돼 한 개 이상의 피부 분절을 침범하게 된다.

 대상포진은 피부 분절을 따라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 부위에 국한되는 병변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찌르는 느낌의 통증, 따끔거림, 화끈거림,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처음에는 크기가 다양한 붉은 색의 부어 오른 판, 반점, 구진 등 피부 발진이 발생하고, 12~24시간 이내에 군집된 물집이 병변을 뒤덮는다. 피부병변이 발생하기 이전에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병변이 몸통에 발생했을 경우 늑간근육통 등 갈비뼈 주변 통증, 늑막염, 심장계통질환, 위·십이지장 궤양, 담낭염, 신장 결석, 척추 디스크 등으로 생각하고 치료받다 뒤늦게 대상포진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은 전염성이 약하지만 신생아, 노인, 면역억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전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대상포진의 재발은 아주 드물다고 교과서에 기술돼 있으나 필자는 대상포진 재발 환자를 경험한 바가 많아 “대상포진은 재발하지 않는다”는 통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상포진의 무서운 점은 다양하고 고통스러운 합병증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포진 후 동통, 즉 대상포진 피부발진이 없어지고 나서도 지속되는 극심한 통증이다. 포진 후 동통은 대상포진 환자의 10~30%에서 발생하며 노인, 얼굴에 병변이 발생한 환자, 초기 대상포진 통증이 심하고 피부병변이 심한 환자일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다. 노인의 경우 50%까지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안구를 침범했을 경우 각막염 등이 흔하게 발생하며, 자칫 시력감퇴와 만성염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코끝과 코 내측 점막에 대상포진 수포가 생기는 것을 허치슨 증후라고 하는데 이 경우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눈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안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

 대상포진은 보통 감각 신경을 침범하지만 근육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근육 손상은 노인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며 75% 이상 회복되지만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얼굴 안면신경을 침범할 경우 다른 안면신경마비와 비교해 발병초기 마비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 배에 발생한 대상포진이 운동신경을 침범하게 되면 한쪽 복근이 마비돼 뱃살이 앞쪽으로 볼록하게 나오는 합병증이 생긴다. 몇 년 전 왼쪽 다리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후 운동신경에 문제가 생겨 왼쪽 발목이 위로 당겨지지 않는 현상(foot drop)이 1년 이상 지속된 특이한 환자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대상포진 치료는 항바이러스제가 중심이 되는데, 발진이 시작되고 72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하고 약물 투입이 늦은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스테로이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병변의 염증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쓰이며 초기의 급성 동통의 감소에 매우 효과적이다. 통증 조절을 위해서 다양한 진통제, 삼환계 항우울제, 국소마취연고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혼합한 신경차단 용액을 병변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도 효과가 좋다. 또한 헬륨네온 레이저 같은 저출력 레이저 치료와 젖은 생리식염수 거즈를 사용한 피부과 상처 소독 또한 염증과 상처회복에 좋다. 진물이 많이 나는 경우는 바셀린거즈 드레싱을 시행하고, 딱지가 떨어진 상태에서는 밀폐드레싱을 시행해 회복을 돕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상포진 백신이 개발되어 많은 병원에서 접종하고 있으며, 50세 이상 환자에게서 대상포진과 그 합병증의 예방효과가 입증되었다(한국 식약처는 2011년 승인).

 그러나 예방접종을 한다고 대상포진에 절대 안 걸린다는 말은 아니다. 환자들은 “대상포진을 앓았던 경우 접종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데 미국은 급성기가 지나서 증상이 완화되었을 때, 호주는 1년이 지났을 때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백신 권장사항에 따르면 60세 이상 환자에게 우선 권장하고 대상포진 과거력 유무와 상관없이 접종 가능하다.

 대상포진은 다른 바이러스 질환과 마찬가지로 매우 흔하며, 자연스러운 노화 이외에도 과도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등으로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건강한 마음과 몸을 유지하고, 적응증이 되는 경우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것을 권장한다. 한편 초기 치료가 중요하므로 대상포진이 의심되거나 정체불명의 피부 발진이 발생했을 경우 가까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진찰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형성 미라인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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