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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앞에 종교와 이념 넘어 하나 된 세계 정상들…테러에 굴복 않는다 연대 과시

등록 2015-01-12 16:07:14   최종수정 2016-12-28 14: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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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AP/뉴시스】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 15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17명이 희생된 테러 및 인질 사건을 규탄하는 대규모 행진이 진행됐다. 이날 행진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 세계 34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했다. 2015.01.12
전세계 수많은 도시, 테러 재발 방지 동참

【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오늘, 우리는 하나다."  테러 앞에 모든 이념과 종교, 이해관계의 벽은 무너졌다.

 11일 오후 프랑스 파리 공화국 광장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 40여명이 한 뜻, 한 마음으로 서로 팔을 걸었다. 프랑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에 반대하는 거리행진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함께 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파리의 테러범들을 연관 지으려 했다는 하마스의 비난 성명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몇 걸음을 사이에 두고 자리를 함께 했다.

 2013년 프랑스 군이 투입됐던 말리의 수장, 이브라힘 부바 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도 파리에서 타국 정상들과 함께 팔짱을 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왼쪽에 서서 올랑드 대통령과 팔을 걸었다. 메르켈은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올랑드 총리의 어께에 기대기도 했다.

 마리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의 가치, 문화, 그리고 이상"이라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여기에 모인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신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자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오늘 파리는 전 세계의 수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 행진에는 파리에서 160만 명 등 프랑스에서만 약 370만 명이 참가했다. 프랑스 당국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행진이라고 전했다.

 파리 시내는 빨간색, 흰색, 파란색의 프랑스 국기로 뒤덮였다. 몇몇 무슬림 그룹은 길가 한 편에 서서 하얀 장미를 흩뿌렸다.

 영국 가디언은 파리의 반테러 행진이 모든 종교, 나이, 국가를 넘어 하나 됐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인 친구 9명과 함께 행진에 참가한 패트릭 비데가레이는 "그들은 우리가 갈라지길 바라지만 우리는 모두 프랑스인"이라며 "오늘, 우리는 하나"라고 외쳤다.

 세네갈에서 프랑스로 온 지 35년 된 은디오구 디엥은 "나는 무슬림이기 때문에 여기 왔다. 나는 야만성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함께 한 다른 여성 무슬림 신도는 "테러범들은 이슬람 교리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우리 종교는 유대인을 사랑하고 기독교인을 사랑한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무슬림", "우리 모두 프랑스인", "우리 모두 경찰" 등이 적힌 푯말을 들었다. 인종도, 종교도 국경도 상관없었다.

 프랑스의 반테러 시위는 세계 곳곳으로 번졌다. 런던, 워싱턴, 로마, 빈, 마드리드, 몬트리올, 이스탄불,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수만 명이 참가했다.

 독일 베를린에는 1만8000명이 프랑스 대사관 앞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꽃이나 펜을 들었다. 몇몇은 테러 공격을 받은 파리의 주간지의 만화를 들어 보였다.

 2013년 마라톤 테러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낳은 보스턴에서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마라톤 테러 당시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코스타리카 이주민 캐롤은 "이제 프랑스 사람들을 도울 때"라며 행진에 함께 했다.

 분쟁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도 프랑스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시청에 모여 "이스라엘이 샤를리다"라는 푯말을 들었다.

 지난주 파리에서는 풍자 주간지 테러 공격과 유대인 수퍼마켓 인질극 등으로 17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주간지 샤를리 엡도를 공격한 테러범과 인질극을 벌인 범인의 공범들을 추적하고 있다. 프랑스는 향후 수 주 동안 최고의 경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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