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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고객 첫날밤 훔쳐본 발리 리조트와 계속 거래

등록 2015-01-19 15:58:32   최종수정 2016-12-28 14: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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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피해자 K씨가 지난해 11월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하나투어 홈페이지에서 구입한 인도네시아 발리 상품 소개 페이지. ‘하나투어’가 진행한다고 기재돼 있다. (K씨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국내 굴지의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자사의 해외여행 상품을 이용한 고객의 첫날 밤 알몸 장면이 노출되는 피해를 봤음에도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서기는커녕 유사 상품을 두 달이 다 되도록 버젓이 판매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린 K모(33·경기 안산)씨는 이 여행사의 상품을 구매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해리스 리조트 선셋로드의 1층에 묵게 된 K씨는 아내와 첫날밤을 보낸 뒤 알몸 상태로 커튼을 열었다가 방을 훔쳐보고 있던 현지인 리조트 직원을 발견했다. K씨 부부의 모든 것을 계속 훔쳐본 것이다. 

 K씨와 맞닥뜨린 이 직원은 당황해 도망쳤고, CCTV를 확인해 간신히 이 직원을 잡을 수 있었다.

 K씨는 사건 수습 과정에서 하나투어에 불만을 갖게 됐다.

 먼저 현지 여행 진행을 하나투어가 아닌 현지 교민이 소장으로 있는 K라는 랜드사(현지 여행사)가 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K씨는 “사건 다음날 만난 하나투어 현지 책임자는 알고 보니 하청업체 K사 대표였다. 가이드도 K사 소속이었다. K사 대표는 ‘일이 많을 때는 우리가 대행한다. 나중에 걸릴까 봐 비밀 없이 미리 말하는 것이다’고 했다”며 “분명히 하나투어 상품을 구매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청업체가 대행하고 있었다.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하청을 맡긴 것은 명백히 계약 위반이다”고 토로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행사들이 랜드사를 통해 해외여행 상품을 진행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K씨가 캡처해 놓은 해당 상품 설명에는 ‘국내 최대 여행업체인 하나투어가 행사 진행을 한다’, ‘하나투어로 해외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 여행사 중 유일하게 인기 여행지 직영 지사 운영으로 현지에서 발생할 문제에 대해 신속, 정확. 책임서비스로 불안감 제로!’라고 적혀 있다. 랜드사의 존재를 모르는 대다수 고객은 이 설명만 보고 하나투어가 직접 모든 것을 진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K씨는 “하나투어는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에 “모든 여행은 하나투어 현지지사가 현지에서 직접 진행한다”고 써놓은 채 고객을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다. 하나투어의 대응 방식도 K씨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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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하나투어가 고객에게 피해를 입힌 인도네시아 발리의 해리스 리조트 이용 상품을 2개월이 지나도록 판매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하나투어 홈페이지 캡처)
 K씨는 귀국 후 열흘이 지나도록 하나투어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기다리다 직접 하나투어에 연락해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K씨는 “K사 대표는 분명히 ‘하나투어에 보고했다’고 했다. 결국 하나투어가 내가 입은 피해를 무시해버린 셈이다. 이 또한 하나투어 현지 지사가 아닌 랜드사가 하청을 하고 있어 벌어진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분노했다.

 또 하나투어는 여행상품 가격의 20%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K씨는 이를 거부했다.

 K씨는 “가장 행복해야 할 첫날밤의 부부 관계와 알몸이 남에게 노출돼 뼈에 사무칠 상처를 입은 것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해당 리조트는 내게 5박 바우처를 제시했고, 하나투어는 내게 20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라. 하나투어 사장님은 얼마를 받으면 그런 것을 남에게 보여주겠는가”라고 항변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하나투어가 19일 현재까지도 문제의 리조트 이용 상품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씨는 “상식이 있는 회사라면 고객에게 그런 피해를 안겨준 리조트에 고객을 대신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하나투어는 나 몰라라 할 뿐만 아니라 그 리조트와 계속 거래하고 있다”며 “아내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상처를 다시 일깨울까 두려워 아무런 법적 조치를 밟지 않고 있지만, 멀잖은 장래에 하나투어에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는 “현지 리조트 직원이 저지른 잘못인 만큼 우리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지만, 우리 고객이 입은 피해인 만큼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금을 제시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또 “하나투어가 진행한다”는 문구에 관해서는 “하나투어는 발리에 현지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상품을 직접 진행하지 않으나 현지 협력업체인 랜드사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소개 페이지에 ‘하나투어가 진행한다’고 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지침상 판매하는 회사와 현지행사의 주체를 명시한 것으로 하나투어 책임으로 현지 협력업체인 랜드사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는 의미다”며 “해당 사건은 리조트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이긴 했으나 하나투어는 리조트에 대한 문제 제기, 남은 기간 고객 투숙 숙소 변경과 단독 행사(관광) 진행 등 고객 케어에 힘썼다. 또 리조트 측에 해당 직원 해고와 사법 당국 고발을 요구해 관철시켰다”고 강조했다.

 해당 리조트 이용 상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해리스 리조트 이용 상품을 현재 판매 중인 것은 맞다”며 “곧 판매 제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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