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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서촌의 새 명소, 우직함으로 반죽하는 강원도식 메밀”…‘잘빠진 메밀’

등록 2015-02-03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4: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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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통인동 ‘절빠진 메밀’의 ‘100% 메밀 물 막국수’.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서촌’.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아니 이미 서촌 붐에 한 몫 제대로 한 곳을 하나 더 찾아냈다. 바로 ‘잘빠진 메밀’(070-4142-1214)이다.

 개인적으로 2년 전 ‘폭풍 다이어트’를 한 뒤 요요 현상을 틀어막기 위해 면을 먹되 될 수 있는 대로 밀가루 국수 대신 칼로리가 낮은 메밀 국수나 쌀 국수를 먹으려고 노력 중인 사실을 잘 아는 선배가 귀띔을 해줬다.

 가기 전 포털사이트 검색. 처음 검색하는 데도 ‘잘빠진’이라고 입력하자 ‘잘빠진 메밀’이 자동완성되면서 수많은 블로그 포스팅이 쫙 뜬다. 연관 검색어가 ‘서촌 맛집’, ‘막국수 전문점’, ‘메밀 막국수’, ‘경복궁역’, ‘메밀 국수’인 것을 보니 나름 인기 높은 집임을 가늠할 수 있었다.

 주소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41-1.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통인시장 방면으로 500m 남짓이고, 거꾸로 통인시장 앞에서는 시장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50m를 내려가면 된다. 바로 서촌의 명소 ‘커피공방’ 지하 1층에 터를 잡았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벽에 사진, 그림 등을 담은 액자가 늘어섰는데 가장 먼저 우리를 맞는 것은 유치원 졸업 사진이다. 그리고 ‘울상인 아이가 2014년 6월14일부터 메밀 막국수를 만들고 있습니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울상이 아이는 바로 사장 민성훈(30)씨다. 사장이 직접 요리를 한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신뢰가 생긴다.

 30여 석. 작지만 아담하다. 실내는 창살, 창호지 등등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장식물들로 가득해 이 집이 토속음식인 메밀국숫집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대신 상호에는 ‘잘빠진’을 넣어 젊은 분위기를 냈다. ‘면이 잘 빠졌다’는 뜻인데 요요 현상에 민감한 내게는 왠지 ‘(칼로리가)잘 빠진’으로 들린다.

 자리에 앉아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봤다. 친절하게 사진으로 알려준다. 전문가가 찍지 않은 것이 완연한 사진들이 오히려 겉치레보다 속이 알찬 음식을 내오지 않을까 싶어 기대하게 한다.

 메뉴는 ‘100% 메밀 막국수(물/비빔)’(7000원), ‘100% 메밀 막국수 수육 정식(물/비빔)’(8000원)를 쌍두마차로 삼아 ‘오색 파전’(1만2000원), ‘전’, ‘전병’, ‘왕만두’를 뜻하는 ‘메밀 삼총사’(각 5000원)가 있다.

 겨울 메뉴로 ‘면발이 섹시한 순 메밀 온면(6000원), 풍만한 메밀 왕만둣국(7000원)이 준비된다.

 메밀요리가 아닌 것은 ‘유자에 Oh통통 수육’(소 1만2000원, 중 1만8000원, 대 2만4000원) 뿐이다.

 자리에 앉으니 메밀 차를 가져다준다. 100% 메밀 막국수 수육 정식을 물과 비빔으로 하나씩 주문하고, 메밀전병과 왕만두를 추가했다.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감촉은 따뜻하고, 향은 구수하다. 맛은… 메밀꽃밭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등의 일본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식 농을 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국수 양이 푸짐한 것이 일단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맛은?

 “오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예전에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1907~1942)의 생가가 있는 강원 평창군 봉평면을 찾아 먹어보며 느낀 감흥 그대로였다.

 알고 보니 여행업을 준비하던 민 사장이 강원도 여행 중 맛본 메밀국수 맛에 홀린 뒤 음식업으로 방향을 전환, 현지에서 조리법을 간신히 전수받아 지난해 6월 이 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 시작한 일이니 손님으로 넘쳐나 힘에 부치는 요즘도 반죽부터 조리까지 사장이 직접 한다. 

 수육 정식에는 돼지 수육 3~4점이 양파·부추김치, 유자청 소스와 함께 나온다. ‘돼지고기에는 새우젓’이라는 통념을 깨는 색다른 시도인데 달콤한 수육도 감칠맛 난다. 수육이 제대로 삶아진 덕인 듯하다. 맛있고 양도 적당한 데 일반 국수보다 1000원만 더 받아도 될까. “나중에 수육을 제대로 시켜달라는 뜻”이라지만 미안할 정도다.

 왕만두는 두께가 적당한 피와 알찬 속이 어우러져 맛깔스럽고, 다진 김치로 속을 채운 메밀전병은 가히 일품이다.

 민 사장에게 물어봤다. “이런 것들도 직접 만들면 너무 힘든 것 아니냐”고. 그러자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에서 정말 맛있는 메밀 만두와 전병을 만드는 공장을 찾아내 주문해서 가져오는 것입니다.”

 손수 만든다고 속여도, 아니면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도 될 텐데 곧이곧대로 밝히는 민 사장의 솔직함과 우직함이 오히려 이 집 음식을 신뢰할 수밖에 없게 한다.  

 술은 막걸리만 판다. 소주, 맥주도 팔면 메밀요릿집의 정체성이 깨질 것 같다는 것이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막걸리 샘플러’다. 이 집에서 판매하는 막걸리 10종 중 알밤·옥수수·지평·유자·개도 등 5종을 한 묶음(5000원)으로, 금정산성·산삼가득·호랑이·오디·산이 등 나머지 5종을 다른 묶음(6000원)으로 해서 나온다. 우리 술 막걸리를 골고루 맛보라는 뜻인데 젊은 층, 특히 여성들 사이에 호응이 뜨겁다.  

 매주 화~금요일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문 열고, 토요일은 같은 시간에 시작해 오후 11시에 문 닫는다. 일요일은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월요일은 쉰다. 민 사장이 직접 손반죽부터 조리까지 책임지다 보니 쉬는 날이 필요해서다.

 전통시장 인근인 덕에 주차는 가게 앞 대로변에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단, 평일 퇴근 시간대인 오후 5~8시에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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