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피부과 약은 정말 독할까

등록 2015-02-02 15:09:26   최종수정 2016-12-28 1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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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필자는 수많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면서 “피부과 약은 독한데 이렇게 먹어도 되나요?”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듣곤 한다.

 약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항암제 같은 강력한 독성을 갖는 몇몇 약에 비하면 피부과 약의 부작용은 상당히 경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환자는 피부과 약이 독하다고 믿고 있다.

 피부과에서 대표적으로 처방하는 약인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가 왜 “독하다”는 속설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정말 독한지 한 번 알아보겠다.

 히스타민은 인체의 비만세포, 호염구, 혈소판 등에서 합성되고 자극에 의해 분비되며 주로 가려움증과 혈관투과성을 증가시킨다. 쉽게 말해 접촉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두드러기 등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항 히스타민제는 바로 이 히스타민의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로 피부과에서 가장 흔하게 처방된다. 가려움·염증 감소 작용이 탁월하며 소위 말하는 요요현상이 거의 없다. 피부 질환에 흔히 처방되는 약물이기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면 진즉 시장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다만 최초 개발된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항콜린성 작용이 강해 구강비강점막 건조증, 변비와 소변장애, 시야 흐림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의 심각도와 빈도는 다른 약과 비교해 그렇게 높지는 않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이런 부작용을 완화시키면서 효과가 더 좋고 오래 지속되는 2,3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다양하게 출시되었다. 2,3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졸림 현상이 없으며, 이러한 장점 때문에 모 홍보 책자에는 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보건당국이 반드시 특정 질환 환자에게만 처방하도록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매달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으므로 누구나 부작용이 덜하고 효과가 좋은 2,3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기를 원할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좋은 약을 처방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약값을 인하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더 좋은 약을 처방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

 스테로이드는 세포 내 스테로이드 수용체에 의해 조정되며 강력한 면역억제작용과 항염증작용으로 피부질환 치료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피부과에서 사용되는 것은 주로 당질코르티코이드 스테로이드로, 이는 운동선수들이 복용해 문제가 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는 다른 물질이다.

 스테로이드는 일부에 의해 ‘부작용이 많은 나쁜 약’으로 매도되었지만 실제로는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고 다양한 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약이다.

 피부과에서 전신 치료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는 경구제제와 주사제제가 있다. 급성 접촉성 피부염이나 심한 두드러기 같은 급성 피부질환에 사용돼 탁월한 효과를 내며, 전신면역혈관질환(루프스·피부근염 등), 만성 난치 면역물집 질환(천포장·유사천포창), 유육종증과 같은 다양한 면역학적 피부 질환에 널리 사용된다.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성 만성 습진 등에는 의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제외한 전신투여는 권유되지 않으나, 급성 악화 시에는 사안에 따라 사용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고용량을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면 튼살, 골다공증, 동맥경화, 면역억제, 쿠싱증후군, 뇌하수체-부신피질억제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 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한다면 이런 부작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똑같은 칼이지만 강도가 들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무기가 되고 최고의 요리사가 들면 멋진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 약도 마찬가지다. 흔히 독하다고 믿고 있는 피부과 약도 현재는 부작용을 개선시킨 뛰어난 약물이 출시되었기에,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의 진찰 후 처방받는다면 독하다고 볼 수 없다.

 김형성 미라인성형외과 원장· 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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