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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후]기초생활수급 제외 비관 투신 50대男의 사연

등록 2015-02-04 11:48:48   최종수정 2016-12-28 14: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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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지난해 12월24일 오후 5시50분께 이모(58)씨가 서울 동대문구청 8층에서 투신,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씨의 시신에는 타살 흔적도, 현장에 유서도 없었다.

 언론에서는 마땅한 직업이 없던 이씨가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뉴스를 전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다가 제외된 이씨가 구청을 찾아 긴급복지지원 상담을 했지만 신청서류 미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자살을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 사정은 달랐다.

 이씨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원을 받았다. 여인숙을 개조한 월세 30만원짜리 방에 살았다.

 한때 수퍼마켓을 운영했던 이씨에게 40여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는 생활이 어려웠다. 생활이 어려워 구청 측 자활센터에서 일도 해왔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꾸준히 내야하는 30만원의 월세부터 당장 부담이었다.

 이에 이씨는 지난해 5월 기초생활수급을 해지했다. 한달에 8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구청 공공근로를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야 공공근로 신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씨는 한달에 8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구청 공공근로를 신청키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은 공공근로 신청이 불가했다. 그래서 이씨는 지난해 5월 기초생활수급을 해지했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이씨처럼 공공근로를 신청한 사람이 많았다. 대기자가 많아 올 2월에야 순번이 돌아오는 상태였다.

 이씨는 당장의 생활이 막막한 상황인데 공공근로도 하지 못하고 기초생활수급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 때 이씨가 택한 것은 일용직 노동이었다.

 12월이 되자 일용직도 줄었다. 월세도 세 달치가 밀려 주인 눈치보느라 방에도 못들어갔다. 길거리를 전전했다.

 그러던 중 이씨는 매월 39만9000원을 받을 수 있는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다시 구청을 찾았다. 상담창구 직원으로부터 실직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말을 들었다.

 긴급복지지원을 받으려면 실직 상태여야한다. 하지만 이씨는 이미 일용직 사무소에 등록돼있는 상태다.

 구청 직원은 일용직 사무소 연락처를 알려주면 확인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거절했다. 이후 다시 기초생활수급자 상담창구에 방문했다. 하지만 신청 후 수급비가 지급되는 건 1개월 후였다.

 그렇게 상담창구를 나선 이씨는 구청 8층에서 투신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다른 민원인의 경우 신청이 어렵다고 하면 큰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그냥 조용히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안하겠다하고 나가 이상하게 여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분이 1억원 이상의 사채를 썼더라"며 "저희 생각에는 사채 이자부담이 커서 그러지(투신) 않았나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씨 사건 이후 동대문구청은 기존 긴급복지 지원을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바꿔 운영 중이다. 구청을 비롯한 각 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 관련 부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예산도 종전보다 약 1.5배 늘었다. 올해부터는 최저생계비 150% 이하 지원에서 185% 이하로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급 대상 기준도 완화했다.

 사실확인은 후에 하더라도 지원부터 해주는 방식이다. 서류 등을 통한 확인작업에는 시간이 걸린다. 금융재산 관련 부분은 2주, 소득확인은 3~4주 가량 소요된다.

 구청은 이같은 확인작업 이전에 현장조사를 벌여 지원이 필요하다 싶으면 우선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런 다음 소득이 최저생계비 185% 이상이라거나 재산이 5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면 환수조치키로 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씨의 경우) 많이 안타까운 면이 있다"며 "이씨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선지급 후정산 외에 소외계층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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