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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갉아먹는 열정페이]③ 연극배우 공연수입 월 77만원

등록 2015-02-11 08:30:00   최종수정 2016-12-28 14: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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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만으로 못 먹고 살아 투잡은 기본  공연스태프 구두로 계약… 망하면 빈손 ‘국립’ 외 보수 너무 적어 30대엔 떠나야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대중문화·예술 중 공연계(뮤지컬·연극·클래식음악·국악·무용)의 ‘열정페이’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수치로 계량화하기 힘들어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 영화나 방송과 달리 산업화가 덜 된 탓이다.

  ‘고급문화’라는 인식 덕분에 고급 인력은 몰리지만 쓸만한 정규직 일자리가 없다. 전국 대학에 관련 학과는 우후죽순 생겨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주먹구구식으로 인력을 가져다 쓰는 풍토가 팽배하다.

 대학로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뮤지컬 보조 음악감독 A는 “주변의 뮤지컬 보조 스태프 일을 하는 친구들이 제작사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일을 시켜줄 테니 돈은 바라지 마라’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국내 티켓판매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판매된 지난해 공연 수익금은 약 4029억원 규모다. 이 중 뮤지컬 판매액은 절반에 가까운 1932억원이다. 이 통계를 근거로 현재 뮤지컬 시장 전체 규모를 추산해보면 약 3000억원이다. 공연계 중 그나마 산업화의 틀(5000억원 정도가 산업화 가능한 규모라는 게 업계 여론)을 갖춰가는 뮤지컬계 속사정이 이렇다.

 가장 힘겨운 분야는 연극계다.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3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를 보면 대략 가늠할 수 있다. 2012년 대학로의 연극시장 규모 및 현황을 파악한 결과 대학로 대표 연극인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30대 미혼 남자 배우’로 월평균 114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연극과 관련된 수입은 77만원에 불과했다.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

 연극 외에 다른 일을 해야 그나마 입에 풀칠할 수 있다. 공연 일은 한정돼 있고 페이가 낮기 때문이다. 30대 초 단역 연극배우 B는 “연극만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연극인들이 항상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는다”고 했다. 

 뮤지컬계도 마찬가지다. A 보조음악 감독은 “입시 철에 수입이 가장 좋다. 그때는 학원 강사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몇몇 대형 뮤지컬 제작사는 그나마 페이를 정당하게 지급한다. 하지만 음악팀을 비롯해 분장팀, 무대팀 등은 제작사와 건별로 계약한다. 보조 스태프는 그 팀에 속하게 된다. 팀에 주어지는 돈은 한정돼 있어 팀을 이끄는 음악감독, 분장감독은 예산에 맞춰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어떻게라도 경력을 쌓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열정을 적은 보수와 맞바꾼다.

 공정한 근로 계약서는 언감생심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들에게 장르별 ‘표준계약서’의 견본계약서 양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제작사마다 제각각이다. 구두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열정 페이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B는 “망해서 제작자가 도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러면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어 법적으로 구제받기도 힘들다”고 했다.

 게다가 공연계 종사자들은 본 공연 외에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 배우와 연주자들은 연습, 스태프들은 무대 세팅과 해체에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20대 중반의 보조 무대 감독 C는 “투잡할 시간도 빼앗긴다”면서 “저축은커녕 평소 쓸 용돈도 못 번다”고 토로했다.

 ◇클래식음악·국악·무용은 도제식 열정 페이 강요  

 클래식음악·국악·무용은 특히 산업화가 요원하다. 지난해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팔린 공연 티켓 판매 금액 4029억원 중 클래식음악·무용/전통예술(국악 등)의 판매 금액은 210억원에 불과하다. 배우와 스태프로 열정을 쏟아붓기보다 도제식으로 스승에게 배운 뒤 수익을 도모해야 하는 분야다.

 이 분야 청년 중 가장 잘 풀린 사례는 국립단체 입사다. 하지만 극히 소수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퓨전 국악계에 몸담은 20대 후반 여성 D는 “국립단체에 입사하지 못하면 보수가 워낙 적어 30대가 넘어가면, 특히 남성들은 이 분야를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대학원 조교로 일하는 경우도 금전적인 보상은 없다. 조교라는 핑계로 되레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무용계에 몸담은 30대 초 여성 E는 “조교로 일하는 친구 중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고 알렸다. D는 “국악계는 폐쇄적이라 그나마 선생님들 눈에 들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국악계 화두는 대중화다. 이에 따라 퓨전국악팀이 수없이 늘어났다. 유망주들이 이리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사정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D는 “퓨전국악팀에서 일하면서도 페이가 적어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을 자주 봤다”고 전했다. “국악 강사의 경우 4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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