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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③]금녀의 영역, 도전하는 여성들

등록 2015-02-24 14:38:14   최종수정 2016-12-28 14: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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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통적으로 남성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군인, 경찰, 소방, 건설 분야에 참여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한 여성 소방관이 충남 천안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제6회 인명구조사 2급 실기평가’에서 기초역량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여성의 영역에 남성들이 뛰어들듯 여성 중에도 남성의 영역에 참여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군인, 경찰, 소방, 건설 분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성의 분야에 뛰어든 많은 남성이 그들만의 유리한 조건들을 활용해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초반부터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놓은 편견과 선입관에 발목을 잡히기 쉽고, 이를 용케 벗어난다고 해도 유리 천장에 부딪혀 뻗어 나가는 데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리, 패션·헤어 디자인, 애견 미용 등 여성 직업군에서 일하는 남성들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경력과 실력을 쌓다 행여 유리 천장에 부딪힐 경우 직접 창업해 대중을 상대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반면 남성 직업군은 이미 공고히 구축된 조직 안에서 여성들이 갖가지 악조건을 이겨내면서 뻗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유리 천장이 자신을 가로막았다고 내 마음대로 군대를 창설할 수도 없고, 경찰이나 소방 조직을 만든다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다.

 건설 분야라면 여성도 창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리 천장 못잖게 두꺼운 유리 벽이 또 다시 가로막고 나선다.

 여성 차별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여군 1만 명 시대를 앞둔 군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준 여군을 상대로 한 남성 상급자들의 성폭력 문제를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2002년 1월 양승숙 간호사관학교장이 국내 최초로 여성 장군이 된 이후 지금까지 탄생한 여성 장성은 10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1명이 법무병과, 2명이 전투병과이고, 7명은 간호병과다. 또 전·현직을 포함해 소장이 된 여군도 없고, 야전군 사령관에 오른 여군도 없다. 우리 여군이 갈 길이 한참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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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뉴시스】강진형 기자 = 전통적으로 남성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군인, 경찰, 소방, 건설 분야에 참여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경북 영천시 고경면 육군3사관학교에서 52기 여생도들이 각개전투 훈련에 앞서 위장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2월 공군사관학교는 제62기 졸업식을 앞두고 수석졸업생인 여생도에게 2등상인 국무총리상을, 대통령상은 차석인 남생도에게 수여하려다 논란을 빚었다. 또 2년 연속 여생도가 수석으로 졸업한 육군사관학교가 일반학 비중을 낮추고 군사학과 군사훈련, 체육의 비중을 높이는 등 성적 산출 방식을 여생도에게 불리하게 변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련의 사건으로 군이 유리 천장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속내를 가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여성 차별은 일반 기업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7월 5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시 평가 결과가 비슷할 때 선호하는 성별이 있는지’에 관해 물은 결과 45.5%가 “지원자의 조건이 비슷하면 남성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여성을 선호하는 기업은 14.5%에 그쳤다.

 남성 지원자를 더 선호하는 이유로는 “강도 높은 업무도 잘할 것 같아서”가 46.6%로 가장 많았다. 선호 성별이 있는 기업 중 42.2%는 “역량은 부족하더라도 성별 때문에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킨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남성 선호 기업이 여성 선호 기업보다 많은 만큼 남성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봤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

 입사 후에도 여성의 불이익은 이어졌다. 설문 기업의 30.9%는 동일 연차 시 성별에 따른 급여 인상 및 지급 수준을 갖고 있었고, 그중 93.3%가 “남성 직원이 더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승진 시 성별 차이를 둔다”는 기업도 26.4%를 차지했다. 그중 94.8%는 “남성 직원이 (승진과 연봉 인상이) 더 빠르다”고 실토했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비관할 필요는 없다.

 국내 최초 여성 법무관으로 군 사법 최고기관인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이은수(예비역 준장·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여성이 유리 천장을 뚫을 수 있으려면 기본에 충실하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힘들 수도 있지만, 군처럼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여성이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어서 어느 단계에만 올라가면 오히려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낸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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