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다연승' 송골매 LG 거침없네

등록 2015-02-10 14:02:17   최종수정 2016-12-28 14: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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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LG 김종규가 SK에 95-71로 승리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2015.0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송골매의 고공비행이 심상치 않다. 남자 프로농구 창원 LG는 2015년 새해 치른 11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했다. 11연승은 10개 구단 전체에서 올 시즌 최다연승이다.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시즌 초반 중하위권에서 머뭇거리던 LG는 없다. LG는 4일 기준으로 23승20패, 4위에 자리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기정사실이다. 몇 위로 올라 어떤 대진이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11연승을 본 많은 관계자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LG를 우승후보로 꼽는다. 화려한 서울 SK, 탄탄한 울산 모비스도 최근 맞대결에서 모두 LG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엇이 LG를 이렇게 바꿔 놓았을까.

 ▲‘앵그리’ 제퍼슨, 진짜 화났나

 LG 상승세의 중심은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29)이다. 경기당 22.03점을 올려 득점부문 1위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불성실한 이미지 탓에 평가는 엇갈렸다. 코트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고, 코트 밖에서도 기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제퍼슨의 부진은 LG의 침몰로 설명됐다. 시즌 초반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한동안 뛰지 못했다.

제퍼슨이 부활한 사연이 독특하다. 그에 대한 비판이 그를 바꿨다. 제퍼슨은 “우리 구단은 물론 주위에서 ‘내가 지난해 같지 않다’는 등 부정적인 말들을 했다. 내 귀에 다 들렸고, 그것이 나를 화나게 했다”며 “요즘 분노를 코트에서 풀고 있는 중이다”고 했다.

제퍼슨은 11연승 동안 평균 32분34초를 뛰며 28.55점을 기록, 상대를 압도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17점 11어시스트 11리바운드로 트리플더블(한 선수가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스틸·블록슛 5개 부문 중 3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하는 것)을 달성했고, 25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최다인 41점을 쓸어 담았다. 괴물 같다.

 한 관계자는 제퍼슨을 두고 과거 실업 농구대잔치 시절에 코트를 주름잡았던 허재(50) 현 전주 KCC 감독을 연상했다. 술을 즐기는 모습 때문이다. 제퍼슨은 시즌 중이라도 외박이나 휴가가 주어지면 이태원 등지에서 확실하게 회포를 푼다. 경기에 지장을 준다면 골칫거리다. 하지만 제퍼슨은 적당한 스트레스 해소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외국인선수 평가에 인색한 유재학(52) 울산 모비스 감독마저 “제퍼슨은 일당백이다. KBL에서 뛸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정규리그 우승 포스 나왔다

 LG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등극에 국가대표 슈터 문태종(40)과 신인 김종규(24)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제퍼슨과 낸 시너지가 대단했다.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문태종과 김종규는 태극마크를 달고 지난해 농구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12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궜지만 정작 프로리그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충분히 쉬어야 할 여름에 진천선수촌에서 녹초가 되도록 운동만 했다. 대회 일정도 빠듯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10월에 있어 시즌 개막 직전에 끝났다. 체력 부담을 느낀 두 선수는 초반에 제 컨디션을 보여줄 수 없었다. 나이가 많은 문태종은 코칭스태프의 판단에 따라 출전을 자제했다. 김종규는 오른쪽 발목 부상까지 왔다. 전력 손실이 상당했고, 자연스레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문태종과 김종규가 복귀하자 달라졌다. 제퍼슨을 중심으로 틀이 잡혔다. 주축이 없는 동안 버틴 김시래(26), 유병훈(25) 가드진과 김영환(31)은 더 힘을 냈다. 시즌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던 기승호(30)도 1월에 복귀했다. 정규리그 1위에 올랐던 지난 시즌 위용을 다시 갖췄다. 폭발력이 대단했다. 속공이 살아난 점도 꼭 닮았다. LG는 경기당 속공 4.60개로 전체 1위다. 김시래, 유병훈의 속공 전개능력이 뛰어나고, 김종규와 제퍼슨 등이 모두 속공에 가담할 수 있다. 상대에게 매우 껄끄러운 요소다. 김진(54) LG 감독은 “속공 과정에서 실책이 많이 나와 어려웠는데 4라운드 중반부터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속공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효과도 봤다”고 했다.

 ▲‘만수’ 유재학 감독도 울렸다

 LG가 연승을 달리는 중에도 한 가지 의문후보는 붙었다. ‘진짜 강호’와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는 모비스와 SK. 지난달 27일 창원에서 열린 LG와 모비스의 경기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모비스는 선두 경쟁 중이었고, LG는 8연승 중이었다. 예상대로 모비스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시종일관 LG를 괴롭혔고, 4쿼터 초반까지 열세였다. 하지만 제퍼슨의 4쿼터 활약을 앞세워 81-74 역전승을 거뒀다. 조직력이 탄탄한 모비스 같은 팀을 상대로 역전승은 매우 어렵다. LG의 세기를 느낄 수 있다.

 이날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 기자들보다 먼저 와 기다렸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통상적으로 기자들이 자리를 채우면 구단 관계자를 통해 감독이 나중에 입장한다. 유 감독은 기자들을 보자마자 “LG, 정말 세네. 완전히 지난 시즌이네”라며 혀를 내둘렀다. 가끔 엄살을 부리기는 하지만 이런 반응은 쉽게 볼 수 없다. 유 감독은 또 자신의 판단 실수를 인정하며 “오늘 경기는 감독인 내가 개인적으로 후유증이 좀 남을 것 같은 경기”라고까지 했다. LG의 예리함이 ‘만수(만 가지 수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로 불리는 유 감독까지 울게 했다.

 ▲진풍경? 상위 팀이 오히려 LG 견제

 이렇게 되자 최근 우스갯소리가 돈다. 상위권 팀들이 플레이오프 대진을 고려해 LG의 순위를 눈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팀 감독들은 정도를 강조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다. 플레이오프 대진은 정규리그 1위가 4위-5위의 승자와 2위가 3위-6위의 승자와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방식이다. 여기서 승리한 팀끼리 7전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변수가 있지만 LG는 4위가 유력하다. 최근 페이스라면 순위가 내려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상승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3위 원주 동부(28승14패)와의 승차가 5.5경기 차로 뒤집기 쉽지 않다.

 LG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긴다고 가정할 때, 정규리그 1위 팀이 LG를 만나야 한다. 우승을 위해선 어차피 넘어야 할 상대라곤 하지만 오히려 1위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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