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전염병' 홍역 확산…미국이 떨고 있다

등록 2015-02-24 09:02:59   최종수정 2016-12-28 14: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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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시하 무노즈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그린브레에 있는 타말파이스 소아과 병원에서 홍역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린브레=AP/뉴시스>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선진국 미국에서 대표적 후진국형 전염병인 홍역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주(州) 애너하임에 위치한 디즈니랜드에서 첫 홍역환자가 발병한 후 2월 초까지 미국 17개주에 걸쳐 121명의 홍역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P)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1주 동안 네바다, 델라웨어, 뉴저지 등 3개주와 워싱턴에서 환자 19명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홍역이 처음 발생한 디즈니랜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환자수가 88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는 점에서 미국 전역에서 홍역이 창궐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국은 당시 추세라면 2000년 미국에서 홍역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한 이래 환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의 644건을 쉽게 초과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런데 홍역은 홍역 항체가 생겨 평생 홍역에 걸리지 않는 백신이 있어 100%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아무리 빈곤층이라도 홍역 백신 접종은 어려운 일이 아닌 미국에서 예방 가능한 전염병인 홍역이 갑작스레 미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백신 안전성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홍역 백신이 자폐증 등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그동안 미국 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부모는 이 때문에 자녀를 보호한다며 홍역 백신을 접종시키지 않고 있다. 백신 안정성을 100%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홍역에 걸리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극단적 주장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 홍역이 확산하면서 홍역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권 주자들 ‘예방 의무화’ 충돌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랜드 폴 상원의원 등 공화당 대권주자들은 홍역백신 접종은 부모의 자유의지로 결정해야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지구는 둥글다”며 “홍역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진실”이라며 백신접종을 옹호하고 나섰다.

 홍역 백신접종을 놓고 양당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빚으면서 홍역 백신이 정치 이슈화하는 모습이다.

 홍역백신 접종을 둘러싼 공화·민주 양당 대권주자의 의견대립은 기본적으로 정부 역할을 바라보는 양당 간 정치철학의 차이 때문이다.

 공화당은 시장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정부 역할은 최소화하는 한편 개인의 결정에 정부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작은 정부론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시장실패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개선해야 한다는 큰 정부론을 소중한 규칙으로 여기고 있다. 공화당은 백신접종 의무화를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보지만, 민주당은 일부 자유의지를 침해하더라도 홍역이 창궐, 다른 아동까지 위험에 빠트리는 상황을 방지하자는 공중보건차원에서 백신접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미국 내 여론은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의학계는 백신접종은 100% 안전하다며 정치인들이 의학계 의견을 존중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지양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자유지상주의자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포퓰리즘을 중단하라는 주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NBC TV에 출연, “당연히 부모가 자녀에게 홍역백신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미국의 홍역 감염 확산이 이례적이라 해도 유럽과 아시아도 홍역에 안전하지는 않다. 유럽의 선진국 독일에서도 역시 홍역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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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미국 국립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4일(현지시간) 제공한 홍역 바이러스 입자(가운데) 사진. 홍역은 공기 중 기침이나 재채기로 전염되는 감염성 질환이다. 2015.02.05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월7일(현지시간) 올해 1월 한 달간 독일에서 새로 발견된 홍역 감염 사례는 254건으로, 전체 인구 수 대비 발병률은 미국의 10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인구가 미국의 4분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인구 수 대비 발병률은 독일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세계 각국 홍역 감염 공포 확산

 독일의 최근 감염 사례는 주로 성인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1970~1990년 태어난 사람들은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독일 내 만 1세 아동의 백신 접종률은 높아 2월 기준으로 97%에 달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집계했다. 

 독일에서 홍역 감염 사례가 처음 인지된 것은 지난해 10월로 감염자는 주로 세르비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에서 독일로 온 망명자다. 이들은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과정에서 백신을 맞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에서는 홍역 감염 공포가 중국에서 확산됐다.

 중국 관영 인민망(人民網)은 베이징(北京)시 질병통제센터 측을 인용, 지난 1월22일 시내 한 대형건물에서 홍역 환자 23명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보건당국은 홍역 확산 차단을 위해 즉각 이 건물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함해 모두 3462명에게 백신을 접종했고 이 시점을 전후해 새로 감염된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 들어 베이징에서는 홍역 감염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월 말 베이징에서 발생한 홍역 환자는 모두 142명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30% 증가한 수치다.

 이에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홍역은 통제할 수 있으니 당황할 필요가 없다”며 시민들에게 개인위생에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도 필리핀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어 이런 나라로 여행할 땐 반드시 사전에 홍역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홍역 환자는 442명으로 2013년 107명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이 중  96.8%(428명)는 해외 유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었다. 해외여행 중 홍역을 옮아온 뒤 집단생활을 하는 대학생이나 어린이 등에게 전파돼 감염자가 급증했다.

 홍역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MMR(홍역·유행선이하선염·풍진 혼합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생후 12~15개월과 만 4~6세에 1차례씩 접종토록 권장한다. 2회 접종을 받지 않은 청소년과 성인은 출국 2주 전까지 최소 1번이라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생후 6~11개월 영아가 홍역 유행국가로 여행을 가는 경우에도 1차례 접종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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