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터 vs '반 블래터' 3인…FIFA 회장선거 4파전
임기 4년인 FIFA 회장은 연간 약 2조5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이로 인해 ‘세계 축구 대통령’이라고도 불린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FIFA 차기 회장에 총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5선에 도전하는 제프 블래터(79) 현 FIFA 회장을 비롯해 알리 빈 알 후세인(41) 현 FIFA 부회장, 미하헬 판 프라흐(68) 네덜란드축구협회장, ‘포르투갈 축구 전설’ 루이스 피구(43) 등이다. 블래터 회장과 그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반(反)블래터 후보 간의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완성됐다. 현재까지의 판세는 블래터 ‘1강(强)’과 나머지 3명의 ‘3약(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3명 후보 간의 연대가 이뤄질 경우 전세는 역전될 수도 있다. ▲17년 집권 블래터 “할 일 남았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 1998년 FIFA의 제8대 수장에 올랐다. 이후 4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17년 동안 FIFA를 이끌고 있다. 이는 줄 리메(사망·프랑스·FIFA 회장 재임기간 34년)와 주앙 아벨란제(사망·브라질·FIFA 회장 재임기간 24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최장수 FIFA 회장에 해당한다. 블래터 회장은 행정가로서 뛰어난 업적을 쌓아왔다. 그가 회장에 오른 후 월드컵 수입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치솟았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축구 저변 확대에도 힘써왔다. 유럽에 편중되다시피 했던 월드컵은 블래터 재임 후 아시아(2002년 한일월드컵)와 아프리카(2010년 남아공월드컵), 남미(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열렸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블래터의 ‘청렴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독단적인 의사결정도 비판의 대상이다. 2009년 올림픽 출전 선수 연령을 23세 이하에서 21세로 낮추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고 2010년에는 관례를 깨고 2018년(러시아)과 2022년(카타르) 월드컵 개최국을 한 번에 결정했다. 자신을 향한 여론이 나빠지자 블래터 회장은 2011년 제11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당시 그는 “4선 이후로는 더 이상 회장직에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임기 종료 시기가 다가오자 블래터 회장은 다시 말을 바꿨다. 그는 최근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곧 임기가 끝나지만 내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나와 FIFA 관계자들은 지금의 FIFA를 만들어냈고 앞으로 새로운 FIFA를 만들어 갈 것이다. FIFA 같은 큰 단체를 과연 누가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여러분이 결정해 달라”고 5선 도전을 선언했다. 행정가로서의 능력과 부패한 수장이라는 명암 속에 블래터 회장이 또 한 번의 연임에 욕심을 내고 있다. 현재 남미와 아프리카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은 블래터 회장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래터 회장의 대항마를 자청한 후보는 3명이다. 모두 FIFA 개혁을 외치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알리 빈 알 후세인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달 요르단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이제 행정적인 논란을 떠나 스포츠 그 자체로 초점을 옮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주변에서 변화를 위한 시간이 됐다는 메시지를 많이 들어왔다. 이를 위해 FIFA 회장이 되려고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의 동생인 알리 왕자는 현재 FIFA 부회장이자 요르단축구협회 회장이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회장도 맡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미셸 플라티니(58)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가까운 협력관계다. 지지기반이 탄탄하다.
축구스타 피구는 막차를 탔다. 그는 지난달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FIFA는 팬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축구는 더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 스포츠이고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나는 그동안 축구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이제는 내가 축구 발전을 위해 일을 하려고 한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피구는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다. 1989년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을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에서 맹활약했다. 각 리그 정규리그 및 컵대회 우승을 경험했고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던 2002년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1991년부터 2006년까지 국가대표로 뛴 피구는 127경기에 출전해 32골을 넣었다. 포르투갈의 황금시대를 이끌며 에우제비오 이후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발롱도르, 2001년에는 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현재 조세 무리뉴(52) 첼시 감독, 로날드 쿠만(52) 사우샘프턴 감독 등 현직 지도자들이 피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