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터 vs '반 블래터' 3인…FIFA 회장선거 4파전

등록 2015-02-24 09:03:47   최종수정 2016-12-28 14: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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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뉴시스】지난 1월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소년축구대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프 블래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모습. 2015.2.11.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세계 축구계를 움직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차기 수장을 뽑는다. FIFA는 오는 5월30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제12대 회장을 선출한다. 현재 FIFA에는 209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선거는 회원국이 1표씩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총 유효표 중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는 후보가 회장으로 당선된다. 만약 3분의 2 이상을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재투표를 실시해 과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회장직에 오른다.

 임기 4년인 FIFA 회장은 연간 약 2조5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이로 인해 ‘세계 축구 대통령’이라고도 불린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FIFA 차기 회장에 총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5선에 도전하는 제프 블래터(79) 현 FIFA 회장을 비롯해 알리 빈 알 후세인(41) 현 FIFA 부회장, 미하헬 판 프라흐(68) 네덜란드축구협회장, ‘포르투갈 축구 전설’ 루이스 피구(43) 등이다. 블래터 회장과 그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반(反)블래터 후보 간의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완성됐다. 현재까지의 판세는 블래터 ‘1강(强)’과 나머지 3명의 ‘3약(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3명 후보 간의 연대가 이뤄질 경우 전세는 역전될 수도 있다.

▲17년 집권 블래터 “할 일 남았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 1998년 FIFA의 제8대 수장에 올랐다. 이후 4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17년 동안 FIFA를 이끌고 있다. 이는 줄 리메(사망·프랑스·FIFA 회장 재임기간 34년)와 주앙 아벨란제(사망·브라질·FIFA 회장 재임기간 24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최장수 FIFA 회장에 해당한다. 블래터 회장은 행정가로서 뛰어난 업적을 쌓아왔다. 그가 회장에 오른 후 월드컵 수입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치솟았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축구 저변 확대에도 힘써왔다. 유럽에 편중되다시피 했던 월드컵은 블래터 재임 후 아시아(2002년 한일월드컵)와 아프리카(2010년 남아공월드컵), 남미(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열렸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블래터의 ‘청렴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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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뉴시스】알리 빈 알 후세인(41)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지난 2012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2.11.
 사실 그는 과거 FIFA 사무총장 시절부터 전임자인 아벨란제 회장과 더불어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회장 취임 후에도 돈과 관련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2001년 FIFA의 마케팅을 대행하며 막대한 월드컵 수입을 관리해온 ISL(International Sports Leisure)이 파산했을 때 블래터 회장과 아벨란제의 공금유용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02년에는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미셸 젠 루피넨 당시 FIFA사무총장이 블래터 회장의 부정을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독단적인 의사결정도 비판의 대상이다. 2009년 올림픽 출전 선수 연령을 23세 이하에서 21세로 낮추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고 2010년에는 관례를 깨고 2018년(러시아)과 2022년(카타르) 월드컵 개최국을 한 번에 결정했다. 자신을 향한 여론이 나빠지자 블래터 회장은 2011년 제11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당시 그는 “4선 이후로는 더 이상 회장직에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임기 종료 시기가 다가오자 블래터 회장은 다시 말을 바꿨다. 그는 최근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곧 임기가 끝나지만 내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나와 FIFA 관계자들은 지금의 FIFA를 만들어냈고 앞으로 새로운 FIFA를 만들어 갈 것이다. FIFA 같은 큰 단체를 과연 누가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여러분이 결정해 달라”고 5선 도전을 선언했다.

 행정가로서의 능력과 부패한 수장이라는 명암 속에 블래터 회장이 또 한 번의 연임에 욕심을 내고 있다. 현재 남미와 아프리카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은 블래터 회장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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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네덜란드)=AP/뉴시스】미하헬 판 프라흐(68) 네덜란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2.11.
▲“이제 바꿔야!”…개혁 외치는 3인방

 블래터 회장의 대항마를 자청한 후보는 3명이다. 모두 FIFA 개혁을 외치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알리 빈 알 후세인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달 요르단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이제 행정적인 논란을 떠나 스포츠 그 자체로 초점을 옮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주변에서 변화를 위한 시간이 됐다는 메시지를 많이 들어왔다. 이를 위해 FIFA 회장이 되려고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의 동생인 알리 왕자는 현재 FIFA 부회장이자 요르단축구협회 회장이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회장도 맡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미셸 플라티니(58)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가까운 협력관계다. 지지기반이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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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엔펠트(독일)=AP/뉴시스】2006년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에 차출된 루이스 피구(43)가 독일 마이엔펠트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15.2.11.
 미하헬 판 프라흐 네덜란드축구협회장은 후발 주자다. 그는 네덜란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나는 FIFA에 대한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이제는 FIFA를 정상적인 조직으로 되돌려야 할 때다. 모든 관심과 초점도 축구에만 맞춰야 한다”며 “내가 블래터 회장의 연임을 막고 이것들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아약스 전 회장이자 현 유럽축구연맹(UEFA) 집행위원인 판 프라흐 회장은 대표적인 ‘반 블래터’ 인사다. 그는 지난해 6월 있은 FIFA 총회 만찬에서 “FIFA는 인맥에 근거한 낡은 정치로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있다. 사람들은 FIFA를 떠올릴 때 부정부패, 뇌물수수 등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며 “블래터 회장은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 내년 있는 재선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블래터 회장이 5선에 도전하자 판 프라흐 회장도 ‘블래터 연임 막기’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워 직접 FIFA 회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축구스타 피구는 막차를 탔다. 그는 지난달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FIFA는 팬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축구는 더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 스포츠이고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나는 그동안 축구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이제는 내가 축구 발전을 위해 일을 하려고 한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피구는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다. 1989년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을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에서 맹활약했다. 각 리그 정규리그 및 컵대회 우승을 경험했고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던 2002년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1991년부터 2006년까지 국가대표로 뛴 피구는 127경기에 출전해 32골을 넣었다. 포르투갈의 황금시대를 이끌며 에우제비오 이후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발롱도르, 2001년에는 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현재 조세 무리뉴(52) 첼시 감독, 로날드 쿠만(52) 사우샘프턴 감독 등 현직 지도자들이 피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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