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해결사'…이래서 기성용~ 하는구나

등록 2015-03-03 08:40:10   최종수정 2016-12-28 14: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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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꽃미남 스타’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최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 호주아시안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27년 만의 결승 진출에 공헌한 그는 세계 최고 프로축구 리그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 미드필더로 맹위를 떨치는 중이다. 최근 박지성(34)이 보유한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골(5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과거 돌발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기성용이지만 순전히 축구 실력만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기성용 없는 국가대표팀, 스완지시티를 상상하기 어렵다. 이래서 다들 기성용, 기성용 하는가보다.

 ▲‘박지성 기록’을 넘는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프리미어리그 개척자이자 최고 스타였다.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뛰며 아시아 축구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각종 컵 대회를 포함해 통산 205경기(리그 134경기)에 출전, 27골(19골)을 넣었다. 연고지 맨체스터시의 사람들에게 ‘한국은 박지성의 나라’ ‘박지성은 곧 한국’이었다. 기성용이 박지성의 아성에 도전한다. 기성용은 지난달 21일 자정(한국시간) 웨일스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4~2015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에서 시즌 5호골을 터뜨렸다. 팀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값진 동점골이었다. 스완지시티는 2-1 역전승을 거뒀다. 기성용의 5호골은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을 입고 2006~2007, 2010~2011시즌에 기록한 최다골과 타이다. K리그 FC서울에서 유망주로 평가받던 기성용은 2009년 12월 스코틀랜드의 셀틱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유럽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타고난 신체조건(186㎝)을 바탕으로 빠르게 적응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2012년 스완지시티로 이적하며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승승장구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정적인 볼 배급과 완급조절, 정확한 슈팅력이 높게 평가 받았다. 기성용은 올 시즌 12경기를 남겨뒀다. 박지성의 5골 기록을 경신할 게 유력해 보인다. 그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골을 터뜨려 맨유를 울렸다. 맨유와의 2경기에서 모두 골 맛을 봤다. 이는 아시아 선수로 최초다. 선배 박지성처럼 기성용도 ‘강팀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축구 본고장 영국도 주목한다

 ‘기성용의 골은 곧 승점이다.’ 스완지시티의 새로운 공식이다. 기성용이 골을 기록한 5경기에서 팀은 4승1무를 기록했다. 팀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어김없이 해결사로 돌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다. 농구로 비유하자면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는 포인트가드가 가장 확실한 공격옵션인 셈인 것과 같다. 이례적이다. 자연스레 팀에서 입지도 대단하다. 기성용이 호주아시안컵 대표팀 차출로 팀을 떠나게 되자 영국 언론은 일제히 스완지시티의 전력 공백을 크게 다뤘다. 게리 몽크(36) 감독도 기성용을 ‘핵심’이라고 언급하며 공백을 아쉬워했다. 기성용이 빠지자 스완지시티도 무너졌다. 허리 라인의 중심이 없자 밸런스를 잃었다. 기성용이 결장한 동안 스완지시티는 3경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내용이 좋지 않았고, FA컵에서는 아예 탈락했다. 감독과 팀 모두 기성용의 복귀만 학수고대한 까닭이다. 몽크 감독은 기성용이 돌아오자 “지난 한 달간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기성용은 비중이 매우 큰 선수다. 그동안 간절히 기다렸다”고 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맨유전에서 골을 터뜨린 기성용을 26라운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올렸다. 세계적인 명장이자 경쟁팀 첼시FC의 주제 무리뉴(52) 감독도 “기성용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미드필더이지만 빈 공간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고, 상황을 판단해 상대팀 페널티박스로 파고드는 능력을 갖췄다. 좋은 선수”라고 호평했다. 축구의 본고장 영국에서도 기성용을 향한 시선과 관심은 대단하다. 빅 클럽들도 이제 계산기를 꺼낼 게 뻔하다.

 ▲결혼하더니 묵직해졌다

 기성용은 과거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원숭이 세리머니를 했다. 애국가 중에 왼손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팬과 대표팀 감독을 향해 불손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실력은 갖췄지만 경솔한 그의 언행에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기성용을 찾았다. 기성용은 2013년 7월 배우 한혜진(34)과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부쩍 성숙해졌다는 말들이 많다. 가장이 되면서 책임감이 강해졌고, 자연스레 그라운드 안팎에서 긍정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기성용은 호주아시안컵에서 주장을 맡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진짜 주장’의 그것을 보여줬다. 호주와의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브라질월드컵의 아픔을 기억하는 국민은 명확하고, 훌륭했던 아시안컵 대표팀의 과정에 높은 점수를 줬다. 1년새 기성용과 대표팀을 향한 평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기성용은 호주아시안컵을 마치고 “월드컵과 아시안컵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는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드렸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통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마음가짐과 태도가 예전과 모두 바뀌었다”고 했다. 많이 묵직해졌다.

 ▲이젠 아빠 된다…‘젖병’ 세리머니

 기성용은 맨유와의 26라운드에서 골을 터뜨린 후, 오른 엄지로 젖병을 빠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젖병 세러모니’는 선수들이 아내가 임신했거나 아이를 위해 펼치는 대표적인 제스처다. 궁금증이 증폭됐다. 일부에서 기성용의 골을 도운 동료 존조 셸비(23)가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나온 세리머니라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배우자 한혜진의 소속사는 곧장 임신 소식을 전했다. 집에서 가장으로, 그라운드에서 주장으로 활약한 기성용이 이제 아빠가 된다. 책임감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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