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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하루 만에 '헌법소원' 예고… 김영란법 쟁점은

등록 2015-03-04 19:52:05   최종수정 2016-12-28 14: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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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김난영 기자 =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4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나서면서 위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영란법은 대상자만 300만명에 달할 만큼 광범위한 적용 범위 탓에 획기적인 부패방지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는 있지만, 규율 대상에 민간 영역을 포함한 데다 부정한 청탁의 기준도 불명확해 위헌 요소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헌법상 김영란법 적용 정당성 없어…"별개 입법해야"  

 김영란법은 '공공기관'의 범위에 학교법인과 언론사를 포함하고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민간 영역에 속한 언론과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김영란법에 포함된 것은 해당 직종이 갖는 특수한 '공공성' 때문이다.

 공무원의 경우 헌법7조에서 그 신분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와의 관계 역시 '일반권력관계'인 국민과 달리 여러 가지 기본권 제약을 받는 '특별권력관계'로 분류되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헌법상 신분규정이 있는 공무원과 달리 언론 및 사립학교 교직원은 국가와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그 신분의 공공성을 추론할 만한 근거가 헌법에 없다.

 이 때문에 헌법상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공공성을 이유로 언론과 사학교사를 '공직자'로 규정해 김영란법의 제한을 받도록 하는 것엔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여기에다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받는 금융기관 종사자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공무원 신분인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 규정이 적용되면서 선정 기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인 이헌(54·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는 "공공성이라는 표현은 애매한 부분이 많다"며 "공공성으로 보자면 회계사나 파산관재인도 공공성을 가진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성만 내세워서 언론과 사학 교직원을 규제하려면 김영란법이 아니라 별개의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공무원과 함께 묶어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적용 대상·부정한 청탁' 기준 모호

 김영란법은 '민간' 영역인 언론이 포함되면서 법을 적용할 '언론인'의 범주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처벌을 전제로 하는 형벌법규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구성요건과 그 법적 결과인 형벌을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만큼 대상자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명확성 원칙 위배 논란을 없애기 위해 '부정청탁'의 유형과 '부정청탁 예외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논란이 되는 것도 처벌대상자가 불명확한 민간 영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부정청탁에 관한 규정들이 지나치게 지엽적이어서 사실상 적용 대상 행위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적용 및 처벌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다는 점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언론인'이라는 범주에서 누가 법 적용 대상자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헌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언론의 공공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의 영역인 언론의 '부정한 청탁'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적용 대상 범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불고지죄' 양심의 자유 침해해 위헌"  

 '공직자 등이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고 규정한 '불고지죄'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개인이 자신의 주관적 가치판단에 따라 결정된 양심이나 사상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은 자유를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김영란법 제9조 '불고지죄'가 헌법에서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 '침묵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다 '불고지죄'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 행위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친족이나 동거가족을 예외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와 형법상 범죄은닉죄 등의 기존 법률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은 "김영란법의 불고지죄는 헌법에서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며 "국회 입법 과정에서 면밀하게 논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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