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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연예특급]사극 ‘순수의 시대’, 배우들 연기 돋보인 뉴버전 신파극

등록 2015-03-07 06:30:00   최종수정 2016-12-28 14: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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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수의 시대'
【서울=뉴시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는 왕권을 둘러싸고 ‘이방원’(장혁)과 ‘정도전’(이재용)이 대립했던 조선 개국 초(1398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미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들 다룬 시대인 만큼 어디에 초점을 맞춰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인물 간 내재적 갈등을 표현할지 사뭇 주목했던 영화다.

 영화는 초반부에 ‘격동의 태조 7년’을 배경으로 ‘태조 이성계’(손병호), 정도전, ‘세자 이방석’, 이방원 등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뒤섞어 보여주는가 싶더니 곧 이방원과 ‘김민재’(신하균), 김민재의 아들이자 태조의 사위인 ‘김진’(강하늘), 기녀 ‘가희’(강한나) 등 가상의 인물들의 사각 관계를 그리며 정치 드라마가 아닌 치정 멜로 드라마로 급격하게 이야기를 끌어냈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욕망과 목표를 위해 상대를 이용하고, 이용당하며 얽히고설킨 사연과 복잡 미묘한 상황 설정을 영화 끝까지 이어간다. 

 정도전의 사위 김민재와 가희의 위험한 사랑, 정도전과 이방원의 권력 암투, 김민재를 향한 사랑과 어머니를 위한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희, 여자를 탐하는 데 골몰해 있는 진의 사연들이 연결 고리를 찾고 있지만, 플롯은 억지로 짜 맞춘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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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하균·장혁·강한나·강하늘 주연 사극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의 한 장면.
 특히 한 남자가 한 여자에 의해 조종당해 무너져가는 과정은 이미 다른 영화들에서 많이 본 장면들이다.

 그러나 실재와 허구가 공존하는 것이 영화인만큼, 이 작품 역시 역사와 허구가 잘 섞이며 마치 실제 일어났을 법한 상황들을 잘 배합해 관객에게 어필하는 부분은 성공적이다.

 실제 이 영화는 한 기녀를 중심으로 멜로와 배신, 전투 장면 등을 플래시백과 매끈한 시퀀스로 잘 연결해 허구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바로 그 시대에 일어났던 일인 양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특히 배우들의 호연에 관객들은 무거운 주제가 줄 수 있는 무료함을 잊을 수 있다.

 처음 악역에 도전한 강하늘은 타락한 왕의 사위로 변신해 여성들을 희롱하고 겁간하기를 멈추지 않는, tvN 드라마 ‘미생’ 속 ‘장백기’의 모습과 전혀 다른 이미지로 신선한 악역 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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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호규 남서울예술종합학교 연기예술학부 교수·대중문화평론가
 베테랑 신하균 역시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신파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며 내공을 증명한다.

 신예 강한나의 호소력 있는 기생 연기는 빛을 발한다. ‘순수의 시대’는 강한나의 매력적이고 차디찬 눈빛 연기로 치명적인 팜파탈의 유혹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더불어 지난 2011년 ‘블라인드’를 연출해 스릴러 장르를 멀리하던 여성들이 스릴러를 사랑하게끔 한 안상훈 감독은 남녀 배우들의 적나라한 노출과 농도 짙은 베드신이 곳곳에 포진한 이 작품에서도 여성들이 보는 데 전혀 불편함 없는 매끄러운 연출을 보여준다. 여성이 사랑할 만한 사극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극 중 “어떤 어려움이 와도 널 지켜주겠다”는 김민재의 뻔한 약속과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치정을 보여주는 가희의 모습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플롯이다. 맹목적인 사랑 외에 관객이 흥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스토리가 첨부돼 이야기가 전개됐으면 하는 바람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호규 남서울예술종합학교 연기예술학부 교수·대중문화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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