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로열티' 잘못된 검찰 인사 키워드

등록 2015-03-10 08:57:04   최종수정 2016-12-28 14: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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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일 오전 서울 대법원 16층에서 바라본 대검찰청 모습. 2015.03.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인사 이후에는 말들이 많기 마련이지만 지난 2월 검찰 간부 인사 뒤에는 유난히 서초동이 시끄러웠다. 대구·경북(TK) 출신들을 요직에 앉히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서울중앙지검에 대거 포진시킨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던 것이다. TK 출신이 아니거나, 로열티(충성심)가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의 경우 능력과는 무관하게 박근혜 정권에선 신뢰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에 배치된 200명의 검찰 주요간부들을 분석한 결과,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TK·로열티’로 집약됐다. TK 출신과 비(非) TK 출신들을 철저하게 구분해 비 TK 출신 검사장의 지근거리에는 TK 출신 간부를 앉히는 식으로 폐쇄적이고 편향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K 출신 검사장이나, TK 출신은 아니더라도 로열티가 증명된 검사장 옆에는 비 TK 출신 간부를 앉힌 것으로 분석됐다.   

 ◇검찰 수뇌부 TK 출신으로 채워

 가장 큰 특징은 검찰 수뇌부가 TK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우선 김진태 검찰총장의 턱밑엔 대구 출신인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을 앉혔다.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요 사건들을 지휘하는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경북 청도 출신이다.

 안상돈 대검 형사부장은 경북 김천 출신, 변찬우 대검 강력부장은 경북 안동 출신이다.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경북 금릉 출신이며, 여환섭 대검 대변인은 경북 김천 출신이다.

 대검 공안라인내 변창훈(경북 예천) 공안기획관·김재옥(경북 영덕) 공안1과장·김유철(경북 경산) 공안3과장 등도 TK 출신이다.

 서울 동부·서부, 의정부, 수원, 대전, 대구, 울산, 창원, 광주 등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이나 차장 등에도 TK 출신이 배치됐다. 특히 검사장이 TK 출신이 아닐 경우 차장이나 공안부장 자리에 TK 인사를 앉혀 사실상 ‘감시자’ 역할을 하게 했고, 검사장이 TK 출신인 경우 다른 간부들의 출신지역은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다.  

 서울 출신인 박민표 서울동부지검장 밑에 경북 칠곡 출신인 이기석 차장을 배치한다거나, 경북 안동 출신인 김강욱 의정부지검장 밑으로는 강원 정선 출신인 김영종 차장과 전북 남원 출신인 이영재 공안부장을 두는 식이다.

 광주 출신인 문무일 대전지검장 밑에도 경북 칠곡 출신인 권오성 차장을 앉혔다. 대구지검의 경우 이영렬 지검장은 서울 출신인 반면 김영대 1차장은 경북 청송 출신이다. 대구 출신인 박정식 울산지검장 밑에 전북 순창 출신인 한동영 차장이, 마찬가지로 대구 출신인 김해수 광주지검장 밑에는 전남 함평 출신인 김희준 차장이 각각 배치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역 안배 원칙이 오히려 ‘명분 쌓기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그만큼 ‘TK 출신이 아니면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이 정권에 팽배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로열티’ 검증된 인사 요직 배치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검증된 인사들도 법무부 검찰국 등 요직에 배치했다.

 대표적으로 김주현 법무부 차관의 경우 서울 출신이지만 검찰국장을 하면서 이미 로열티가 입증됐다. 청와대에서 김 차관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보내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인사 전에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안태근(경남 함안) 검사장이 배치됐다. 검찰국장은 법무·검찰의 엘리트 코스로 불린다. 안 검찰국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 경력이 있다. 법무부 검찰국의 실무를 담당하는 이선욱 검찰과장은 경북 안동 출신인데다, 안 국장처럼 인수위에 파견됐었다.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의 경우 경남 고성 출신이지만, 지난해 위헌정당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면서 공안통치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한 로열티가 입증됐다.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도 정 부장처럼 TF 활동을 통해 로열티가 입증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김 부장은 대구 출신이기도 하다. 김진모 인천지검장(충북 청주)이나 강찬우 수원지검장(경남 하동) 등도 로열티를 인정받고 있다. 

  ◇‘하방’ 무시…‘우병우 라인’ 중용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올 해 검사장으로 승진한 전현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우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 사이다.

 임관혁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2005년 우 수석이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 재직 시절 그의 밑에서 평검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고, 조상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도 2005년 우 수석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맡았을 때 평검사로 함께 일했다.

 특히 임 부장검사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하방인사’ 원칙에서도 제외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부장검사로 재직하면 다음 인사에서는 지방 근무를 하는 게 김 총장의 원칙이지만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특수2부장에서 올 해 특수1부장으로 사실상 승진했다.

 검찰 관계자는 “TK 인사를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린 후 로열티를 적극 고려한 듯 보인다”며 “그런 다음에도 비어 있는 요직에는 우 수석의 사람들을 채워 넣어 결국 검찰장악을 위한 완벽한 그림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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