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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결혼 시즌 ‘축의금 도둑’ 주의보

등록 2015-03-17 09:46:56   최종수정 2016-12-28 14: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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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따스한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결혼 행렬이 시작됐다. 이맘때면 결혼식장에서는 축의금을 훔치는 초대하지 않은 ‘하객(?)’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신랑 신부 가족인 척 행세하며 축의금을 훔치는 수법은 예삿일이고, 하객들의 봉투를 바꿔치기하거나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축의금을 넣어둔 자동차를 노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축의금 일부를 하객에게 되돌려 주는 답례금 봉투를 노리는 등 범행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일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이 불미스러운 기억을 남을 수 있다.

 ◇식권 나눠주며 축의금 훔친 일당

 서울 시내 결혼식장을 돌며 신랑 신부 가족인 척 행세하며 상습적으로 축의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부 피해자들은 축의금이 도난당한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5일 결혼식장에서 혼주 가족 행세를 하며 축의금을 가로챈 김모(63)씨와 최모(54)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9월14일부터 올해 2월8일까지 서울 시내 결혼식장 25곳에서 2100만원 상당의 축의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혼주의 가족이나 지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미리 받은 식권을 하객들에게 나눠준 뒤 축의금이 담긴 봉투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축의금이 비교적 많이 들어오는 서울 강남의 결혼식장을 주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결혼식장에서 혼주와 그 가족들이 경황이 없는 틈을 타 태연하게 혼주 가족인 것처럼 행동했다”며 “피해자 대부분이 축의금이 사라진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전문 절도단 수법 살펴보니…

 축의금 전문 절도단은 범행에 앞서 결혼식장 주변을 서성이며 식장의 규모나 미리 배달된 화환 개수 등을 확인한 뒤 범행 대상을 선정한다.

 이들은 범행 대상 물색이 끝나면 기회를 엿보다 하객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 맞춰 범행에 나선다. 신랑 측의 경우 신랑이 직접 서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탓에 신부 측 접수대에서 주로 범행이 이뤄진다.

 특히 결혼식에 오지 못한 친척이나 직장 동료를 대신해 여러 장의 축의금 봉투를 들고 온 하객들이 주요 범행 대상이다.

 축의금을 가로채는 수법도 다양하다. 혼주 가족 행세를 하며 접수대에 놓인 식권이나 주차권을 하객들에게 나눠주며 축의금 봉투를 받아 챙기는 수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방명록에 하객 이름도 대신 기록해 주는 척 하며 축의금 봉투를 받고, 다른 하객들이 방명록을 확인하려 하며 다른 일당이 가로막거나 다른 곳으로 안내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축의금을 많이 낸 사람의 이름을 미리 알아두고, 해당 하객의 행세를 하면서 축의금을 되돌려 받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축의금을 잘못 냈다고 하면서 봉투를 바꿔치기하거나 결혼식장 주차장에 잠복해 있다 혼주의 자동차를 뒤지는 등 그 수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방심하는 순간 ‘표적’이 된다

 실제 피해를 당한 혼주들 가운데는 축의금을 기록하기 전에 미리 빼돌린 탓에 축의금이 사라진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한 피해자는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이 축의금을 냈다고 했는데 축의금 봉투가 하나도 없어서 무척 당황했다”며 “나중에 범행이 찍힌 영상을 보고 그때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행복해야할 결혼식 당일 ‘무슨 별 일 있겠냐’며 방심했다간 자칫 축의금 절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축의금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축의금을 받는 사람을 친척이나 평소 가족과 왕래가 많았던 지인 2~3명을 지정하는 것이 좋다. 또 식권이나 주차권을 나눠주는 사람을 별도로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축의금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왔다고 해서 접수대에 놔두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바로 서랍에 넣거나 가방에 넣어서 보관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폐백이나 기념촬영 때에도 축의금이 든 가방을 결혼식장에 맡기거나 따로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된다.

 경찰 관계자는 “하객들과 혼주 측 관계자가 접수대에서 직접 축의금을 주고받아야 한다”며 “아무런 이유 없이 접수대를 배회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접수대에는 축의금을 받는 사람을 여유 있게 두고 축의금 봉투를 받는 사람, 식권을 나눠주는 사람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해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며 “정산이 끝난 뒤 축의금이 든 가방을 노리는 경우도 있어 결혼식이 끝난 뒤 이동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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