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②]키덜트족, 장난감 갖고 노는 어른? 아니 예비 사업가
그들은 프라모델, 애니메이션과 영화 캐릭터 인형 등은 물론, 드론, RC카, 3D 프린터까지 갖가지 ‘장난감’과 함께 여가를 즐긴다. 사회학자들은 키덜트에 관해 “현대 성인들이 추구하는 ‘재미(Fun)’ ‘유치함(Childish)’ ‘판타지(Fantasy)’ 등의 가치가 문화현상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정의한다. 학자들은 키덜트족의 출현 이유로 “각박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감성적이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성인들의 심리 상태가 현실화했다”고 꼽는다. 또 “어린 시절의 환상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자기보호 행동이다”고 짚는다. 그러나 키덜트족을 단순히 장난감 갖고 노는 인간, 즉 ‘호모토이플레이쿠스’로만 보는 것은 그들을 절반만 이해하는 것이다. 키덜트족은 단순히 장난감을 수집 대상이나 놀이 기구로만 머물게 두지 않는다. 이를 통해 적잖은 부수입을 올리고자 애쓴다. 실례가 지난해 6월16일 ‘맥도날드 대란’의 원인이었던 ‘해피밀 슈퍼마리오 피규어’다.
당시 시세는 피규어 1개당 가격이 해피밀 세트 원가(3500원)의 2~3배인 7000~9000원을 형성했다. 폭리를 취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사들인 사람들이 많아 올리는 족족 팔려나갔다. 여기서 해피밀을 사재기해 판매한 사람은 키덜트족이 아니다. 진짜 키덜트족은 이를 사들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재기족을 통해서라도 그나마 슈퍼마리오를 샀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자신의 진열장을 모두 채우고 즐거워하다 훗날 돈이 필요할 때 되팔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외에서 과거 판매됐다 단종된 레고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현상인 ‘레테크’의 학습효과다. 레고의 경우 각 모델을 보통 2~3년 생산하다 단종하는데 레고는 마니아층이 많아 인기 모델은 중고품을 팔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드물고, 어쩌다 나올 경우 바로 고가에 팔린다. 그래서 인기 레고 모델을 사두면 괜찮은 재테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레고와 재테크의 합성어인 레테크라고 일컫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로보트 태권 V’를 활용해 캐릭터 사업을 펼치고 있는 스테츄&버스트 전문 제작사 태륜의 심태선 대표도 키덜트족에 머물지 않고 사업화한 경우다. 과거 일본 건담 캐릭터 등을 수집하던 심 대표는 ‘국산 캐릭터를 이용해 캐릭터 한류열풍을 일으키겠다’고 마음먹은 뒤 영화사 신씨네와 로보트 태권 V 캐릭터 상품 계약을 맺고 다양한 상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드론에 빠져든 키덜트족은 아예 드론 관련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서 드론을 이용한 택배업, 영상 촬영업 등이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는데 착안, 아직 불모지인 국내에서 드론을 이용한 각종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벼른다. 국내에서 아직 정착하지 못한 3D 프린터 역시 앞으로 창업을 염두에 두고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고객 캐리커처를 이용한 캐릭터 상품을 주문받아 3D 프린터로 제작해주는 것은 물론 자신이 아이디어를 낸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다.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들이 구현력 향상과 소재 발전을 바탕으로 더욱 늘어나면서 더욱 확산할 조짐이다.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이상학 교수는 “여가 증대, 과거를 그리워하는 30~40대 증가 등의 이유로 키덜트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키덜트족은 자신의 취미생활을 바탕으로 한 해당 분야에 관한 전문가적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개발하기도 한다”면서 “전문가적 지식을 바탕으로 특정 고객층(니치 마켓)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