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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창]국태민안(國泰民安)

등록 2015-04-07 17:38:14   최종수정 2016-12-28 14: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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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국가가 태평하면 국민이 평안하다는 얘기다.

 나라가 어수선하면 국민이 편할 리 없다. 1991년부터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군벌들이 내전을 치르고 있는 소말리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굶어 죽기는 다반사(茶飯事)고,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가치가 없어진 듯 시신이 이리저리 나뒹굴어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남수단에서도 2013년 군벌 중 일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발발한 내전이 지금까지 계속돼 죄 없는 국민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유대인이 2000년 동안 터를 잡고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부터 불거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민족 갈등은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 종교 분쟁, 영토 분쟁으로 비화해 현재 진행 중이다. 분쟁 당사국인 양국 국민은 물론, 중동 전체가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다.

 국민이 행복은커녕 늘 굶주리고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하다면 지도자의 지도력은 물론, 위상은 말할 나위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굳이 거대한 담론을 끌어올 필요도 없다. 가정만 봐도 가장이 알코올 중독으로 밤마다 만취해 들어오면 가족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고, 안식처이어야 할 가정은 행복할 리 없다. 가출하거나 심지어 소중한 생명까지도 포기한 사례가 많다.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최고 경영자가 어떤 경영을 펼치느냐에 따라 소속 임직원이 마음 놓고 편하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혹자(或者)는 이런저런 외풍을 막아주는 실력자(?)가 왔으면 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중앙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끌어와 사업을 확장해줄 사람을 고대하기도 한다.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우 지금은 고인이 된 김모 전 이사장으로 인해 서슬 퍼렇던 때가 있었다.

 물론 김 전 이사장은 고질적인 공기업의 좋지 않은 습성을 바로잡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그런저런 방법들이 옳았는지는 훗날에 평가를 받아야겠지만, 결코 편안한 근무 환경은 아니었다는 것이 임직원들의 전언이다.

 최고 경영자(CEO)는 늘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임직원들의 안위(安慰)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은 그런 것들과 거리가 먼 경영을 했다. 이 때문에 노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보니 회사는 능동적이지 못했고, 임직원들은 항상 불안해했다.

 옛말에 ‘설거지를 많이 하는 사람이 그릇을 깬다’는 말이 있다. 그릇을 깨도 뭔가를 하다 보니 깨는 것이다.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깰 일조차 없다. 열심히 일하다 실수한 사람에게 깨지 않는 요령을 가르켜 줘야 한다. 그릇을 깬 것만 갖고 질책을 하면 그다음부터는 누가 일하겠는가.  

 공기업의 일이 다 그렇다. 열심히 일하는 자가 실수도 한다. 부정이 아닌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직을 빼앗고, 징계한다면  다시는 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국가적인 손해다.

 그랬던 공단이 지난해 2월 강영일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이사장은 아픈 상처를 보듬고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주변의 평이다. 

 강 이사장은 매월 이메일을 통한 ‘희망 노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메시지 등 다양한 채널로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성과를 떠나 최고 경영자의 180도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이사장은 부임하면서 먼저 철도 총연장을 4980㎞로 늘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0.1% 수준인 재해율을 0.05% 이하로 낮추겠다는 포부도 천명했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해 목표했던 철도 연장을 100% 수행해냈다. 또 철도 안전사고 발생률을 0.906%로 낮추겠다는 계획은 0.891%로 가시화해 목표치를 웃도는 성과를 달성했다.

 공단이 건설한 포항 KTX(신경주~포항 구간)와 호남선 KTX(서울 용산~광주 송정)가 1일 사용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인계돼 마침내 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동시에 강 이사장이 운전대를 잡은 공단은 이사장과 임직원 간 소통을 넘어 이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기적 소리를 힘차게 내며 달리고 있다.

 염희선 뉴시스 아이즈 편집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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