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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③]국내선 고가마케팅 먹힌다…작은사치 덕에 ‘살판난’ 기업들

등록 2015-04-13 11:05:38   최종수정 2016-12-28 14: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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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작은 사치 덕분에 즐거워하는 이들이 또 있다. 바로 기업들이다. 사치를 부려도 ‘자기 위로’란 명분으로 용인되거나 과거처럼 ‘된장녀’ 이미지를 덧씌우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다보니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한 비난은 잦아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제품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어졌다.

 가령 커피전문업체인 스타벅스는 1990년대 말 국내에서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6월과 10월 스타벅스 커피에 대한 13개국 국제물가를 비교한 결과,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은 4100원(톨 사이즈 기준)으로 한국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라떼는 4600원(2위), 스타벅스 원두 250g기준 1만5000원(3위)으로 역시 비쌌다. 반면 미국에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는 2477원(12위), 카페라떼 3045원(12위), 원두 7618원(10위)에 불과했다.

 고급 커피로 분류되는 스페셜티커피 가격 차이도 크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3월부터 선보인 프리미엄 커피 ‘리저브’ 한 잔당 가격은 6000원~1만2000원이나,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가격은 약 3255원~7052원(3달러~6.5달러)으로 한국보다 절반가량 저렴했다. 서울 시내 식당의 밥 한 끼가 5500원~6000원인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최소 밥 한 끼에 맞먹거나 2배가 넘는 돈을 내고 커피를 사먹는 것이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허영심 부채질

 미국과 영국 등 스타벅스가 먼저 진출한 서구국가에서의 커피 가격은 밥값보다 비싸지 않다. 커피는 사치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물가조사 사이트인 액스패티스탄닷컴(www.expatistan.com)에 따르면 뉴욕 시내 식당에서의 점심값은 8679~16274원(8~15달러), 영국 런던에서의 점심값은 8348~16200원(5.15~10파운드)다. 스타벅스 커피는 뉴욕에서 약 2477원에, 런던에서 3161원(1.95파운드)이면 사먹는다. 해외에서는 밥값의 최소 3분의 1~5분의 1 가격이면 아메리카노를 사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성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커피는 사치품이다”라며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는 커피전문점 제품들이 굉장히 잘 팔린다. 기업들이 마케팅을 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단 스타벅스뿐만이 아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온 탄산수가 대표적이다. 수돗물에 석회질 함량이 많아 생수나 탄산수를 사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 유럽에서 탄산수는 생수(스틸워터)의 대체재일 뿐이다. 그러나 국내에 수입된 물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덧입혀져 비싸게 팔린다.

 뉴시스가 수입산 천연탄산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산 페리에는 서울보다 물가가 53%(액스패티스탄닷컴 2015년 발표 기준) 비싼 영국에서 가격이 3배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750㎖ 용량의 페리에는 국내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4800원인 반면, 영국 내 대형마트 테스코에서는 1558원(0.96파운드)이다.

 국내 레스토랑과 커피숍, 음식점에서는 이보다 용량이 절반도 안 되는 330㎖ 페리에가 보통 3500원에 팔린다. 롯데칠성음료가 출시한 탄산수 ‘트레비’ 역시 엔젤리너스 등의 커피전문점에서 3000원(280㎖기준)이란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페리에를 연상시키는 녹색 병에 담겨 포장만 바뀌었을 뿐, 정제수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인공탄산수란 점은 변함이 없다.

 ◇소비자는 봉? “스스로 똑똑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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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1년 100억원 남짓하던 국내 탄산수 음료 매출은 지난해 4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커져 8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트레비는 2013년 23억원에서 지난해 179억원으로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작은 사치를 누린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 덕분에 고가 정책을 유지한 관련 업계는 반사적 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은 “기업 측면에서는 남길 수 있을 때 남기려고 할 것이다. 한국은 네트워크 글로벌화 돼 있다고는 하지만, 지리적으로 (서구)문화와의 접합이 쉽지 않다”며 “자기를 표현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도적이라는 차별성과 맞아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작은 사치가 부상하면서 식음료 외에 초콜릿이나 향수 등에 대한 지출이 증가했지만 이런 품목들에 대한 가격 뻥튀기도 여전히 심각하다. 관세청이 지난해 5~7월 15개 수입품의 국내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수의 국내 판매가는 수입가격의 8배, 초콜릿은 3.5배 비싸다. 이에 가격 거품 없는 소비를 위해 해외직구(구매 대행업체를 거치지 않고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직접 물품을 구입)가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직구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있거니와, 설령 직구를 하더라도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가령 니치 향수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기 위해 여러 향수브랜드의 향을 시향하기 마련인데, 이런 단계 없이 직구를 했다가 향이 맞지 않으면 반품을 해야 한다. 또 니치 향수는 면세 기준(60㎖·15만원 이하)을 초과하는 제품이 많아 직구를 할 경우 자칫 관세와 특별소비세를 물 수도 있다.  롯데백화점의 잡화 구매담당자인 이동욱씨는 “지난해 고가향수 수입자나 국내 에이전시들이 많이 생겼다”며 “고급 향수는 소수의 제한된 고객을 위해 만들기 때문에 직구를 많이 하지는 않는 분야다. 시향을 하거나 샘플을 받아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작은 사치의 장점은 많지 않다. 소비자들이 모든 분야에서 사치를 하지 못하다보니, 보상심리 차원에서 (특정품목을)과도한 소비를 통해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한 “작은 사치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있기 때문에 가치소비를 할 만큼 프리미엄 성능이 있는지 비교 조사하고 소비자끼리 정보공유를 해야 한다”며 “비싼 가격에 대해 소비자 스스로 견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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