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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사이코패스'를 해부하다…'괴물의 심연' 외 3권

등록 2015-04-13 10:53:56   최종수정 2016-12-28 14: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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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시내 최희정 기자

 ◇괴물의 심연…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더퀘스트 펴냄/ 260쪽/ 1만3500원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에서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토막 내 유기한 박춘봉. 지난 1월 경기 안산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아내의 전남편을 살해한 뒤 아내가 피살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작은 딸을 성폭행하고 역시 살해한 김상훈.

 이들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기억나지 않는다”며 무덤덤한 모습으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나도 피해자”라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많은 사람은 이들이 ‘사이코패스’일 것으로 의심한다.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미국 브르크하멜국립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밖에 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또 공격적 성향을 억제하는 분비물인 세로토닌이 부족해 사소한 일에도 강한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는 제임스 팰런 교수는 이런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그들의 ‘뇌 구조’를 통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한 장의 뇌 사진을 발견한다. 그것은 놀랍게도 자신의 뇌 사진이었다.

 그는 반신반의하며 자기 집안의 역사를 살펴보았고, 조상 중에 악명 높은 살인마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들에게서 물려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유전자(전사유전자)가 자신과 가족들에게 공통으로 발견됐다. 그는 자신의 뇌에 나타난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자신은 명백하게 ‘사이코패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연쇄살인마나 잔혹한 범죄자가 아닌 두 아이의 아빠로,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학자로 살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팰런은 자신의 일생을 진지하게 돌아봤다. 친구와 동료들은 항상 그에게 “너는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는 본인이 정신병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 모든 신호를 무시했다.

 부모 역시 그에게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매사에 용기를 북돋아 줬다. 또 가능한 한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게 풀어 주는 등 포용력을 갖고 그를 키웠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의 양육 방식은 결국 성공했다.

 그는 다른 유명인 중에서도 자신과 같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진 사람이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기록을 살펴봤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간디, 테레사 수녀 등 많은 유명인이 사이코패스였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정치인과 성자로 알려진 사람들이 실은 가까운 이들에게는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었고, 결국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주위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들은 유능한 지도자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최근 실시한 연구에서는 전사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잘 내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기꺼이 도박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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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더 나아가 인류는 2%(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인 수치다)의 ‘사이코패스’를 끊임없이 낳는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고찰한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사이코패스 기질은 개인의 생존에 유리하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판단력은 그들이 타인을 적절히 이용하며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사이코패스는 유용하다. 사이코패스는 유능한 정치인, 투자자, 군인이 될 수 있으며, 인류에게 위기가 닥쳐도 이를 돌파할 수 있게 하는 ‘유익한 돌연변이’의 역할을 한다.

 “나는 사이코패스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의 책 ‘괴물의 심연’은 사이코패스 뇌 과학자의 자기 탐구기이자 사이코패스의 탄생 및 발달, 그리고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사회 윤리 및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성찰하는 철학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유전과 양육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뇌의 구조와 성질에 대한 놀라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케빈 더튼 지음/ 차백만 옮김/ 미래의 창 펴냄/ 320쪽/ 1만4000원

 사이코패스 비율이 사회 전체에서 평균 1%인 반면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그 비율이 월등히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가 모두 연쇄살인마와 같은 범죄자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속성이 일상에서도 매우 유리하게 쓰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보여 주면서 이들을 ‘기능적 사이코패스’라고 분류한다.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무자비함, 매력, 집중력, 강인한 정신, 겁 없음, 현실 직시, 실행력을 꼽는다. “어떤 면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은 햇빛과도 같다.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면 수명을 단축하지만, 반대로 통제된 상황에서의 정기적인 노출은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누가 진짜 범인인가…배상훈 지음/ 앨피 펴냄/ 320쪽/ 1만3800원

 이 책의 저자 배상훈은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다. 2004년 경찰청에서 특채 선발된 이후 2009년까지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과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등에 참여했다. 그 현장 경험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비롯해 인간의 행동에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프로파일러는 그 이유를 찾는 사람이고, 이를 위해 범죄를 둘러싼 이야기에 집중한다. 아울러 저자는 강력팀 하나, 과학수사팀 하나만 지휘할 수 있게 해 주면 ‘유병언 사체’에 얽힌 의문도 3주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농담 섞인 말이지만 강력 범죄와 미제 사건 해결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수사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음을 지적한다.

 ◇공범들의 도시…표창원·지승호 지음/ 김영사 펴냄/ 448쪽/ 1만4000원

 프로파일러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연예인 인권의 그늘, CSI 신드롬과 CSI 효과, 범죄 영화에 대한 분석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에서 사법 정의의 뿌리를 흔드는 범죄 전관예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 정치적 테마들까지 다룬다. 특히 오원춘 사건과 관련해서는 112 시스템과 수색의 허점, 텔레마케터로 전락해버린 경찰, 외국인 노동자 혐오 확산, 인육설 기정사실화 등 재판부의 결정적 과오를 언급하며 오원춘 개인만을 악마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신창원이 보내온 친필 편지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가 예외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범죄자라고 강조한다. 이 지점에서 ‘신창원에게 선고된 무기징역+22년형이 과연 정당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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