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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도깨비 방망이? 빛 좋은 개살구? '3D프린팅 기술'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15-04-20 10:48:04   최종수정 2016-12-28 14: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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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 SK그룹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16일 오후 대전 으능정이거리에서 창업 희망자부터 벤처 관계자, 일반 시민 등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시제품 제작소인 팹트럭을 선보여, 대학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3D 프린터, 3D스캐너 등의 장비가 설치된 팹트럭 앞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2015.02.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마치 ‘도깨비 방망이’ 처럼 버튼만 누르면 뭐든지 뚝딱 하고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3D(3차원) 프린터. 3D 프린터는 3차원 그래픽 설계도를 토대로 플라스틱, 금속, 세라믹 등의 소재를 활용해 물건을 한 층씩 쌓아 입체적으로 인쇄하는 기계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현재 자동차 엔진, 의수(義手)는 물론 인공장기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에 3D 프린팅 기술을 입이 마르게 칭송(?)하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재의 강도나 색상 구현의 한계로 일상생활에서 쓰임새를 가진 실용품을 만드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3D 프린터가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미적 특질을 지닌 공예품을 제작하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내구력 등이 강한 제품을 출력할 수 있으려면 최소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3D 프린팅의 세계는 어디까지일까.

 ◇아직은 갈 길 먼 3D 프린팅 기술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제품은 튼튼한 편이 아니다. 또 그렇게 예쁜 것도 아니다. 감상할 목적이라면 차라리 브라더 미싱으로 찍어낸 제품을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국내 IT 대기업 임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얘기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5’ 에 참석해 국내외 업체들이 선보인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들을 둘러봤지만, 아직 강도나 색상(구현)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시장에 나온 3D 프린터 기능을 보면 이런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개인용 3D 프린터의 경우 산업용 3D 프린터와 달리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압출적층방식(FDM)’을 채택한다. 프린터의 노즐이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플라스틱 재료가 한 층씩 쌓이면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기기안에는 보통 1개(혹은 2개)의 노즐이 들어있는데 이로 인해 색상은 단색밖에 표현할 수 없다. 노즐 하나당 색상 하나씩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처리 작업으로 기계 가공을 하기도 하지만 색이 매끈한 작품을 얻기는 어렵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의 손현기 박사는 “3D 프린팅은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다. 실제 소비자들이 쓴다고 하면 후가공이 필요하다”며 “FDM 특허가 풀려 개인 프린터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한계가 있다. 색상이나 품질 등이 보는 것처럼 다양하지 않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이어 “피규어 상품을 만드는 3D 프린터는 수천만원이 넘는다. 재료도 매우 비싸다”며 “구매가능한 가격대의 프린터들은 만들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고, 만들어놓고 봐도 시중에서 팔리는 제품에 비해 치수 등이 많이 차이가 난다. FDM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장난감 정도 밖에 안된다”고 부연했다.

 ◇‘소비자용’ 3D 프린터, 누가 주로 쓸까

 그렇다고 FDM 3D 프린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아주 낮은 것도 아니다. 애초 이 프린터는 디자인 시안을 갖고 실물을 만들어 확인하려는 목적에서 제작됐다. 때문에 대학에서 건축이나 디자인 전공자, 디자인 시안을 뜨려는 개인사업자 등이 FDM 3D 프린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현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교구를 비롯, 모형을 본 뜬 시제품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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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오토모티브 테크놀러지 엑스포 2015를 찾은 관람객들이 각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15.01.28.  [email protected]
 이와 함께 학교에서도 창의력 제고와 3D 프린팅의 활용 능력 발달을 명분으로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로킷이나 캐논코리아 등이 판매하는 FDM 3D 프린터 제품 50% 이상이 학교로 간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보급형 3D 프린터는 개인 유저보다 학교에서 많이 쓰는 편이다”며 “해외의 경우 3D 프린팅이 초등학교 정규과정에 들어가 있는 영국에서 학교가 제일 많이 사용한다. 미국도 방과 후 수업 등의 특별활동 차원에서 사용한다. 독일도 교육 영역에서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3D 프린터, 대중화는 언제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보급형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비율은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현저히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3D 프린터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3D 프린터 대중화가 되려면 금속 등 더욱 단단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FDM 3D 프린터만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서 3D 프린터 보급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이비전시스템 원영규 이사는 “3D 프린터에 쓰이는 재료에 대한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특허가 해외에 있다보니 제약이 있다”며 “특허가 풀려서 재료에 대한 연구가 허용된다면 향후 5년내에 동등한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계연 김완두 박사는 “플라스틱이나 데스크톱용(보급형) 3D 프린터는 제품 경쟁력이 있지만 금속(소재) 3D 프린터는 많이 뒤떨어졌다. 강도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보다 속도가 100배 빠르고, 강도도 문제가 없다면 금방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스티브 잡스가 쓰기 편하게 활성화를 했다. 3D 프린터가 지금도 쓰기 어렵고 난제들이 남았다. 소재값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면 어느 순간에 확 보급이 될 것이다. 5년 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3D 프린팅 기술의 시작은

 3D 프린팅은 알고 보면 최신 기술은 아니다. 1981년 일본 나고야 시립연구소 히데오 고다마가 개발하고 이를 미국의 엔지니어 척 헐이 입체인쇄술(Stereolithography)이라는 이름으로 기술특허를 출원하면서 3D 프린팅 기술의 역사가 시작됐다. 척 헐은 이후 1986년 캐나다로부터 투자를 받아 3D시스템즈(3D Systems)를 설립, 3D 프린터(‘SLA-1’)를 세계 최초로 판매했다.

 3D프린팅 방식에는 압출적층방식(FDMㆍ고체 재료를 녹여 노즐을 통해 짜내 쌓는 방법), 선택적레이저소결조형 방식(SLSㆍ분말 형태 재료에 SLA에서 사용하는 레이저보다 강한 CO2 레이저를 사용해 재료를 녹여 굳게 하는 방법), 광경화수지조형 방식(SLAㆍ광경화성 액체 수지가 담긴 수조에 레이저를 쏴 재료를 쌓는 것) 등이 있다. 2006년 SLA에 이어 2009년 FDM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3D 프린팅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SLS는 지난해 2월 핵심특허가 만료됐다. 특히 FDM은 1990년 스트라타시스 사가 처음 상용화한 것으로 개인용도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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