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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②]외로운 신중년에게 아줌마의 박카스는 사랑의 묘약?

등록 2015-04-29 09:32:28   최종수정 2016-12-28 14: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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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찬수 기자 = 노인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2013.10.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신중년(新中年)’이라 일컬어지는 65세 이상 노령층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주목받는 것이 이들의 성(性) 생활 문제다.

 ‘60세 청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거보다 어르신들의 건강과 체력이 증진된 데다 대중문화가 자극적·말초적이 되면서 배우자와 성관계를 갖는 어르신들도 많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1년 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남자 어르신 68%가 성생활을 한다고 답했고, 여성도 54%에 달했다. 이후 4년간 정부 차원의 조사가 없었지만, 그 사이 평균수명은 물론 건강수명도 증진돼 온 것으로 볼 때 성생활을 즐기는 어르신들은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50만 여명으로 추산되는 65세 이상 배우자와 사별 또는 이혼한 뒤 홀로 된 남자 어르신들이다.  성적 욕구는 여전하고, 성 능력도 충분한데도 성 생활 상대가 없는 어르신들이 이 중 상당수를 차지한다.

 결국 이들은 적은 비용으로 성욕을 충족할 수 있는 대상을 찾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박카스 아줌마’로 대표되는 중년 성매매 여성들이다.

 박카스 아줌마는 1990년대 서울 남산 소월길 일대에 출몰하면서 택시기사들에게 자양강장제인 박카스를 팔겠다고 접근, 차 안에서 성행위 또는 유사 성행위를 해주던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와 국내 신중년 급증에 발맞춰 남자 어르신 대상 성매매로 변모했고,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종묘공원에 100여 명이나 집결하게 됐다. 이들은 남산 박카스 아줌마처럼 1000원짜리 박카스 판매를 핑계로 남자 어르신들에게 접근해 성매매를 제안한다. 성매매 가격은 1만~2만원대로 어르신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다.

 종묘공원을 찾는 어르신들과 노인복지단체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성매매에 나서는 60대 ‘박카스 할머니’까지 등장했고,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50~60대 중국 동포 여성들까지 대거 박카스 아줌마 대열에 가세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관할 종로구청은 지난 3월 서울 종로 종묘공원에서 대대적인 박카스 아줌마 단속을 벌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가 각종 일탈 행위로 오염되면서 지정 취소 위기에 몰린 탓이었다.

 그 결과 그들이 종묘공원에서 모습을 자취를 감추면서 단속이 실효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박카스 아줌마는 인근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주변으로 터를 옮겨 지하철을 타고 종묘공원을 찾는 남자 어르신들에게 접근해 은밀한 유혹을 계속하고 있다. ‘풍선효과’인 셈이다.

 문제는 ‘박카스 아줌마를 무조건 몰아내는 것이 진정 옳은 일인가’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어르신 전문가는 “성욕이 여전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큼 신체적인 능력도 갖고 있으나 경제력이 부족한 홀로된 남자 어르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이 성적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탈출구를 마련해주지 않은 채 무조건 박카스 아줌마만 단속한다면 자칫 약자인 여자 어르신이나 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하는 성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달리 한국노인상담센터 이호선(숭실사이버대 교수) 센터장은 박카스 아줌마에 대한 무조건적인 단속이 아닌 어르신 복지 증진을 통한 자연스러운 해결을 역설했다. “박카스 아줌마·할머니 문제는 단순히 노인 성매매가 아닌 빈곤 문제로 봐야 한다. 빈곤 문제가 해결되면 박카스 아줌마·할머니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홀로된 남자 어르신의 성적인 욕구의 경우 젊은 세대의 그것과 달리 충분히 절제 가능한 것이므로 박카스 아줌마·할머니가 사라진다면 운동 등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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