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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③] ‘100세 시대’ 새로운 문제…황혼 이혼

등록 2015-04-29 09:32:56   최종수정 2016-12-28 14: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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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2월22일 강원 춘천 근화동의 한 다가구주택 1층 원룸 방안에서 A(6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스스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수년 전 황혼 이혼한 뒤 자녀와 떨어져 홀로 지내며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24일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시민 가족생활 변화’를 보면 2013년 이혼 2만126건 가운데 황혼 이혼이 31.8%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2위인 4년 이하 신혼부부 이혼(21.3%)을 앞섰다. 1993년 8.6%에 불과했던 황혼이혼이 비중이 4배 가까이 늘고, 대신 20년전 33.8%로 가장 높았던 신혼부부 이혼 비중은 20%대로 하락했다.

 같은 해 10월22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3년 결혼 20년 차 이상의 부부가 이혼한 건수는 3만2433건에 달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이혼 건수는 2011년 3800여 건에서, 2012년 4200여 건, 2013년 4800여 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51%), 스웨덴(48%)에 이어 이혼율이 높은 나라인 한국(47.4%)에서 마침내 결혼 20년 차 이상 부부가 갈라서는 ‘황혼 이혼’까지 유행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3월9일 발표한 ‘2014년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남성이 이혼 상담을 받은 경우는 373건으로 2004년(45건)보다 8배 이상 급증했다. 또 같은 기간 60대 이상 여성이 이혼 상담을 받은 경우는752건으로 2004년(205건)보다 3.7배 늘어났다. 상담 건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지만, 증가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다. 잠재적인 황혼이혼 가정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상담소에 따르면, 남자 어르신이 황혼 이혼을 고민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성격 차이’로 60대 남성의 52.2%와 70대 남성의 63%가 꼽았다. 여자 어르신의 경우 60대 여성의 70.8%가, 70대 여성의 67..6%가 남편의 폭언, 폭력 등이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것은 60대 남성의 9.3%와 70대 남성의 3.4%, 60대 여성의 20.8%, 70대 여성의 21.2%.가 각각 ‘배우자의 외도’를 이유로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배우자의 외도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고락을 함께해온 노부부의 주된 이혼 사유가 되는 셈이다.

 노인 문제 전문가들은 10년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어르신들이 많아지면서 각종 모임 등에 참여하다 ‘늦바람’이 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복지관 등의 프로그램에 부부 동반으로 참여하고, 주기적으로 부부 동반 여행을 다녀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 인프라 구축도 절실하다. 자녀들의 관심과 지원은 물론 황혼 이혼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대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 등 관계 당국의 정책적인 뒷받침들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혼 이혼은)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돼 온 가정을 해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재산 분할에 따른 노인 빈곤, 고독사, 자살 등의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사자들은 (황혼이혼을)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가족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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