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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①]차승원부터 김우빈까지…모델은 어떻게 국민 아이콘이 됐나

등록 2015-04-22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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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5 F/W 서울패션위크에서 모델 차승원이 송지오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고 멋진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2015.03.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tvN 예능 ’삼시세끼’에서 숨은 매력을 뽐내며 ‘차줌마’라는 애칭을 얻은 데 이어 MBC TV  사극 ‘화정’에서 성군과 폭군을 오가게 될 주인공 ‘광해군’으로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분출하고 있는 차승원.

 SBS TV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닥터 이방인’ ‘피노키오’(2014) 등은 물론 영화 ‘관상’(2013)까지 연속 흥행하며 ‘한류스타’로 떠오른 이종석과 SBS TV 드라마 ‘상속자들’에 이어 영화 ‘친구2’(2013) ‘기술자들’(2014) ‘스물’(2015) 등을 차례로 성공한 김우빈.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모델 출신 배우’다.

 이들 외에도 현재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휘어잡고 있는 상당수 남자 배우들의 ‘전직’ 또는 ‘겸직’이 패션모델이다.

 남성 모델들과 달리 여성 모델들은 배우 전향 없이 모델로만 활동하면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국내 런웨이를 넘어 글로벌 패션계에서 주목받으며 캣워크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남녀들의 ‘워너비(Wannabe)’로 추앙받으며 국내 대중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모델들.

 사전에서 ‘모델’을 찾아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의미 설명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미리 만든 물건. 또는 완성된 작품의 대표적인 보기’다. ‘모범’과 일맥상통하는 이 모델의 뜻에 사람인 모델들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모델이 스타가 된 것도, 스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절대다수 모델이 수입이나 직업 안정성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반면 모델이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몸만들기를 해야 하는 고통을 늘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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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배우 김우빈이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스물'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03.12.  [email protected]
 조막만 한 얼굴과 늘씬한 기럭지(키), 그에 따른 황금분할 등 타고 난 것부터 180도 다른 그들과 똑같아질 수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닮고 싶은 모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동시에 평범한 것이 오히려 소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또한 발견해보자.

◇‘우월 하드웨어’ 갖춘 男 모델들, 한국 연예계 사실상 ‘점령’

 한때 연예계에서는 ‘변두리’, 패션계에서는 ‘소품’ 취급을 받던 패션모델들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모델 출신 남자 배우가 아니면 ‘미니(지상파 미니시리즈)’나 ‘케드(케이블 드라마)’를 못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차승원을 필두로 방송사들이 늘 ‘원톱 주연’으로 모시고 싶어하는 이정재, 정우성, 김민준, 유지태, 송승헌, 소지섭, 조인성, 오지호, 강동원, 주지훈, 이민기 등도 ‘전직’은 모델이다.

 최근 출연작들을 모조리 히트시키며 나란히 ‘캐스팅 0순위’로 떠오른 ‘동갑내기 절친’ 이종석과 김우빈은 말할 것도 없고, 송종호, 김영광, 이수혁, 성준, 홍종현, 송재림, 안재현, 남주혁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젊은 배우들도 죄다 모델 출신이다.

 정통 연기자 출신 배우 중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김수현, 이민호, 송중기, 이제훈, 강하늘 정도일 정도로 ‘천연기념물’이 돼버렸다.

 모델 출신 배우들의 ‘라이벌’격인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도 그룹 ‘JYJ’ 박유천, ‘동방신기’ 유노윤호·최강창민, ‘2PM’ 옥택연·준호,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 ‘씨엔블루’ 정용화 정도가 떠오를 정도로 공급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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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스페셜 '피노키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이종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11.06.  [email protected]
 모델 출신 남자 배우들이 급부상하면서 몸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일정 규모의 ‘팬덤’을 가진 젊은 스타를 포진시키는 것이 중요한 TV 예능 프로그램은 지상파나 케이블 가릴 것 없이 모델 출신 남자 배우를 영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제작비가 적은 케이블 드라마 역시 ‘커리어’가 필요한 ‘스펙’ 출중한 모델 출신 신인 남자 배우들에게 주연 자리를 할애하며 상부상조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모델 출신 30~40대 배우들에 이어 곧 20대 모델 출신 배우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통 연기자·아이돌 가수 무릎 꿇린 男 모델만의 경쟁력은

 그렇다면 모델 출신 남자 배우들은 도대체 어떤 능력이 있기에 이처럼 완벽에 가깝게 안방극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스타들의 연기 스승’으로 유명한 서울 논현동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안혁모 원장은 “남자모델이 가진 모든 것이 요즘 연예계가 필요로 하는 ‘스타성’과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안 원장은 조인성을 비롯해 김우빈, 이수혁 등 모델 출신 배우들을 지도했다.

 즉, 모델 출신 배우들은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얼굴, 키, 몸매, 자세 등 ‘비주얼 하드웨어’는 물론, 이지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까지 갖추고 있다.

 또 주 소비층인 여성들이 호감을 느끼는 ‘나쁜 남자’ 이미지도 모델 출신 남자 배우들이 가장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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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5 F/W 서울패션위크에서 모델 장윤주가 정두영 디자이너(VanHart di Albazar)의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2015.03.20.  [email protected]
 아울러 키가 큰 만큼 성대도 길고 두터워 매력적인 저음을 내게 된다. 덕분에 어느 정도 대사 전달력만 갖춘다면 그런 음성이 아닌 다른 연기자보다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패션쇼 무대와 화보 촬영 등을 통해 눈빛, 표정, 몸짓 등 ‘자기 표현력’을 갈고 닦은 것도 강점이다.

 안 원장은 “모델 출신 신인 남자 배우들은 대사 구사력은 아직 크게 계발하지 못해 대사를 통한 정보 전달이 중심인 지상파 일일 드라마에는 아직 어울리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미지 전달을 통해 교감을 극대화하게 되는 영화나 미니에는 잘 어울린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영화에 가까운 케드에서도 모델 출신 남자 배우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2~3년간 꾸준히 방송에 출연하며 취약한 화술, 대사, 정보 전달력 등을 보완해 나간다면 톱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다”며 “그 기간이 비모델 출신 아닌 배우보다 빠른 셈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25일 개봉해 비수기의 한계를 딛고 22일 300만 관객을 모은 코미디 ‘스물’은 국내 남자 배우 수급의 3대 통로를 바로 보여준다. 모델 출신인 김우빈, 정통 연기자인 강하늘, 아이돌 그룹 ‘2PM’ 멤버인 준호 등이 나란히 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김우빈에 빗대 모델 출신 배우들의 장점을 평가했다.

 “김우빈의 장점은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준호, (강)하늘과 현장에서 재미있게 수다를 떨고 있었지만, 슛 들어가면(촬영을 시작하면) 몇 시간 동안 감정만 잡고 있던 것처럼 빠르게 몰입한다. 또 어떤 눈빛과 자세가 섹시한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 것들은 김우빈이 타고난 재능인 동시에 모델 활동을 통해 갈고닦은 경쟁력일 것이다.”

◇女 모델은 왜 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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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모델 남주혁과 이성경이 13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4 멜론 뮤직어워드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11.13.  [email protected]
 반면 패션모델 출신이 여배우로 성공한 경우가 아주 드물다. 변정수, 최여진 등을 꼽을 뿐이다. 이소라는 MC로 성공한 경우다.

 ‘앙드레 김의 뮤즈’라 불리며 1990~2000년대를 풍미한 톱모델 이종희는 아역 배우 출신이지만, 성인이 된 뒤 배우로는 사실상 활동하지 않았다.

 한예슬, 한지혜, 소이현, 공현주, 김빈우 등 성공한 배우들도 있지만, 이들은 모델 출신이라기보다 ‘2001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김민희, 공효진, 신민아, 배두나 등은 정확히는 잡지 모델 출신이다.

 여자 모델의 키가 174~175㎝에 달하는 것도 연기자 변신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서울 양평동 한국연예사관학교 모델과 심하은 학과장은 “모델 출신 여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서는 상대 남자 배우 역시 키가 매우 커야 한다”며 “하지만 과거에는 지금처럼 모델 출신 남자배우나 키가 큰 남자배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들이 모델 출신 여배우를 쉽게 기용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한 모델계 관계자는 일부 여자 모델들의 ‘모델스러운 외모’를 지적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여자 모델을 뽑을 때 자신의 작품인 옷을 더 부각하기 위해 얼굴은 예쁘지 않아도 몸매가 훌륭한 여자 모델들을 선호한다. 아니 오히려 얼굴이 못생긴 여자 모델만 택한다. 그렇게 많은 기회를 잡게 된 예쁘지 않은 모델들이 톱모델로 성장하고, 오히려 얼굴 예쁜 여자 모델들은 자리를 잡지 못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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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문호 기자 = 모델 혜박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0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으로 입장하고 있다. 2013.11.01.  [email protected]
 그는 이어 “배우로서 남자는 이미 얼굴은 개성적이더라도 몸매나 분위기를 중시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반면, 여자에 관해서는 여전히 키나 몸매보다 예쁜 얼굴을 더 선호하고 있어 여자 모델은 배우로 성공하는 경우가 아직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모델 출신 신예 탤런트 이성경의 급성장이 방송계는 물론 패션계에까지 놀라움을 안겨주며, 남자 모델들의 안방극장 점령에 이은 여자 모델들의 안방 진출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키 174㎝인 이성경은 2008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5위( 렉스상)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뒤 패션모델로 활발히 활동하다 연기자로 변신했다. 지난해 SBS TV 미니시리즈 ‘괜찮아, 사랑이야’에 ‘오소녀’로 출연해 주목받았고, 현재 MBC TV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여주인공 ‘강이솔’을 열연 중이다.

 그러나 배우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여자 모델들이 과거처럼 대중문화계에서 소외된 것은 아니다. 장윤주를 비롯해 송경아, 한혜진, 지현정, 강승현, 혜박, 이현이 등의 활약상이 과거와 확실히 달라진 여자 모델의 위상을 방증한다.

 실제로 케이블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까지 패널 중 한 명 이상은 여자 모델일 정도가 됐고,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곧잘 얼굴을 내비친다.

 일부 스타급 여자 모델들은 방송 출연을 마다한 채 화보나 무대에 전력해 방송국 작가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한국은 좁다. 세계로 가자”면서 세계 무대에 도전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여자 모델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송혜나, 아이린 등 신예 모델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 여자 아이돌 가수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 3·4와 가이즈 앤 걸즈를 연출한 CJ E&M 김헌주 PD는 “패션에 관심을 가진 여성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여자 모델의 활동 무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하드웨어가 점점 좋아지면서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도 높아지는 추세다”며 “여자 모델들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무대까지 확대되자 배우로 전업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PD는 “생명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남자 모델들이 서둘러 배우로 넘어가야 하는 것과 달리 여자 모델은 앞으로 본업을 고수하면서 MC나 패널로 방송에 참여하는 정도로 상품성을 높이는 경우 또는 패션모델을 발판으로 배우로 전업하려는 경우로 나뉘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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