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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아베노믹스 분석]아베노믹스 성공의 길로 들어서나

등록 2015-04-27 08:58:08   최종수정 2016-12-28 14: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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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정필재기자 = "도쿄 시내 호텔들이 풀 부킹이어서 방을 잡느라 애를 먹었어요. 공항과 유흥가는 북적이고, 주가와 부동산값이 치솟고 있어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낙관적 전망이 어느 때보다 높았어요."  

 지난달 몇년 만에 일본을 다녀왔다는 한 경제계 인사는 부러움 섞인 말투로 달라진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지금 일본은 1980~90년대 성장 제일주의를 외치던 과거 우리의 모습과 오히려 흡사하다"며 "일손이 부족한 기업들이 유능한 인재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툴 만큼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어, 청년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와 너무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의 회복 조짐이 완연하다. 아베 총리 집권 3년차를 맞아  20년 장기 불황을 떨쳐내고, 본격적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일본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지표 상으로 수출 및 기업 실적이 모두 좋아진 건 물론이거니와, 기록적인 주가 상승 및 임금 인상으로 국민의 주머니가 주둑해지면서 소비심리까지 살아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전히 일각의 이견은 있지만, 대규모 양적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라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가지 화살’이 경기회복이라는 ‘과녁’을 적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랜 디플레이션 국면을 벗어나 무제한 양적완화→엔저 유도→수출 대기업 이익 증가→임금 인상→내수 자극→경기 확장의 선순환 구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양적 완화를 골자로 한 케인즈주의적 부양책 말고는 일본경제를 장기 불황의 수렁에서 끌어올릴 대안이 없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2012년 말 아베 총리가 집권한 뒤 들고 나온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도한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원조 격인 일본 은행은 지난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돈을 찍어 시장에 풀었지만, 정치 리더십의 부재, 생산가능인구 감소, 동일본 대지진 등 악재로 거꾸로 가는 일본 경제호를 되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월 아베 정권의 소비세 인상 이후 '반짝' 하던 경기가 다시 침체로 돌아서자 아베노믹스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일관된 돈풀기 정책,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등에 힘입어 유동성 차원을 넘어 실물경제 전반의 지표 향상으로 이어지고, 디플레의 벽에 갇혀 있던 소비에도 봄바람이 불어오자, 일본 경제가 마침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일본경제는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디플레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달러화 강세로 경기회복세가 점차 둔화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4%포인트 높은 1%로 상향 조정했다.

 물론 지난해 쏘아 올린, 구조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성장전략이라는 세번째 화살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아베노믹스의 성공여부를 단정짓기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져 있다.  

 ◇소비시장에도 해빙의 기운…무역수지 2년만에 흑자

 지난 22일 재무성이 발표한 일본의 3월 무역수지는 엔저 효과에 따른 수출 증가와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2년9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2013년 1차 양적 완화에 이어 지난해 10월 2차 양적 완화에 들어가 연간 80조엔(약 7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 부은 결과, 엔화가치는 달러당 120엔 근처까지 내려갔다.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40% 가량 하락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린 셈이다. 전량을 수입하는 원유 가격의 하락도 호재로 작용했다.

 일본 증시(닛케이225지수)도 밀려드는 글로벌 자금과 기업들의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겹쳐 정보통신(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종가 기준 2만선을 돌파했다.  

 작년 2~3분기 역성장을 했던 실질GDP 성장률도 다시 플러스로 반전했다. 작년 4월 소비세 인상의 후폭풍으로 주춤하던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올들어 실물 경제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일본 경제의 '악성 종양'에 비유되는 디플레이션에 짓눌린 소비 심리 또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3월의 소비 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태도 지수(2명 이상의 가구, 계절조정치)는 전월 대비 0.8p 상승한 41.7로, 4개월 연속으로 개선됐다.

 일본인들이 장기 불황을 겪으며 체질화한 이른바 '생활 방어' , 즉 지출이 늘어날 경우 그 이상의 절약과 내핍으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자세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물가 하락을 예상하고 소비를 뒤로 미룸으로써 소비가 줄고 생산이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균열이 생길 조짐 또한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고 기업의 임금도 오르면서 주머니가 두둑해진 소비자들이 돈을 쓸 태세이고, 이는 다시 일본 내수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사진)은 “국내에서 아베노믹스는 그동안 높게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무역 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가운데 이제 엔저로 해외 시장에서 단가를 인하할 수 있게 됐고, 다른 수출국가들을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경제도 재조명…장기불황 시기 일본기업 경쟁력 더 강해져   

 일각에서는 ‘일본 경제’를 재평가하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를 겪으며 민간 기업들이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한데다, 물가 수준 또한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체질이 대폭 개선됐다는 것이 골자다. 일본 경제의 현 상승세는 단순히 아베 정권의 돈풀기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디플레를 견뎌내면서 일본 기업들이 자체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온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일본에서 돌아온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일부 일본 대기업의 연봉 수준이 우리보다 더 낮았다”면서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직장인들이 먹는 점심 식사 한 끼 값도 우리보다 더 저렴하다”고 지적했다.

  20년 장기 불황 속에서 체질을 강화해 온 일본의 수출 대기업들은 아베 정부 출범 후에는 ‘엔화 약세’의 뒷바람까지 등에 업은 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등 맹렬하게 치고 나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일본 증시가 2만선을 돌파한 것도 ▲저금리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장세 외에도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국내외의 달라진 시각을 반영한다는 진단도 고개를 든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일본의 디플레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면서 " 디플레이션은 자산디플레와, 상품 디플레가 있으며, 이 중 상품 디플레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진단했다. 

◇아베노믹스 마지막 화살 구조개혁 성공할까  

 물론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예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진단도 만만치 않다.  돈을 시장에 풀어 꺼져가는 경기회복이 불씨를 붙이는데 성공했을 지 모르지만, ‘구조개혁’의 마지막 화살을 과녁에  제대로 날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세번째 화살로 불리는 구조개혁은 35.6%가 넘는 법인세의 20%대 인하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고용 유연화, 소규모 농업 철폐, 외국인 노동자 대거 수입, 헬스케어 개혁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구조 개혁은 농민을 비롯해 여당인 자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을 적대 세력으로 돌릴 수 밖에 없는데다, 여기에 해외의 강력한 경쟁자들과 내수시장에서 승부를 해야 하는 일본 기업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아베 정부가 미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체결에 속도를 내자, 아베노믹스가 개혁 저항세력의 벽에 막혀 좌초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점차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아베 정권은  '외부 충격'을 통해 농업부문의 효율화, 노동시장 및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을 이뤄낸다는 전략을 세우고, 미국과 막바지 TPP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 증시가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2만선을 넘어선 것도 이러한 평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높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일본에서 소비세를 인상하면서 일본경제가 침체로 돌아섰다.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경기가 꺼졌던 것이 다시 원위치를 찾아오는 과정”이라며 "기업 이익이 늘어난 것도 비용 절감이나 외화 환산으로 인한 것” 지적했다.

 

 ◇ 정치현안에 치중하던 아베, 2기 집권 이후 '아베노믹스'  

 "아베 신조는 이미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를 뛰어넘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거둔 지난 2년 여간의 성과에 대해 외교관 출신 전문가의 평가다.

 지난 2006년 집권에 성공한 뒤 불과 1년여 만에 ‘측근 정치’ 논란에 휩싸이며 조기 퇴진했던 아베 총리가 다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이면에는 집단적 자위권 등 외교안보 정책 외에도 ‘아베노믹스’가 있다.

 ‘강한 일본의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실생활 문제보다 헌법 개정 등 정치 현안에 ‘치중하다 단명했던 아베 총리가 2기 출범과 함께 들고 나온 '경제 정책'은 현재까지는 상당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 정부 집권 초만해도 양적 완화정책이 서민과 근로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거셌으나, 일본에서는 요즘 이런 비판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한 일본 전문가는 " 아베 총리가 1년이 멀다하고 총리가 교체되는 등 일본 정치의 고질병을 극복하고 리더십의 안정을 구축했다는 점도 일본경제 부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며 "특이 이번 기회에 한국을 꺾어 놓고 중국을 견제하지 못하면 영영 밀릴지도 모른다는 국가적 두려움이 아베 총리, 나아가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국민의 단단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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