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자금 수사, 이제 ‘정점’ 겨눈다

등록 2015-05-04 09:16:58   최종수정 2016-12-28 14: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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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그룹의 핵심 거래업체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코스틸 본사의 모습. 2015.04.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포스코의 비자금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50여 일간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비자금 액수만 100억원대에 달한다. 이제 검찰의 칼끝은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 등 수뇌부를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13일 오전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포스코 비자금 수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포스코건설 베트남 사업장에 있는 임원이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이번 수사는 포스코의 30년지기인 연강선재 제조업체 ‘코스틸’에 대한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되자 검찰의 칼 끝은 윗선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의 일부가 정 전 회장 등 포스코 최고위 경영진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부정부패·비리 척결’을 내세우며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비자금 키워드, ‘포스코건설’ ‘코스틸’  

 ‘포스코 비자금’은 크게 두 갈래 길로 흘러 당시 최고위 임원이었던 정 전 회장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우선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박모(52) 전 포스코건설 상무가 베트남 노이바이-라오까이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참여한 하도급 업체 흥우산업으로부터 40억여원을 횡령한 사실이다. 이후 박 전 상무의 공범인 컨설팅업체 I사 장모(64) 대표가 ‘또 다른’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은 각각 3월15일, 20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상무와 장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의 중간 지점이 같다고 보고 있다. 정동화(64)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이 비자금의 경유지로 지목된다. 이 비자금은 정 전 부회장을 거쳐 정 전 회장 등 포스코 수뇌부로 흘러들어갔을 거라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정 전 부회장과 중학교 동창인 장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정 전 회장 등 ‘윗선’이 비자금을 조성 배경과 사용처 등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회장을 거쳐야 했던 수사는 코스틸의 비리를 캐내며 정 전 회장과 바로 이어지는 ‘대로(大路)’를 발견했다. 코스틸은 포스코와 34년간 거래한 업체로, 2013년 12월 누계 거래량이 800만t을 달성해 포스코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박재천 코스틸 회장은 포스코와 여재 슬래브 등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납품가나 거래량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백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망은 포스코 수뇌부와 정·관계 인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박 회장이 경북 포항 출신인데다, 정 전 회장은 물론 전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당초 지지부진했던 검찰의 ‘포스코 비자금’ 수사는 현재 안정된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수사와 코스틸 수사를 두 가지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길 모두 조금씩 헤쳐 나가고 있다”며 “(수사가) 어디로 가야될지 길이 보이고, 가다가 길을 잃을 것 같지는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베트남 사업장 4명 줄줄이 걸려

 이번 수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포스코건설 베트남 사업장의 전·현직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이 4명이나 줄줄이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이다. 본부장은 해외공사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직으로는 유일하게 포스코건설 베트남 사업장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모(53) 전무가 지난 3월24일 구속 기소됐다. 최 전무는 2010년 4월 베트남 노이바이-라오까이 고속도로 건설공사 착공식에 온 박 전 상무로부터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고, 이는 김익희 부사장 등 본사에도 알렸다”고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는 당시 베트남 고속도로 현장소장으로 재직하며 비자금을 직접 조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최 전무의 전임인 박모(59) 전 전무, 박 전 전무의 전임인 김모(63) 전 전무, 김 전 전무의 전임인 김 전 부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토목환경사업본부장직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특별히 토목환경사업본부장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발견하며 수사를 이어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임원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르면 5월 초 정 전 부회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조사에서 ‘거물 행세’를 한 것으로 유명한 컨설팅업체 I사 장 대표도 이번 수사에서 논란거리였다. 장 대표는 본인이 여야 정치권 인사를 두루 알고 있다며 ‘감히 날 수사할 수 있겠느냐’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전 정권 실세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홀로 활동하며 기업인과 정치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장 대표도 결국 비자금 10억원을 횡령하고 하도급 업체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3월20일 구속 기소됐다.

 ◇정준양 전 회장이 ‘최종 목적지’

 ‘포스코 비자금’ 수사는 비자금을 조성할 당시 포스코 최고위 임원이었던 정 전 회장을 향해 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부회장 개인 판단으로 이 같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 전 부회장을 소환 조사한 뒤 정 전 회장을 부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정 전 회장까지 올라간 비자금이 정·관계 인사들로 흘러간 정황을 캐는 것도 향후 수사에서 밝혀야 할 과제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옆으로 가는 수사’도 병행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포스코가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에 부당행위를 하지는 않았는지, 공정한 품질경쟁과 가격경쟁을 했는지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철강 경기가 나쁘고 포스코의 여러 가지 영업도 많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로 수사팀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포스코 본사와 포스코건설에 대해 ‘이번 기회에 비리를 한 번 밝혀내고 제대로 포스코를 정상화해보자’는 여론이 생긴다면 더 여력을 갖고 더 많이 수사해보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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