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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본입찰 유찰]박삼구 회장, 셈법 복잡해져

등록 2015-04-29 13:58:38   최종수정 2016-12-28 14: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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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결정 따라 경우의 수 따져야 채권단, 금호고속 인수에도 반대해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본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박삼구 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29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단독 입찰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호반건설은 "인수가격이 1조원이라도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며 큰 소리를 치기도 했지만 불과 6007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채권단이 기대했던 매각가(8000억원 이상)와 2000억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 지분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채권단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면 예상보다 수월하게 그룹 재건이 가능했겠지만 본입찰이 무산됨에 따라 채권단 결정에 따라 경우의 수를 따져야할 처지가 됐다.

 우선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을 상대로 수의계약에 나설 수도 있다. SK그룹도 하이닉스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인수한 바 있다. 따라서 법적인 걸림돌은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채권단은 회계법인 실사 등을 통해 금호산업 기업가치를 산정한 후 이런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6007억원을 상회하는 매각가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박 회장은 신규 경쟁자의 등장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의계약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단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호산업을 원인 제공자인 박삼구 회장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경우 특혜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이런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 채권단도 수의계약 카드를 손쉽게 꺼내들기 힘들어진다. 

 더구나 매수 희망자가 별로 없었던 하이닉스와는 달리 금호산업의 잠재 인수 후보는 상당히 많다. 호반건설만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여건이 달라지면 다른 인수후보가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이 재입찰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호산업 기업가치 산정을 비롯한 입찰 준비 절차를 고려하면 박삼구 회장은 그룹 재건의 꿈을 상당기간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몸값을 키우기 위해 일정 기간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입찰은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부족한 자금 동원력을 보충할 수도 있지만 대기업이나 사모펀드 등 새로운 경쟁자가 가세할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호반건설 입찰가격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호산업의 몸값 불투명성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유찰이 금호고속 인수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뿐만 아니라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도 지분이 채권단 등에 넘어간 상태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 지분 우선매수청구권도 갖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박 회장의 금호고속 인수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경영권을 다시 확보한 뒤 금호고속을 인수하라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공식 통보를 받은 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금호산업을 되찾는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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