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매도비율 공시한다고 매도리포트 숫자 늘어날까?

등록 2015-05-03 11:03:59   최종수정 2016-12-28 14:57:0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이달 말부터 '매도 리포트 비율 공시' 제도 시행 증권업계 "기업도, 투자자도 원치 않아" 회의적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이르면 이달 말부터 도입되는 '매도 리포트 비율 공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이달 29일부터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증권사들은 투자의견을 매수·중립·매도 등 3단계로 구분해 표시해야 하고, 투자의견이 포함된 리포트에 자사의 투자의견 비율을 기재해야 한다. 이는 금투협 홈페이지에 공시돼 투자자들은 한 눈에 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율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한국 증권사들이 낸 기업 리포트 가운데 매도 리포트는 0.1%에 불과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이 없는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계 지점이 낸 매도 리포트는 9.2%다.

 이번 제도는 '매수 리포트' 일색인 국내 증권사들의 자율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증권업 자체의 신뢰성을 높여 자본시장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실제로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 비중 확대로 이어져 다양한 투자의견이 나오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이 많다.

 법인영업을 신경써야 하는 증권사와 기업의 관계, 롱(long·매수) 위주의 투자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제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A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우리나라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매도리포트를 받아들일 만한 여건이 안됐다"며 "D라는 기업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쓰는 순간 그 기업이 우리와 거래를 끓어버리려고 할 텐데 매도리포트를 쓸 수 있는 증권사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밑바탕이 성숙돼 있는 상태에서 그런 제도가 나와야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매도 리포트 쓰면 고객들이 '짜고 친다', '돈 물어내라'는 식으로 난리가 날 것"이라며 "기업도 원치 않고 투자자도 원치 않는게 매도 리포트"라고 말했다, 

 C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도 "의무적으로 매도 리포트 비율을 강제할 경우 매도 리포트를 써도 기업 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는 스몰캡(시가총액 500억원~1조원 사이 중소형주)이나 쓰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문화를 감안할 때 매도 리포트는 상상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종목 투자의견 중 최소 10% 이상 매도 의견을 내기로 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매도 비율을 늘린 이후 애널리스트이 대거 이탈하는 후폭풍을 겪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한화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리포트 압박에 힘들어하다가 지금은 다 나가고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투자자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독립리서치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독립리서치 센터 설립과 관련한 기초 조사를 실시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도 리포트의 활성화는 독립리서치센터 제도가 안착한 후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