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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재앙’이 된 우리의 사소한 욕심…‘탐욕의 울타리’ 외 3권

등록 2015-05-04 09:46:51   최종수정 2016-12-28 14: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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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시내 최희정 기자

 ◇탐욕의 울타리…박병상 지음/ 이상북스 펴냄/ 280쪽/ 1만5000원

 밥 먹을 때 없으면 아쉬운 맛있는 고기 한 점, 춘곤증을 이겨내는 향긋한 커피 한 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달콤한 초콜릿 한 쪽, 연인과 주고받는 장미 한 송이, 그리고 모두가 하나씩 가지고 있는 휴대폰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소비 속에 추악한 고통이 숨어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한 것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재앙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감을 하고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출판가에서도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가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탐구하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그 중 ‘탐욕의 울타리’는 인류가 먹기 위해, 보기 위해, 실험하기 위해 어떻게 말 못하는 동물들을 잔인하게 이용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오랜 세월 동안 수렵과 채취로 그날그날의 생활을 자연에서 해결하던 인간이 경작을 배워 자연에 울타리를 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이제 울타리 안의 동물들은 본성이 억압된 채 사람의 입맛을 위해 예측 가능하게 사육된다. 아니면 자연을 떠나 허전해진 인간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비위를 맞추며 살아야 하고 때때로 대신 죽어야 한다.”(15쪽)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수렵과 채취에 의존해 먹을 것을 해결했다. 그러다 우연히 ‘울타리’ 안으로 동물을 들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물을 가축화하면서 가끔 고기를 먹게 되었지만 대신 계급과 편견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급기야 동물의 질병이 사람에게까지 전파된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에 따르면 20세기까지 수많은 사상자를 낸 천연두, 홍역 등의 질병은 모두 동물에게서 유래했다. 이후 맛있는 살코기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집에서 한두 마리씩 키우던 가축을 한데 모아 키우는 이른바 ‘산업축산’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결과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비극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했다.

 “돼지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위아래 턱의 송곳니 여덟 개가 절단되고 꼬리도 잘린다. 마취가 먼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비용 관계로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 또 2주에서 3주가 지난 어린 수컷은 거세한다. 청결한 상태에서 거세한 뒤 상처가 아물 때까지 소독하고 치료해주는 게 원칙이라고 산업축산은 복지 규정을 마련했지만, 그 실행 상황을 누가 감시하는 건 아니다. 생후 1주일 만에 마취 없이 인부의 억센 손으로 우악스럽게 작은 고환을 떼어내는 축사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새끼들 일부가 쓰레기통에 처박히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손실보다 마취와 치료에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113~116쪽)

 “부리가 잘리고도 살아남은 산란용 암평아리들은 사료를 먹을 때만 불이 켜지는 어두운 양계장으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고, 거기에서 120일 동안 몸집이 불어 성숙하면 드디어 먹은 사료를 계란으로 바꾸어내는 기계로 전락할 차례다. … 산란용 닭들은 특수한 철망상자를 3층이나 4층으로 쌓은 양계장에 갇혀 죽기 전까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151쪽)

 산업축산 시스템 안에 있는 소·돼지·닭에서부터 실험실의 생쥐, 동물원의 호랑이·사자, 애완동물로 사랑받는 개와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울타리에 들어온 동물은 알게 모르게 고통받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호사스러운 삶을 불공정하게 누리는지, 그런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반성한다. 그러면서 인간을 보호하는 자연을 인간 역시 보호해야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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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타리 안팎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몸과 맘이 건강할 때 생태계의 산물인 사람이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인간은 자신을 스스로 구속한다. 자본과 손잡은 거대과학이 이끄는 대로 길들여졌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인간 동물원에 갇힌 우리는 자신의 내일도 지속가능하리라 확신할 수 없다. 울타리 안의 동물들이 우리 인간의 내일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270쪽)

 이 책을 통해 동물 삶의 실상을 접하다 보면 “고기 먹는 것을 당장 그만두자”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이미 고기 맛을 알아버린 사람이 고기 먹는 것을 당장 그만두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먹을거리가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대략이라도 알아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적어도 잔혹한 방법으로 키운 고기는 피하게 되지 않을까.

 남아도는 듯 보였던 세계 식량이 조만간 모자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경종은 이미 수차례 울렸다. 인간의 탐욕으로 고통받은 지구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인간만이 아닌 지구 생명체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미래를 모색해야 할 때다.

 ◇지구와 바꾼 휴대폰…위르겐 로이스·코지마 다노리처 지음/ 류동수 옮김/ 애플북스 펴냄/ 316쪽/ 1만6800원

 기업이 제품을 만들면서 조기에 낡거나 닳아서 못 쓰게 되도록 하는 ‘계획된 노후화’ 전략을 다뤘다. 전구는 1000시간이 지나면 필라멘트가 타거나 아이팟 배터리는 18개월이면 수명이 끝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예시를 들면서 새 제품의 구입보다 수리비를 더 비싸게 책정하는 기업들의 음모를 고발한다. 아울러 최근 환경파괴의 새로운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하이테크 쓰레기’(휴대폰, PC 등)의 실태를 고발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세계 경제, 환경, 소비자 심리, 광고와 마케팅, 자원부족, 에너지 등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저자 중 한 명인 다노리처가 만든 환경 다큐멘터리 ‘전구 음모 이론’(원제: Kaufen fur die Mullhalde·쓰레기를 위한 구매)을 토대로 집필했다.

 ◇노예의 역사…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하정희 옮김/ 예지 펴냄/ 390쪽 / 2만3000원

 노예제도는 폐지됐지만, 노예노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랍에서는 동산(動産)으로서의 노예가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고, 유럽에서는 ‘채무노동’ 형태로 가사 노예를 두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빠르게 확산 하고 있는 노예제도와 유사한 형태의 착취도 문제다. 어린이들이 노예나 다름없이 위험한 노동과 매춘에 내몰리고 있다. 저자인 프랑스 철학자 들라캉파뉴는 고대 수메르 문명부터 시작해 50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나타난 다양한 노예제도를 통해 어떤 이들이 어떤 이유에서  시와 착취를 당해왔는지를 밝힌다. 이를 통해 노예제도가 인류의 필요악이나 숙명이 아닌 특정 조건에서 생겨나 끈질기게 살아남은 제도일 뿐임을 확인시켜 준다. 또 이를 뿌리 뽑기 위해 행동할 것을,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빈곤의 연대기…박선미·김희순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440쪽/ 1만6800원

 가난한 나라는 왜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빈곤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이 책은 탐욕스럽고 무능한 독재자, 게으른 국민성과 같은 내적 요인을 내세우는 입장을 정면 반박한다. 막대한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졌음에도 기업의 눈치를 보며 몰래 다이아몬드를 팔아야 하는 짐바브웨, 세계 1위 카카오 생산국이지만 자국민은 굶주리는 코트디부아르, 국제통화기금(IMF)의 잘못된 권고로 대량학살이 발생한 르완다, 다국적기업 콜센터에서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 이 책의 저자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난한 나라가 처한 빈곤의 속성을 파헤친다. 또 제국주의의 식민정책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빈곤을 어떻게 확대 재생산하고 고착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 체제의 불공정한 구조적 측면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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