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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②]‘MSG 안전성’ 확인됐지만 ‘건강’ 놓고 티격태격

등록 2015-05-12 13:18:24   최종수정 2016-12-28 14: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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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시스】강종민 기자 =  17일 오후 경기 화성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천연 조미료 활용법' 교육에서 경기도향토음식연구회원들이 표고버섯, 콩, 멸치, 다시마, 새우, 시금치 등 다양한 재료를 갈거나 우려내어 천연조미료 제조법을 배우고 있다. 2013.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MSG(L-글루탐산나트륨) 유해성 논란은 단순히 조미료나 식품 첨가물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건강과 국내 먹거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청(FDA), 유럽연합(EU) 식품과학위원회,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등 세계 유수 식품·보건 기관들이 이미 MSG의 안전성을 확인한 상황이지만, 우리가 작은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MSG가 뇌를 공격한다고?

 MSG 유해론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MSG가 인체 특히 두뇌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이다.

 후델식품건강연구소 안병수 소장은 “천연 글루탐산 성분은 항상 다른 아미노산이나 당류 등과 결합한 형태, 즉 복합체 형태로 존재하다 우리 몸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대사 과정을 거쳐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된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MSG는 천연 아미노산에 나트륨을 결합해 정제한 것으로 각 성분이 모두 따로 떨어져 있으므로 몸으로 들어가면 글루탐산이 곧바로 혈액에 흡수돼 혈중 글루탐산 농도가 평소보다 20~40배나 높아지고, 고농도 MSG는 곧 인간의 뇌세포를 공격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 미시시피대 신경외과 러셀 블레이록 교수 등 국내외 일부 신경과 의사들의 견해와 맞아 떨어진다. 모 신경외과 전문의는 “MSG 과량 섭취는 뇌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유아의 뇌는 전두엽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막인 대뇌 관문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량의 MSG만으로도 뇌하수체가 파괴돼 성장과 신진대사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SG 무해론자들은 만에 하나 MSG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해도 조미료로 사용하는 정도라면 인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 교수는 “식품에 들어있는 천연 글루탐산은 인체에 안전한 복합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MSG와 다르다는 일각의 주장은 화학적 상식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 복합체는 현대 과학에서 ‘단백질’이라고 부르는 물질이다. 음식에 들어있는 단백질은 펩신이라는 소화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후에 몸속으로 흡수된다. MSG도 예외일 이유가 없다. 화학적으로는 단백질에 포함된 글루탐산이나 식품에 유리된 상태로 포함된 글루탐산이 생리적으로 다른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없다. 분리된 나트륨도 바로 체외로 배출되므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뇌의 글루탐산 통제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글루탐산 수용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흥분 독성이 나타나고, 자칫 신경 세포가 사멸되는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글루탐산을 많이 먹는다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등 뇌 손상이나 질병으로 뇌세포에 충분한 양의 산소와 포도당이 공급되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에 한해 우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의사들도 이 교수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모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과민반응은 어떤 물질에든 나타날 수 있으므로 유독 MSG가 위험하다는 근거는 없다”며 “MSG뿐만 아니라 소금, 설탕 아니 채소, 고기 등 모든 식품이 과다하게 섭취되면 몸에 해롭다. MSG도 조미료로 먹는 정도라면 안전하다”고 일축했다.

◇MSG가 소금 사용량을 줄인다?  

 MSG 무해론자들은 “요리할 때 MSG를 사용할 경우 소금(염화나트륨·NaCl) 사용량을 줄이고도 원하는 맛을 낼 수 있어 건강에 이롭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MSG가 글루탐산과 나트륨의 결합체인 만큼 소금과 마찬가지로 나트륨을 함유하지만, 질량 비율이 소금의 7분의 1에 불과하므로 소금 대신 MSG를 쓸 경우 나트륨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유해론자에 가까운 한국식영양연구소 심선아 소장은 다른 주장을 펴며 정면 반박한다.

 “MSG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재료들의 각기 다른 맛을 조화롭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맵고, 짜고, 단 자극적인 음식에 주로 MSG를 많이 넣는데 이런 식단은 미각을 점점 두텁게 만들어 자극적인 맛에 길들게 한다. MSG가 소금보다 독성이 낮아서 오히려 저염 효과가 있다지만, 우리 가정 또는 음식점에서 MSG를 사용할 때 이미 소금(간장)으로 간을 맞춘 다음에 조미료를 넣지, 조미료를 먼저 넣은 다음 나머지 간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MSG의 저염 효과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오히려 염분 섭취를 가중시키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먼저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진 이후에 사용을 권해도 권해야 한다.”

 안 소장도 “MSG를 계속 먹게 되면 미각이 마비될 수 있다. 그래서 MSG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고 거들었다.

◇MSG, 맛의 민주화 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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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시스】강종민 기자 =  17일 오후 경기 화성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천연 조미료 활용법' 교육에서 경기도향토음식연구회원들이 표고버섯, 콩, 멸치, 다시마, 새우, 시금치 등 다양한 재료를 갈거나 우려내어 천연조미료 제조법을 배우고 있다. 2013.07.17 [email protected]
 MSG 무해론자들은 MSG의 필요성을 적은 비용으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했다는 ‘맛의 민주화’에서 찾고 있다.

 ‘한식장인’ 유민수(서울 양평동 우사미) 대표는 “MSG를 사용하지 않고도 천연 재료만 사용해 얼마든지 맛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음식 가격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5000~6000원인 김치찌개를 두 배 이상 비싸게 먹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면서 “물론 MSG가 안전하다는 전제에서이고, 만에 하나라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미료로서의 양이다”고 짚었다.

 이 교수 역시 “MSG 없이 감칠맛을 즐기기 위해 더욱더 많은 천연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같은 서민은 감칠맛을 쉽게 볼 수 없고, 상류층이나 부유층만 즐기는 맛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는 음식의 원가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 문제에도 직결된다. 버려지는 식재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서민층은 부유층보다 질병 치료에 많은 돈을 들일 수 없다. 이 때문에 더욱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돈이 없으니 맛있게 먹고 싶다면 건강에 해롭더라도 먹으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서민들이 건강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사회적, 국가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소장도 “가난한 사람일수록 질병에 노출됐을 때 좋은 의료 혜택을 받기도 힘들다”며 “그렇기 때문에 질병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고, 이는 평소 식생활의 영향을 받으므로 MSG와 관련된 식생활 문제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MSG 논란, 국내에서는 안 끝나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에서도 MSG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MSG 무해론자들도 대부분 “MSG가 아무리 해가 없다고 해도 조미료로 사용하는 정도를 뜻한다. 중독될 정도로 과량을 먹어서는 안 된다”를 전제로 답변했다.

 MSG 유해론자들도 대체로 “국내외에서 MSG가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를 전제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국내 MSG 반대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이영돈 PD 역시 지난해 11월26일 서울 중구 순화동 JTBC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에브리바디’ 제작발표회에서 “MSG가 무조건 유해하지는 않다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MSG에 대한 광범위하고 넓은 사용으로 인한 우리 맛의 왜곡을 비판하는 것이다. MSG를 쓰지 않은 식당이 존경받았으면 한다”고 말해 MSG 유해성에 대해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MSG 유·무해론자들 모두 이유는 다르지만,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MSG를 함유한 다른 식품 첨가물을 사용하는 음식점이나 식품업체를 성토한다.

 유 대표는 “XO 소스나 굴 소스를 쓰면서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눈 가리고 아웅 하거나 MSG를 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특제 양념, 비장의 소스 등 정체불명의 뭔가를 요리에 넣는 꼼수를 부리는 식당이 진짜 나쁜 식당이다. 방송은 그런 식당을 찾아내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소장은 “대형 식품업체들이 무(無) MSG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MSG와 별 차이 없는 식품 첨가물을 사용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를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의 안전성에 관해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감칠맛을 내는 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서 사탕수수 원당을 주원료로 발효해 생산된 것으로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도 안전하다고 발표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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