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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에서 희망을 보다①]“기업임원보다 내가 주도하는 삶이 행복”

등록 2015-05-18 14:04:34   최종수정 2016-12-28 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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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에서 희망을 보다…‘자발적 창업’ 택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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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구대회씨가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자신의 가게(‘구대회 커피’)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닦고 있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최근 정부가 창업 지원 사업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창업 하는 20~30대 청년들의 숫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신규와 기존 창업까지 모두 포함한 20~30대 자영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른 39세 이하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96만5000명으로 1년 전 100만2000명보다 3.7% 감소했다. 청년 자영업자 수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05년보다 무려 52만8000명이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취업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뛰어든 ‘생계형’ 창업자들이 많다는 현실이다. 기회추구형의 창업 비율이 훨씬 높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다. 청년 창업 역시 생계형에 집중돼 있다. 세계기업가정신모니터(GEM)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형인 혁신주도형 경제로 분류되지만, 창업은 42개월 미만 초기 창업 가운데 생계형 비중이 36.5%이나 돼 후진국형 구조를 나타낸다.

 이런 가운데 취업이 어려워 창업을 택한 것이 아닌 꿈을 좇아 ‘자발적’으로 창업을 한 청년 사업가들이 있어 눈에 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관두고 ‘커피테이너’로 살아가는 커피전문점 운영자부터 해외 명문 대학을 나와 국내에 없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컨설팅이나 무역사업을 벌이는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창업 분야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먹고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커피테이너 구대회씨 이야기

 “하루를 살더라도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죠.”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서 커피전문점(‘구대회 커피’)을 운영하는 구대회(39)씨는 사업을 하니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묻자 이같이 답하며 빙그레 웃었다. 올해로 창업 6년차에 접어든 구씨는 우리나라에서 카페 창업 열풍이 불기 전인 2010년 9월에 커피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사립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과 투자자문사 임원직까지 올랐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열망이 늘 강했다.

 “사실 취업 때문에 고민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면서 커피 공부를 할 계기가 생겼는데 에스프레소 한잔을 뽑아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나도 이걸 직업으로 가지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커피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구씨가 무턱대고 커피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할 당시 흔치 않던 커피메이커를 구입해 원두커피를 즐기면서 남들보다 일찍 ‘커피 맛’을 알았다. 차(茶)에도 관심이 많아 2000년 초반에는 좋은 차를 찾기 위해 인사동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당시 차 재료 등 관련 용품을 구매하는 데에만 매달 20만~30만원씩 썼다.

 구씨는 “커피나 차를 일찍부터 즐겼는데, 내 안에 (사업을 위한) 싹들이 자라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 창업을 통해 싹이 자라는 것을 톡 터뜨려 줬다”며 “일은 느닷없이 찾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걸 발견해서 키우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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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구대회씨가 서울시 간호사회 소속 간호사를 대상으로 ‘커피와 여행’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레드오션이 돼버린 커피시장. 카페를 창업해도 3년을 못 버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포화 상태가 돼버렸지만, 구씨는 조급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벅스가 시애틀에서 첫 오픈을 한 뒤 한국에 진출하기까지 십수 년이 걸리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하는 그다.

 바리스타 일 외에 구 대표는 커피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거나 커피교양 수업을 병행하는 등 ‘커피테이너(커피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 커피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사람)’로서 활약하고 있다.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한 상식과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란다.

 그럼 대체 수익은 어떻게 내느냐는 질문에 그는 ‘커피복지’라는 생소한 개념을 꺼냈다. 질 좋은 원두커피를 의료보험 처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1000원에 제공해 가격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동시에 구매 여력이 되는 사람은 1만~2만원대 더치 커피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그 때 빚을 많이 졌다. 힘든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6개월 전부터 확실히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커피복지를 주창하면서 다양한 가격대의 커피를 팔고 있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구매하러 온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커피 사업을 위해 1년 2개월간 전세계 커피농장을 둘러보고, 일본의 장인급 커피장이를 만나러 다니는 등 유별났던(?) 구씨는 “세상의 모든 큰 카페보다 더 큰 카페는 내 카페다”라고 말한다. 이 같은 마인드로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세상의 모든 카페(가제)’)도 쓰고 있다.

 구 대표는 “항상 내 가족이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들자고 생각한다. 나와 내 가족이 못 마시는 커피라면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질 좋은 생두를 썼더라도 추출하다 문제가 생기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정성을 들이고 솔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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